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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일대는 한강으로부터 오랜 기간 퇴적된 자갈·모래·진흙 등 ‘충적층’(퇴적층의 일종)으로 이뤄져 있다. 화강암·편마암 기반인 타 지역 지반에 비해 지질이 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반이 약할 경우 작은 흔들림에도 큰 진동이 지표면에 전달될 우려가 높아 강남지역 일대가 지진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강남구 개포주공아파트 일대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서울시립대 사면재해기술연구센터가 서울 지질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석촌호수 일대와 잠실을 비롯한 대부분의 강남지역이 모래와 자갈이 쌓여서 만들어진 충적층 지역이다. 강이 끌고 온 퇴적물이 두껍게 쌓인 충적층은 서울이 한강을 중심으로 생긴 도시라는 점을 감안하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지층이다.
지난해 잠실 일대에 싱크홀이 자주 발생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싱크홀의 발생 배경에는 퇴적층이 굳지 않은 점이 상당히 작용하기 때문이다. ‘제2롯데월드 신축부지 지질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 일대 토질구조는 추정단층이 파쇄작용을 일으키며 관통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적시돼 있다.
‘추정단층’은 직접 단층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고, 지형상의 특징을 통해 단층으로 추정되는 단층을 말한다. 또 여기서 ‘단층’이란 외부의 힘을 받은 지각이 두 개의 조각으로 끊어져 어긋난 지질구조를 뜻한다.
지질 전문가들은 퇴적층에 지진파가 들어가게 되면 증폭되는 현상이 있기 때문에 만약 한강 주변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북대 지질학과 김영규 교수는 “굳은 암석과 충적층은 덜 단단하기 때문에 파의 진동이 커진다”며 “쉽게 말해 고무줄이나 플라스틱을 잡아당겼을 때 고무줄이 잘 튕겨 나오는 것과 같은 원리다”고 설명했다.
충적층은 액상화(지진으로 지반이 늪이 되는 것)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서경대 도시환경시스템공학과의 최재순 교수연구팀의 ‘액상화 발생 위험도’ 자료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 상당 구역이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경남 양산에서 규모 6.5 지진이 발생할 경우 액상화 위험도를 평가했다. 52개 시추공 데이터 분석 중 피해정도가 높은 곳이 14곳, 매우 높은 곳이 12곳으로 강남 지역의 절반을 차지했다.
▲ 서울 강남권은 대지 면적에 비해 인구가 많기 때문에 땅을 조밀하게 사용한다. 때문에 1층은 기둥으로 지탱하고 2층 이상에 방을 짓는 방식의 필로티 형 건물이 많다. 하지만 지진이 발생하면 하중이 수평방향으로 집중되기 때문에 지진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사진은 서초구 내 필로티형 건물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물론 충적층이라고 무조건 다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질학과 교수는 “충적층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는 “충적층은 어느 땅에나 다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게 두껍지 않다”며 “건물을 지을 때 보통 충적층을 걷어내고 기반암 위에 짓는다. 충적층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둥으로 세운 ‘필로티형 건축물’…지진 발생시엔 일반 건물보다 훨씬 더 위험
현재 지진 관련 학계는 한반도에 또 다시 큰 지진이 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예측들을 내놓고 있다.
