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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생한 경주 지진으로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는 규모 2의 지진이 감지됐다. 소수의 사람만 느낄 수 있다는 규모 2에도 서울시민들은 공포를 느꼈다. 지진 발생 후 하룻동안 서울에서는 약 1700건에 달하는 지진관련 전화가 잇따랐다. 인구 최대 밀집 지역인 서울은 지진 발생시 최대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이다. 지난 7월 국민안전처가 서울을 지나는 남북단층이 있는 ‘중랑교’를 진원지로 설정해 시뮬레이션한 지진 피해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경주지진과 비슷한 규모의 6.0 지진 발생시 1433명이, 그 보다 강한 규모 6.5 지진 발생시 1만2778명이 각각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규모 7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일부 학계의 분석에 따르면 사망자가 무려 275만명이 되고 경제피해는 2848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이 같은 예측이 국민안전처에 보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더 주목되는 것은 시뮬레이션 결과 집중 피해 예상 지역은 대한민국 부촌의 상징인 강남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 이유는 한강 퇴적층(충적층) 때문이다. 지진파가 퇴적층 안에 들어가면 증폭하는 현상이 발생해 큰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스카이데일리가 경주지진 후 서울의 지진안전 대책이 허술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강도 높은 지진발생시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지역 상황을 금주의 이슈 포커스 시리즈로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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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6월 기준 서울시 내진대상 건축물 28만4409동 가운데 25%인 7만982동 건축물만이 내진설계가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내진설계가 서울시 평균 보다 다소 높은 강남3구의 경우도 30% 안팎을 보였다. 서초구 31%, 강남구 30.2%, 송파구 27.6% 등이다. 사진은 내진설계 비율이 비교적 높은 테헤란로 일대 빌딩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서울시 내진율 하위권…공공건축물, 도시철도, 도로시설물도 안전 미확보
기상청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수도권 내륙에서 규모 2.0~3.0 지진이 12차례 발생했다. 앞서 조선왕조실록에는 1518년(중종 13년) 7월 2일 지진이 발생해 성곽이 무너졌다는 기록이 있다. 1613년(광해군 5년)에는 지진 발생으로 집이 흔들렸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연세대 지구시스템학과 홍태경 교수에 따르면 당시 지진은 규모 7 이상인 것으로 추정됐다. 홍 교수는 “역사적 기록과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규모 6.5 이상의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지진 발생 위험성은 높아졌으나 내진 설계는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내진설계 의무규정은 지난 1988년 도입됐다.
▲ 최근 경북 경주 지진공포가 확산되면서 국토교통부는 23일 내년부터 내진설계 의무대상을 현행 3층 이상, 연면적 500㎡ 이상에서 2층 이상, 연면적 500㎡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내진설계 의무규정은 1988년 최초 도입됐는데, 당시에는 아파트가 포함되지 않았다. 아파트의 경우 1992년 6층 이상, 1996년 5층 이상 등으로 확대됐다. ⓒ스카이데일리
한국시설안전공단에 따르면 최초 의무규정 대상은 6층 이상, 연면적 10만㎡ 이상 건축물이었다. 당시에는 단독주택, 공장시설 등은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이후 내진설계 규정은 점차 강화돼 ▲1992년 6층 이상, 연면적 10만㎡이상 모든 건축물(단독주택 등 포함) ▲1996년 6층 이상, 연면적 1만㎡이상 모든 건축물 ▲2005년 3층 이상, 연면적 1000㎡ 이상 모든 건축물(창고, 축사제외) 등으로 변경됐다.
또 ▲2009년 3층이상, 연면적 1000㎡이상, 건축물높이 13m이상, 처마높이 9m이상, 기둥간거리 10m이상 모든 건축물(창고, 축사제외) ▲2015년 3층 이상, 연면적 500㎡ 이상 모든 건축물(창고,축사,작물재배사 및 표준설계도서에 따라 건축하는 건축물은 제외) 등으로 강화됐다.
건축법상 건축물 내진설계 기준에 따르면 1992년 6층 이상 아파트, 1996년 5층이상 아파트로 확대됐다. 국토교통부는 23일 내년부터 내진설계 의무대상을 현행 3층 이상에서 2층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건축물 698만6913동 가운데 내진 설계가 된 건축물은 6.8%(47만5335동)에 그쳤다. 내진 대상 건축물 143만9549동 중에서 내진 확보가 된 비율은 33%를 기록했다.
지역별 내진율 조사 결과 신축 공공 기관 건물이 많은 세종시가 50.8%로 가장 높았다. 반면 서울은 대구와 함께 27.2%라는 낮은 내진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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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 = 이미지 클릭 [그래픽=이은혜] ⓒ스카이데일리 |
▲ 자료:서울시 [그래픽=이은혜] ⓒ스카이데일리
강남 3구 역시 내진율이 취약하긴 마찬가지였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서울시 내진대상 건축물 28만4409동 가운데 25%인 7만982동 건축물만이 내진설계가 적용됐다. 강남3구의 경우 서초구 31%, 강남구 30.2%, 송파구 27.6%를 기록해 지진에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서초구는 건축물 1만8990동 가운데 내진대상 건물은 1만2215동이지만 불과 3790동만이 내진성능을 확보했다. 강남구는 건축물 총 2만4313동 가운데 내진대상 건물이 1만8246동으로 조사됐지만 내진확보 건물수는 5502동으로 집계됐다. 송파구는 건축물 2만4929개동 중 내진대상 건물은 1만6518동이다. 이 가운데 단 4563동만이 내진성능을 확보했다.
