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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 둔 지난 12일 오후 7시 44분, 진도 5.1의 지진이 경주시를 강타했다. 지진 발생 48분 후에는 진도 5.8의 지진이 또다시 경주시를 뒤흔들었다. 이는 우리나라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지진으로 기록됐다. 지진이 발생하면서 경주에 있는 많은 집에서 벽이 무너지고 지붕이 내려앉았다. 놀란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지진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일주일 간 진도 2.0~3.0 사이의 여진이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지난 19일 오후 8시 33분 발생한 여진은 진도 4.5였다. 21일 오전 11시 53분에는 진도 3.5의 지진이 또 찾아왔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지난 21일까지 10일 동안 일어난 지진은 총 412회나 됐다. 이는 최근 7년 간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횟수를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스카이데일리가 계속되는 지진으로 공포에 떨고 있는 경주시를 찾아 피해현황과 주민들의 공포감을 2회에 걸쳐 취재·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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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경주시에서 발생한 진도 5.1과 5.8의 지진으로 인해 경주시에 있는 많은 가구가 직갑접 피해를 입었다. 이번 지진의 진앙지인 내남면에서 사는 최철순(72·여)씨의 집(사진)은 한쪽 벽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스카이데일리
[경북 경주·포항=이경엽 기자] “지난번 지진으로 담장이랑 벽이 무너져 내렸어. 여진 때문에 집이 완전히 무너질까봐 걱정돼. 자식들을 전부 외지로 보내놓고 혼자 사는데 어떻게 수리해야하나 막막해”
경상북도 경주시 내남면에서 만난 최철순(72·여)씨는 인터뷰 중에도 근심이 가득했다. 최 씨의 집은 한쪽 벽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스카이데일리가 경주시 내남면 덕천리를 찾았다. 기상청은 경주시 내남면이 지난 12일 48분 간격을 두고 일어난 진도 5.1, 5.8의 본진과 19일과 21일 일어난 진도 4.5, 3.5 여진의 진앙지라고 밝혔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신진구(79) 씨는 “12일 일어난 지진으로 마을회관 건물에 금이 갔다”며 “금 간 게 보기 싫어 페인트칠을 했는데 19일 일어난 여진으로 다시 금이 생겼다”고 한숨을 쉬었다.
덕천리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김정임 씨 집에 들어가 지진 피해상황을 확인해봤다. 외벽 곳곳에서 금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부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화장실 벽에는 커다란 금이 생겼고 일부 타일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부엌 벽 역시 갈라졌다. 김씨는 “집 곳곳이 갈라져 매우 불안하다”며 “이런 집에서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덕천리 곳곳에서 연회색 담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진으로 담장이 무너지자 주민들이 급하게 콘크리트 블록으로 새 담장을 만들었다.
덕천리에 거주하는 서남연(68·여) 씨는 “지난 12일 진도 5.8의 지진이 났을 때 지진으로 담장이 전부 무너졌다”며 “다행히 외지에서 사는 아들이 들어와 담장을 수리해줬다. 아들이 아니었으면 수리도 못했을 것이다”고 전했다.
주민들의 걱정은 여진 피해만이 아니었다. 일부 주민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할까봐 걱정했다. 내남면 덕천1리 이금열 이장은 “정부에서 지원 방안에 대한 지침이 나와야지 그에 맞춰서 지원 신청을 하든지 말든지 하는데 조사만 하고 지원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며 “ 하루빨리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직접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경주에 있는 상당수의 주택에서 지붕 탈락, 벽 파손, 담장 붕괴 현상이 발생했다. 경주시 내남면사무소 앞에는 무너진 담벼락의 잔해(사진)가 잔뜩 쌓여 있다. 주민들은 무너진 담벼락을 대신해 콘크리트 블록으로 새 담벼락을 쌓았다. ⓒ스카이데일리
지원여부 확답 못하는 경주시…대부분 ‘자가 복구’ 대상
지난 21일 정부와 청와대, 새누리당은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급 당·정·청회의를 열어 경주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키로 합의했다. 특별재난지역이 되면 정부가 재해 복구비를 지원한다. 피해 주민은 각종 세금과 전기·도시가스 등 공공요금을 감면받는다.