연세대 지구시스템 과학과 홍태경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의 지층이 약해져 경주에 온 5.8보다 더 큰 강진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하지만 지진이 발생하는 간격은 길 것으로 관측되며, 최대 규모에 관해서는 학계 간에 이견이 있어 무어라 정해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 및 수도권은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도 규모 7의 지진 기록이 있을 만큼 안전하다고만 여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반도 지진 발생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널리 퍼져 있는 지진 취약 시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인구와 건축물 밀도가 높은 강남 지역에 대해서는 우려가 특히 더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은 대지 면적에 비해 인구가 많기 때문에 땅을 조밀하게 사용한다. 이 때문에 고층건물과 필로티 건물이 많은 편이다. 필로티 형 건물이란 건축물의 1층은 기둥으로 지탱하고 2층 이상에 방을 짓는 방식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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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 = 이미지 클릭 / 자료 : 서울시 건축물 내진설계 자가점검시스템 [그래픽=정인호] |
주목할 점은 이 필로티 구조의 건축물이 지진 발생 시 상당히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는 사실이다. 건물은 평소 중력에 따라 수직방향으로 하중이 작용하지만 지진이 발생하면 수평방향으로 하중이 집중되는데, 벽체가 아닌 기둥이 하부를 구성하고 있다면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건축업계 한 관계자는 “필로티 형 건물의 경우 구조적으로 기둥이 하중을 받는다”며 “만약 지진이 발생하면 그 진동과 에너지가 땅 양 옆으로 흔들리며 발생하는데, 만약 벽체가 있다면 이 횡으로 오는 힘을 벽체가 직각으로 버티며 견딜 수 있지만 기둥만 있는 필로티형 건물은 내력벽이 없기 때문에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서울시 역시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점검’을 통해 지진에 취약한 건물로 ‘필로티 구조’를 꼽았다. 서울시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점검 자료집에 따르면 필로티 형 건축물의 1층을 ‘연약층’으로 분류했다. 지진이 발생하면 이 연약층은 손상이 집중돼 붕괴가 발생하기 쉽다.
2002년도 9월 이후 허가된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1층에 주차장을 설치하는 것이 의무화돼 있다. 주거 용도의 건물들 1층 대부분이 주차장이고, 2층부터는 벽체로 구획된 경우가 많다. 이는 지진에 취약한 필로티형 건축물을 짓게 만드는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한민국 최대 상권 밀집지역 강남 일대, 지진 발생 시 옥외광고물 ‘시민 위협’
▲ 강남의 주요 상권에는 옥외간판물이 많다. 이들 간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접착력이 약해지며, 태풍과 홍수는 물론 지진에 취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자연재해에 대비해 정기적인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 ⓒ스카이데일리
매년 여름이 되면 지자체에서 태풍·홍수 등 자연재해에 대비해 옥외광고를 점검하곤 한다. 옥외광고물이 추락하고 파손되면 각종 피해가 유발되기 때문이다. 자연재해에는 지진도 포함돼 있다. 이는 대한민국 최고의 상권 밀집 지역인 ‘강남’이 지진에 특히 위험한 또 다른 이유다.
실제로 저녁이 되면 강남구 주요 상권이 휘황찬란하게 빛날 만큼 옥외광고물이 많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언제 어디서 추락할지 모르는 위험이 도심 한복판에 노출돼 있는 것과 다름 없다”며 “대형 상권이 밀집해 있는 강남의 경우 그만큼 더 위험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강남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은혜(25) 씨는 “평소에는 옥외광고물을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최근 경주에 발생한 지진으로 안전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이 간판들이 안전한지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강남구는 일정 이상의 옥외광고물을 신규 허용할 때 안전도 검사를 실시한 후에 허가를 내고 있다. 또 옥상 간판 연장신청을 받을 때는 안전도 검사 합격 필증을 첨부시켜야만 연장처리가 가능하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광고물을 정기적으로 순찰하고 관리 감독하고 있다.
지자체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려는 상존해 있다. 특히 앞으로 더욱 위험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앞으로 옥외광고물 관리법 개정으로 ‘자유표시구역’에는 다양한 광고판 설치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옥외광고물의 종류나 형태, 장소 등을 엄격하게 제한했지만 개정을 통해 규제가 축소될 예정이다.
특히 앞으로 강남 지역에 대한 옥외광고물 설치 규제가 더욱 축소될 것으로 전망돼 우려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최근 행정자치부는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지정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3개 도시의 7개 지역을 1차 후보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후보지는 강암구 코엑스 일대, 강남구 강남역사거리 일대, 서울시 중구 DDP 일대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사람이 많은 지역일수록 재난에 대비해 옥외광고물을 엄격히 관리해야 하지만 오히려 자유롭게 규제를 풀어주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강남구청 도시계획과 한 관리자는 “모든 간판을 자유롭게 다는 게 아니라 규정 범위에서 간판을 설치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을 것이다”며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지정은 아직 실행단계가 아니라 계획단계에 있기 때문에 확정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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