서울시는 13일 지진 확산을 대비해 ‘서울시 재난대응 1단계’를 발동했다. 앞서 지난 6월 ‘지진방재 종합계획’ 수립, 8월 ‘지진재난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을 만든 바 있다. 시는 “민간 건축물의 경우 점차 내진설계 대상기준이 확대되면서 기준 강화 이전에 지어진 건물에 대해 추가적인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아직 내진성능이 미확보된 공공건축물, 도시철도, 도로시설물 등에 대해 내진성능평가를 시행해 단계적으로 보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건축기획과 관계자는 “내진성능평가는 정밀안전진단에 따라 이뤄질 예정이다”며 “내진보강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설립중이나 자세한 사항은 답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강남개발 부촌단지 ‘압구정 현대아파트’, ‘개포 주공아파트’ 등 지진에 무방비
스카이데일리가 서울 잠원동, 삼성동 등 강남 일대 지역을 찾아갔다. 시민들은 최근 지진 이슈와 관련, “서울에 지진이 나면 끝이다”거나 “어떻게 대피할지 모르겠다” 등의 불안감을 내비췄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강남 일대 전통적 부촌 아파트다. 그러나 1976년 준공된 오래된 아파트로 내진 설계가 되지 않은 아파트다. 내진설계는 1988년 6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만m² 이상으로 짓는 주택단지부터 의무적으로 적용했기 때문에 준공연도가 30년 이상된 아파트는 내진설계가 없다.
아파트 주민 신은영(46·여)씨는 “인근 학원에 다니는 아들은 학원에서 의자가 흔들릴 정도로 느꼈다”며 “압구정 현대는 내진설계가 안 돼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방송에서는 집밖으로 나가라고 하고, 어떤 방송에서는 식탁 밑에 숨으라고 하고 해서 혼란스럽다”고 덧붙였다.
강남구 도곡동 개포주공 아파트는 건물 외벽 곳곳에 금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아파트다. 1980년대 초반 지어진 이 건물은 내진 설계가 안 돼 지진이 일어날 경우 큰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쉼터에서 만난 한 주민은 “얼마 전 일어난 지진을 느꼈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 않냐”며 애써 불안을 씻어내고자 했다.
▲ 197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지어진 강남 일대 아파트는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았다. 최근 지진 소식을 전해들은 주민들은 거주하는 아파트가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것에 대해 불안감을 내비췄다. 내진설계가 된 고층 아파트 또한 지진규모 5~6 에만 견딜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스카이데일리
삼성동에는 재건축을 앞둔 오래된 아파트가 위치했고, 벽돌을 쌓아 만든 조적조 빌라도 다수 모여 있다. 산책 중이던 주민 김모씨는 준공된 지 35년이 지난 홍실아파트에서 거주중이다.
그는 “오래된 아파트라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다”며 “이제까지 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한 위험을 느낀 적 없이 살았는데 막상 지진이 발생하면 무슨 대비책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두려워했다.
지하철 3호선 옥수역 인근에서 만난 김은경(56·여) 씨는 “지진 당시 거실에 앉아 TV를 보던 아들이 흔들림을 감지했다”며 “아들이 지진이 나면 우리 모두 옷장으로 숨자는 말을 하더라”고 했다. 이어 “지진이 나면 내진설계가 허술한 아파트는 더 위험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옥수하이츠아파트는 한강변과 가까운 곳에 위치했으며 준공된 지 18년이 지났다. 아파트 주민 정영순(60·여) 씨는 아파트의 내진설계 여부에 대한 질문에 “내진 설계 여부는 모르지만 21층 규모면 내진설계는 기본이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지하철 3호선 잠원역은 오래된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한강변 단지다. 1992년에 준공된 잠원한신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아직 지진에 대한 위험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지만 지방에서 난리가 나니 걱정이 된다”며 “아파트가 내진설계가 돼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1992년 건축된 잠원 한신아파트의 경우 변경되기 이전 당시 기준에 따르면 연면적 10㎡ 미만이기 때문에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았다”며 “그래도 건축물 건설시 기본적으로 낮은 지진 규모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까지 연면적 500㎡ 이상 모든 건축물로 내진설계 의무규정이 강화된 것은 강진을 대비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신축 아파트들은 내진설계가 비교적 잘 돼 있었다. 하지만 내진 설계가 된 아파트 거주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도곡동 일대 고가 아파트로 잘 알려진 대림아크로빌은 1999년 지어졌다.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백운(53)씨는 “불안해하는 주민들을 위해 ‘5.5~6.3 지진에 대한 내진설계가 돼 있다’는 공고문이 붙었다”며 “안심은 되지만 강진이 나면 속수무책이다. 불안하면 단층집으로 이사 가는 방법밖에 없지 않냐”고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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