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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강남아파트는 11년째 재건축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001년 안전등급 D등급을 받아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된 이곳은 최근 ‘뉴스테이’ 사업 후보지로 선정되며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관악구 신림 강남아파트(이하 강남아파트)가 최근 정부의 ‘뉴스테이’ 정책으로 재건축 실마리를 찾았다. 조합결성 21년만에, 조합인가 11년만에 재건축 낭보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재건축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던 강남아파트 시세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 |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이란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 조합원 외 제3자에게 매각하는 일반분양분을 임대사업자가 매입해 뉴스테이로 공급하는 사업을 말한다. 뉴스테이를 청약 받는 사람은 최대 8년간 내 집처럼 살 수 있다. 또한 임대료 상승률이 연 5%로 제한돼 임대료 상승에 대한 부담이 적은 편이다.
일반 분양 아파트나 공공임대 아파트는 청약 조건이 까다로운 반면 기업형 임대아파트는 대한민국 국민이면서 만 19세 이상이면 특별한 조건 없이 누구나 계약할 수 있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구조, 마감재 같은 경우 일반 분양아파트 수준으로 나온다. 일반 아파트와 비교했을 때 임대아파트 뉴스테이는 하자 보수 등 다양한 주거서비스가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
단지 내부로 들어가니 유령도시가 따로 없었다. 단지 내 곳곳에서 1~2m 높이의 쓰레기 더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건물 곳곳에 창문이 깨져 있거나 아예 없는 집들이 즐비했다. 과연 사람이 사는 곳이 맞기나 한 것이지 의심이 들 정도로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래전 아이들이 놀았을 미끄럼틀에는 덤불이 수북해 흉물스러운 모습이었다.
긴급 보수·보강 필요한 안전등급 D등급…위험천만한 41년 노후 아파트
강남아파트는 1974년 서민층 주거공급을 위해 급하게 지어진 아파트다. 주로 구로공단 직원들의 숙소용으로 사용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41년 가량이 흐른 지금 아파트에 거주하는 세대수는 864가구에서 278가구로 크게 줄었다. 시행사 선정 문제 등으로 재건축 사업이 매번 중단되고 건물의 노후화로 인한 안전문제가 점점 커지자 주민들이 하나 둘 떠난 탓이었다.
강남아파트는 지난 2001년 안전등급 D등급을 받아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됐다. D등급은 5계 단계 중 건물의 사용을 즉각 중지해야 하는 불량(E등급) 등급 앞 단계로, 주요 부재(내력 기둥·벽)에 결합이 발생해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한 건물을 말한다.
▲ 언제 주차됐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자동차 한대가 덤불로 덮여 흉물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아파트 곳곳에서 단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스카이데일리
아파트 배후 인도에는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낙석에 대비하기 위해 긴 철제 슬레이트가 외관을 따라 늘어섰다. 외벽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간 동에서는 안전제일 바리게이트 한개만이 놓여 있었고 ‘접근금지’ 안내문이 위태롭게 붙어있었다. 이외에도 주민에게 위협이 되는 요소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경비실에서 만난 인근 주민은 “물을 틀면 녹물이 나와서 생수를 사먹고 있어요. 눈 어두우신 할머님들이 마시면 어떻게 되겠어? 방에 누워있으면 가구가 기울어져 있는 게 보일 정도야”라며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다른 주민은 “올 2월에 벽이 무너진 집도 있어요. 혹여나 다시 건물이 무너져 나를 덮치진 않을까 잘 때마다 무서워요”라며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현재 강남아파트 소유주는 거의 집을 떠난 상태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은 과거 재건축 발표 후 거의 이주했고, 세입자 대부분이 조선족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조선족 외에는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는 몇몇 현금청산자들만이 남아있었다. 세입자들이 내는 임대료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40만원이 대부분이다. 열악한 곳은 보증금 200만원 월세 30만원대도 있다.
▲ 몇몇 동에서는 외벽에서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간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위험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안전제일’ 바리게이트 1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다. 아파트 단지 내 방치된 1~2m 높이 쓰레기 더미는 단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음을 짐작케 했다. ⓒ스카이데일리
강남아파트는 1995년 재건축을 위한 조합이 발족됐다. 그러나 관계법령이 주민동의를 얻어야 하는 방식으로 바뀌며 2006년이 돼서야 조합인가를 받았다. 같은 해 12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금호산업, 남광토건 SK건설 등의 시공자들이 나섰지만 ‘사업성 결여’로 재건축 사업은 난항을 겪어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4년에는 조합 간 갈등으로 인한 조합집행부가 해산돼 재건축사업은 중단됐다. 지지부진한 진행 탓에 노후 단지는 더욱 흉물스러워졌고 주민들의 불만은 커져만 가는 상황이었다.
기자가 둘러본 관악구 신림 강남아파트는 주민들의 안전과 단지 인근 환경 개선을 위해서 시급한 대책이 필요해 보였다.
유령단지 같은 강남아파트, ‘뉴스테이’ 후보지 선정에 시세 들썩이다
유령단지를 연상케 했던 관악구 신림 강남아파트는 정부가 추진하는 ‘뉴스테이’ 사업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29일 강남아파트 재건축 구역에 뉴스테이 485호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SH공사가 공동사업시행자로 참여하면서 강남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탄력을 받았다.
신림 강남아파트는 구로디지털단지역과 2분 거리로 역세권이다. 인근에 구로공단이 있어 배후수요가 풍부하고 직주(직장과 거주지) 접근성이 뛰어난 곳이다.
또 안산~여의도~서울역을 잇는 신안산선 구로디지털단지역이 오는 2023년에 개통돼 ‘더블 역세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근 대림동 일대에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 있기도 해 생활인프라, 학군이 조성돼 있어 향후 발전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이런 입지 덕에 뉴스테이가 확정되면 신림 강남아파트 시세도 상승할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주(8월 27일~9월 2일)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0.54% 올랐다. 주간 단위 상승률로 올 들어 최고치다. 관악구의 경우도 0.21% 상승했다.
부동산 114 윤지혜 연구원은 “현재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아파트 공급이 이루어지는 서울은 수요 대비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매매가격 상승폭이 더 확대되는 양상이다”고 분석했다.
▲ 사람이 있는 집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빈 집이 많았다. 베란다에는 생활용품 대신 공사 자재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실제 거주 세대수는 864가구에서 278가구로 크게 줄었다. ⓒ스카이데일리
뉴스테이 소식에 주민들 역시 반색하는 분위기다. 조합관계자는 “주민들은 당연히 반기고 있다. 재건축 사업 충족요건인 주민동의서도 85% 이상 받은 상태다”며 “무엇보다도 그동안 불확실했던 재건축 사업이 정부주도로 진행돼 희망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아파트 조합 관계자는 “조만간 총회를 열고 기업형 임대사업자와 시공자를 선정할 예정이다”며 “주민과 단지 주변 안전을 위해서 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동안 정체됐던 강남아파트 재건축사업이 정부가 주도하는 ‘뉴스테이’ 사업에 힘입어, 흉물아파트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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