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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서점을 찾아 독서를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 2014년 11월 도서정가제가 정가의 10%까지만 할인하도록 개정되면서 도서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독자들이 많아진 것이다. 온라인 서점 업계도 중고서점 매장을 열어 매장 수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사진은 YES24 목동점에서 책을 보는 시민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구매해서 읽은 책을 집에 방치하지 않고 이를 되팔아 또 다른 싼 중고서적을 구매해 독서하는 것이 선순환 구조가 아니겠어요”
도서정가제 시행 후 중고서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14년 11월 도서 종류에 관계없이 정가의 10%까지만 할인이 가능하도록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도서 구매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중고서적을 찾고 있는 것이다.
중고서점이 인기를 끌면서 서점업계도 변화하는 추세다. 소위 ‘동네책방’을 흡수하며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 온라인 서점업체들이 속속 중고서점 시장에 진출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내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출판계는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중고서적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도서정가제 도입을 반대했던 이들은 군소 출판사들의 몰락을 가져 올 것이라며 불안해했다.
“책, 소장가치 있나요”…팔기위해 깨끗이 보고 책 판 돈으로 다시 중고책 구매
기자가 알라딘 강남점을 찾았다. 입구에는 ‘오늘 들어온 책 4264권’이라는 안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겉으로 보기에 일반 서점과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이곳은 중고서적을 전문으로 다루는 곳이다.
지난 1999년 오픈해 2003년 국내 온라인서점 중 최초로 흑자를 달성하기도 한 알라딘은 지난 2008년 온라인 서점업계 최초로 중고서적을 다루기 시작했다. 2011년부터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중고서점 매장은 알라딘이다. 알라딘은 지난 2011년부터 매장을 열었다. 알라딘을 방문한 고객들 가운데 “처음부터 중고로 되팔 생각을 갖고 책을 깨끗이 보려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사진은 알라딘 강남점 입구 ⓒ스카이데일리
이곳에서 만난 김민정(20·여) 씨는 “도서정가제 이후 책값 할인을 예전만큼 받지 못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격부담이 커졌다”면서 “일주일에 두 권 가량 책을 읽는 제 입장으로서는 아무래도 중고서적을 선호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와 비슷한 독서량을 보인다는 김진아(28·여) 씨는 “이곳의 장점은 아무래도 베스트셀러 코너가 없다는 것이다”며 “평소 잘 팔리는 책이 베스트셀러인지 잘 팔리게 베스트셀러로 지정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는데 아예 없다보니 방해받지 않고 책을 고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녀는 또 “요새 같으면 책을 팔기 위해 더욱 깨끗이 보려고 애쓰는 것 같다”며 “저렴한 가격에 책을 구매하고 또 비슷한 가격에 판매하고 남은 돈으로 다른 책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들었다.
중고서점에서 만나는 이들 대부분은 책이 더 이상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한두 번 읽고 집에 방치하는 것보다 이를 되팔아 다른 책을 구매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란 것이다. 또한 일반매장에서 절판된 책들을 중고서점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장점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온라인 대형서점들, 오프라인 중고서점 확산…출판계 ‘도서정가제 자충수다’ 울상
중고서점 인기의 배경으로 꼽히는 것은 단연 도서정가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자료에 따르면 도서정가제 시행 후 베스트셀러 16%, 스테디셀러 40%의 가격상승효과가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알라딘의 경우 올해만 7곳의 오프라인 중고서적 매장을 출점했다. 알라딘의 총 매장이 28곳, 도서정가제 이후 출점된 매장이 9곳임을 감안하면 급격한 증가세를 맞은 셈이다. 또 도서정가제에 맞춰 온라인서점업계 1위 YES24도 중고서점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 YES24는 개정 도서정가제 직후 ‘바이백’ 서비스를 시행했다. 이후 YES24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고려해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고 밝혔다. ⓒ스카이데일리
YES24는 도서정가제 시행 직후 온라인을 통해 중고책을 매입하는 ‘바이백(Buy back)’ 서비스를 도입했다. 중고서적을 매입해 이를 재차 온라인으로 되파는 방식이었다. 지난 4월에는 오프라인매장을 열기도 했다.
YES24의 첫 매장은 알라딘 강남점과 불과 150m 떨어진 곳이다. 과거 시티문고와 북스리브로가 자리했던 강남 롯데시네마 지하 1층에 오픈한 이곳은 830㎡(약 250평) 규모다. 중고도서 외에도 중고DVD, 중고음반 등 다양한 중고상품을 판매 중이다.
또 지난달 24일에는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 인근에 목동점을 추가 출점하기도 했다. 매장규모는 1157㎡(약 350평)로 강남점에 비해 크다. 이곳 역시 중고서적을 판매하지만 허름한 헌책방이 아닌 세련된 인테리어로 일반 서점과 큰 차이가 없다.
목동점에서 만난 노미화(30·여) 씨는 “겉포장을 과하게 해놓고 비싸게 받는 책들이 많은데 책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내용이 아니겠느냐”며 “주로 인터넷을 통해 책을 구매했는데 집 근처에 중고서점이 생긴 만큼 앞으로 자주 들릴 생각이다”고 말했다.
출판계는 이 같은 중고서적 열풍을 달갑게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출간 된지 1년이 채 안된 도서들이 원가에 비해 30% 이상 저렴한 가격에 중고서점에서 판매되는 등 매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에서다. 자연히 이 같은 열풍을 몰고 온 도서정가제에 대한 불만도 새어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지난 2014년 11월 개정된 도서정가제 시행 후 11개월 간 출판시장을 모니터한 결과에 따르면 17.7%의 업체들이 “매출이 하락했다”고 대답했다. 이들 중 78.6%는 그 원인으로 도서정가제를 꼽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출판업자들은 완전 도서정가제가 정착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속적인 매출하락으로 인해 결국 군소 출판사들의 몰락이 가속화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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