구체적으로 통신요금 1만2500원, 주택용 전기료 100%, 도시가스 1개월 감면 등의 혜택이 있다. 연리 1.5% 복구자금 융자 혜택도 있다. 홍수나 태풍이 아닌 지진 발생으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것은 경주가 첫 사례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대통령령인 ‘재난구호 및 재난복구 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재난지원금을 수령할 수 있다. 단 주택이 50% 이상 파손되거나 유실된 사람에 한해서 지급되기 때문에 이 규정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원칙적으로는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내남면사무소 박진범 주무관은 “지금도 피해 지원 가능 여부에 대한 전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며 “조사가 끝나야 어떻게 직접적으로 지원이 될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단 하나의 피해도 빼놓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박 주무관은 이어 “접수된 1000건의 피해 유형 대부분은 지붕 탈락, 벽 파손, 담장 붕괴 등이다. 전파(全破), 반파(半破) 등 중대한 주택 훼손 사례는 접수되지 않았다”며 “구체적으로 지원이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단순한 균열은 ‘건물주 자가 복구’ 대상으로 재산 피해로 집계되지 않아서 원칙적으로는 지원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시 역시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확실치 않다는 입장이다. 시청 관계자는 “현재 규정상으로는 지붕이 무너지거나 벽에 금이 간 정도로는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며 “중앙정부가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서 지원을 할지 아니면 원칙을 고수할지는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지진으로 경주지역 전역에서 광범위한 피해를 입었지만 자연재해대책법상의 규정으로 모든 피해주택에 재정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다”면서 “한옥기와 지원금 확대 등 정부에 피해지원과 관련한 요청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행법 상 지원금은 실제 복구비용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파 주택은 900만원, 반파 주택은 450만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 오래된 한옥이 모여 있는 황남동에는 기와 파손 피해를 입은 가옥들이 많았다. 사진은 위로부터 비가 새는 것을 막기 위해 방수포를 덮어놓은 지붕, 기와가 무너진 황남동 주민센터, 미쳐 복구하지 못한 기와지붕 모습 ⓒ스카이데일리
벽에 금이 생겨도 ‘경미한 피해’…오래된 한옥일수록 기와 탈락 많아
경주에서 지진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지역은 진앙지인 내남면이 아닌 황남동이다. 황남동 지역 대부분은 ‘고도 한옥보존육성지구’다. 특히 첨성로81길을 중심으로 피해가 심각했다.
많은 한옥들이 기와 파손 등의 피해를 입었다.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다녀간 황남동 주민센터 건물 역시 기와가 무너진 상태였다. 두 집 건너 한 집 꼴로 비를 막기 위한 방수포가 둘러쳐져 있었다.
문화재청은 기와탈락에 의한 지붕 파손은 정부의 지원 대상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지난 21일까지 한옥 기와지붕을 보수하기 위해 한국 문화재기능인협회에서 한옥 전문가 50명이 긴급복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457건의 응급복구를 완료했다.
황남동에 거주하는 주민 이용구(가명) 씨는 “황남동은 한옥보존육성지구로 거의 모든 건물이 한옥으로 구성돼 있다. 기와가 깨지는 등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며 “특히 새로 지어진 한옥보다는 오래된 한옥을 중심으로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수포가 둘러쳐진 집은 예외없이 오래된 건물이었다. 황남동 주민들은 “최근에 만들어진 교촌한옥마을은 피해가 거의 없던 것에 반해 우리 마을은 피해가 컸다”고 하소연했다.
교동 교촌한옥마을은 황남동 고도 한옥보존육성지구에서 5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지난 2010년 완공된 이곳 한옥마을은 지진 피해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황남동 거주자들 역시 재난지원금을 받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가 되더라도 주택이 50% 이상 파손되거나 유실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자료 : 경상북도 ⓒ스카이데일리
10일간 경주시 재산피해 4000여건…지붕 피해 많고 차량 파손도 적지않아
경상북도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집계한 재산피해는 총 4454건이다. 경주에서 발생한 재산피해가 가장 많은 4087건을 차지했다. 또한 경주 피해의 약 4분의 1이 진앙지인 내남리에서 일어난 것이다.
재산피해는 크게 지붕파손, 건물균열, 담장파손 등으로 나뉜다. 경주에서 집계된 4087건의 재산피해 중에서 지붕파손이 2031건, 건물균열이 1012건, 담장파손이 577건, 차량파손 등 기타가 467건이었다.
경주시민들이 이번 지진으로 가장 직접적인 금전 피해를 입은 것은 차량파손이었다. 택시 운전사 황주평 씨는 “한옥 건물이 많은 경주는 처마 밑에 차를 대놓는 경우가 많다”며 “지진이 났을 때 떨어진 기와로 인해 파손된 차량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진은 개인 재산뿐만 아니라 문화재도 피해를 입혔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22일 기준 지진피해를 입은 문화재는 총 100건이다. 이중 국보, 보물, 사적 등 국가지정 문화재는 절반이 넘는 52건이다. 문화재청은 지난 19일 일어난 진도 4.5의 여진으로 첨성대 남측면 정자석이 북쪽으로 3.8cm 이동했다고 밝혔다.
경상북도는 지진 복구를 위해서 지진 직후인 지난 13일 예비비 3억원을 긴급 책정한데 이어 17일에는 재난안전특별교부세 24억원을 추가 지원했다.
문화재청은 경주지진 발생에 따른 피해 문화재의 신속한 복구를 위해 긴급보수비 43억원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또 이미 지난 20일자로 1차적으로 20억원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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