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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수색역 일대는 교통의 발달과 함께 성장한 곳이다. 1908년 4월 경의선 개통과 함께 수색역이 문을 열면서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졌다. 또 수색역 앞을 통과하는 수색로를 통해 경기도 고양·파주로 향하는 교두보 역할을 했다. 서울 북동쪽 관문 역할을 한 셈이다. 오랫동안 수색역 앞 삼거리는 연일 사람들로 북적였다. 배후지역에는 빼곡하게 사람들이 모여살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인구밀집지역이었던 수색 일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수색역 일대 계발 계획 수립이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불발되기 일쑤였다. 수색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동안 주변은 급격히 변해갔다.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는 월드컵경기장과 그 주변시설로 변했고, 그곳과 수색역 사이 부지도 디지털미디어시티(DMC)란 이름의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아울러 수색동 일대도 뉴타운 건설이 본격화 됐다. 최근 서울시가 수색열 일대에 대한 본격적인 개발계획을 재차 발표했다. 하지만 잡음이 새 나왔다. 하루빨리 개발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건물·토지주들도, 하루라도 더 장사를 계속하기를 원하는 상인들도 이번 개발계획에 대해 불만스러운 반응들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수색역 일대를 찾아 이 같은 불만의 배경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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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서울시는 수색역 및 일대 철도시설이전부지(사진) 등 총 32만3000㎡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 정면을 기준으로 왼쪽은 수색동, 오른쪽은 마포구 상암동이다. 상암동 일대에 디지털미디어시티가 조성돼 현대식 건물들이 즐비한 것과 달리 수색동은 대표적인 서울의 낙후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스카이데일리
수색역 삼거리에 서서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둘러봤다. 참으로 다양한 모습이 펼쳐졌다. 수색역 역사 뒤로는 거대한 규모의 MBC본사가 한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역 맞은편은 사정이 달랐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었다.
줄지어 서 있는 2~3층짜리 작은 건물들에는 족히 20년 안팎의 간판들이 매달려 있었다. 근래에 찾아보기 힘든 전당포와 일부 모음들의 네온사인이 떨어진 채 방치된 모텔 간판만으로도 이곳의 상황을 대변하기 충분해 보였다.
수색역 인근에서 18년째 대장간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회복(남·47) 씨는 “예전에는 정말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이 뉴타운 개발로 썰렁해졌다”며 “낡은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장간 건너편 철거지역에서 부동산을 하는 박성철(남·44) 씨는 “수색역 일대 건물주들의 경우 하루빨리 개발이 이뤄지기를 소원한다”면서 “계획은 20년도 전에 수립됐는데 지지부진하다 보니 모두들 지쳤다”며 엇갈린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수색역을 둘러싸고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개발을 지연시켜야 한다는 이들과 조속히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반응으로 양분되는 것이다.
수색역 일대 개발계획이 처음 수립된 것은 1993년 은평구 도시기본계획에 포함되면서 부터다. 하지만 진행은 더뎠다. 그러다 코레일이 2007년 수색역 일대 철도용지에 복합개발을 추진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 했으나 진척되지 못했다. 이후 박원순 시장이 지난 2013년 청사진을 발표하면서 구체화 됐다.
▲ 수색역삼거리는 과거 많은 유동인구를 자랑했던 곳이다. 외형은 과거모습 그대로지만 배후지역 일대가 뉴타운조성으로 인해 철거되면서 현재는 한산한 상황이다. 현재 이곳을 중심으로 한 일대 개발을 두고 찬·반 여론이 엇갈린 상태다. 이번 서울시의 개발계획 발표에 대해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같아 보였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서울시는 지난 2014년 발표한 개발계획보다 규모를 키운 새로운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DMC역 부지 3만5000㎡를 비롯해 수색역부지(17만2000㎡), 철도시설 이전부지(11만6000㎡) 등 총 32만3000㎡를 백화점·호텔 등이 포함된 복합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앞선 계획보다 철도시설 이전부지가 추가되면서 사업부지가 56% 증가했다. 서울시는 코레일과 함께 여의도공원 1.5배 규모의 이곳 부지에 대한 개발전략 및 사업추진방안 수립용역을 내달부터 시작할 방침이다.
수색역과 DMC역 위로는 복합역사가 들어서고 철로로 단절된 상암동과 수색동이 연결되는 도로가 신설된다. 서울시 측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수색동 일대를 개발해 지역의 균형발전을 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수색동 일대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개발을 찬성하는 측도 “시장 치적을 홍보하기 위한 계획안 발표였다”고 평가절하하며 “3년째 답보상태인 롯데쇼핑몰부터 해결해야 진정성 있는 것 아니냐”고 묻고 있다.
“결국 우릴 저버린 정책”…서민에 외면 받게 된 ‘서민시장’
지난 27일 오후 수색역삼거리에서 수색초등학교까지 이어진 수색로16길을 따라 조성된 수일시장은 한산해 보였다. 궂을 날씨를 감안해도 매대를 펼친 상인들 앞을 서성이기 민망할 정도였다. 상인들에 따르면 뉴타운개발로 인해 사람들이 빠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온종일 장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붐볐다고 한다.
매대 한곳에서는 간단한 안줏거리를 올려놓고 작은 술판이 벌어져 있었다. 30년 이상 인근에 거주했다는 한 노인은 “결국 서민들 챙기겠다는 박원순 시장이 개발논리를 앞세워 수색역을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 아니겠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상인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주민들이 빠져 나가면서 시장을 비롯해 주변 상권이 완전 기운 상태다”면서 “집 없고 땅 없는 우리 같은 서민들은 언제 쫓겨날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를 살아왔는데 적어도 이제는 쫓겨날 시기가 언제인지 명확해 졌다”며 재차 술잔을 입에 가져갔다.
인근에서 채소를 판매하는 김 모 할머니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김 할머니는 “대기업이 DMC역 근처에 대형 쇼핑몰을 세운다고 했을 때 여러 이유를 들어 반대하던 시장이었는데 종전보다 개발을 키우겠다는 것은 결국 롯데 쇼핑몰도 용인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스카이데일리
김 할머니가 언급한 대기업은 롯데다. 롯데쇼핑은 지난 2011년 DMC역 인근 상암동 1625번지와 이웃한 2개 필지를 매입했다. 지난 2013년 이곳에 3개동 연면적 34만㎡ 규모의 쇼핑몰을 짓겠다고 서울시에 허가를 요청했으나 아직 답보상태다.
백화점·영화관 등 각종 편의시설이 입점하게 될 이곳이 인근의 유동인구를 흡수해 은평구·서대문구·마포구 일대 전통시장 등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서울시가 상생을 이유로 논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 측의 사업신청을 두고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통과하기 전 서울시가 상생 TF팀을 꾸려 상권 영향을 분석한지 3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이 때문에 이번 수색역 개발사업이 결국 롯데쇼핑몰 승인의 기폭제가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오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서민시장’을 믿었던 영세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게 된 것이다.
DMC역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 중인 박정명(43·남) 씨는 “DMC역과 연결돼 있는 해당 부지는 결국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밖에 없는 입지다”고 평가하며 수색역 일대 개발사업 추진이 롯데쇼핑몰 허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쇼핑몰 확답 없이 수색개발 추진 못 믿어…결국 정치적인 쇼 아닌가”
수색개발에 찬성하는 측에서도 박 시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기존 개발계획보다 사업부지가 확대된 것에 대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인 이들이지만 “신뢰감이 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박 공인중개사는 “업계뿐만 아니라 부동산 소유주 및 주민들 사이에서 이번 개발계획에 대한 큰 동요가 없는 까닭이 말 뿐인 사업계획이라는 점이다”고 지적하며 “당장 롯데쇼핑몰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이 모호한 상태에서 과연 수색역 개발계획이 본격화 될 것이란 기대감을 품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곳에서 만난 인근 주민은 자신을 인근에 집 한 채 갖고 있다고 소개하며 “최근 대권 도전을 공식화 한 박 시장이 서북부 일대 주민들의 표심공략을 위해 확대개발계획을 발표한 것이 아니겠느냐”면서 “20년 넘게 재산권 행사조차 함부로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으로 살아온 주민들의 마음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 서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상생’을 외쳐왔던 박원순 시장(사진, 인물)이 이번 수색역세권개발로 인해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평가다. 개발을 위해서 롯데쇼핑몰 입점을 용인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그간 반대해 온 일대 전통시장들의 실망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사진은 수색·증산뉴타운 철거현장(오른쪽 위)과 이로 인해 발길이 끊어진 수색역삼거리 인근 수일시장 전경 ⓒ스카이데일리
지난 5일 북미를 순방 중이었던 박 시장은 미국 뉴욕 맨해튼 한인회관에서 열린 교민·유학생 간담회에서 내년 대선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대해 “내년 대선이 정말 중요하다. 어렵고 도탄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정권교체가 답”이라고 대답한 바 있다.
이 답변을 두고 “사실상의 대권선언”이라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실제 정치권 안팎에서는 서울시의 수색역세권 확대 개발 사업을 두고 ‘치적 쌓기’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수색역세권 개발 사업은 난항에 빠진 사업을 박 시장이 재차 추진시켰다는 점에서 시장 재임 중 반드시 진행돼야 할 사업”이라고 평가하며 “하지만 개발을 진행할 경우 롯데쇼핑몰 입점을 사실 상 승인하게 되는 꼴이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 경우 결국 그간 서민들을 위한 박 시장의 행보와 전혀 다른 상황이 연출되게 되는 상황”이라며 “망원시장 등 롯데쇼핑몰 입점을 반대한 이들을 포용한다며 적당한 ‘상생방안’을 홍보하면서 롯데쇼핑몰 사업을 용인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현재 박 시장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일대 ‘국제교류복합지구 사업’과 걷는 도시 서울’을 표방하며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활 비롯해 도심지역 5개 노선 총 25.4km의 도보관광길을 조성하는 ‘도심보행길 조성사업’ 등이 대표적인 ‘박원순식 개발사업’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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