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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내진설계가 법적 의무화되기 시작한 것은 1988년이다. 6층 이상 연면적 10만㎡ 이상 건축물(단독주택·공장시설 등 제외)에 한해 처음 규정이 적용됐다. 이후 내진설계 관련 기준은 해를 거듭할수록 강화돼 ▲1992년 6층 이상, 연면적 10만㎡이상 모든 건축물 ▲1996년 6층 이상, 연면적 1만㎡이상 모든 건축물 ▲2005년 3층 이상, 연면적 1000㎡ 이상 모든 건축물 ▲2009년 3층 이상, 연면적 1000㎡이상, 건축물높이 13m 이상, 처마높이 9m이상, 기둥간거리 10m이상 모든 건축물 ▲2015년 3층 이상, 연면적 500㎡ 이상 등이 차례로 적용됐다. 하지만 여전히 전국 67%의 건축물이 지진에 취약하다는 보고가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의 지진대비는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40년 넘게 한반도와 일본 일대의 지질을 연구한 일본 지진연구소 가사하라 교수는 서울에 지진이 오면 전멸할 가능성이 있다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아울러 서울은 다양한 역사문화시설과 각종 유물들이 전시된 곳이다. 특히 국립과 시립 등 공립 박물관 이외에도 규모가 큰 사립박물관들에 귀중한 유물들이 적지 않다. 서울에 지진이 난다면 반만년 눈부신 역사 중 많은 국보와 보물들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스카이데일리가 서울시내 주요 사립 박물관들을 찾아 이곳의 내진설계 등을 진단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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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림박물관(사진)은 총 8점의 국보를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신림본관 2층 전시실에는 국보 2점과 보물 9점이 전시돼 있다. 신림본관 건물은 지난 1998년에 지어져 내진설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스카이데일리
다수의 국보·보물 등을 소장하고 있는 서울 3대 사립 박물관 중 2곳이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아 지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일부 국립 박물관들 역시 내진설가 미비한 것으로 나타나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간송미술관, 리움미술관, 호림박물관 등은 국내 3대 사립박물관이다. 이들 중 2004년에 지어진 리움미술관을 제외한 나머지 두 곳은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건물들이다.
‘훈민정음’ 간송미술관 균열 투성 외벽…국보·보물 11점 호림박물관도 지진 취약
간송미술관의 경우 1938년 11월 완공됐다. 지어진지 78년 된 간송미술관은 건물 자체만으로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지만 오랜 세월만큼이나 외벽 곳곳이 갈라져 있었다.
스카이데일리가 방문했던 28일에도 갈라진 벽면 곳곳에서 물이 새 나오고 있었다. 전날 내린 빗물로 보였다.
▲ 간송 미술관은 80살에 가까운 건물의 나이를 감추듯이 하얀색 페인트로 외벽이 색칠해져 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곳곳에 물이 새고 갈라진 흔적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사진은 간송미술관 건물 외벽의 일부 ⓒ스카이데일리
이곳 미술관은 우리나라를 대표할만한 각종 문화재를 보유했다. 국보 70호 ‘훈민정음’, 국보 68호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 국보 135호 ‘신육복필 풍속도화첩’ 등을 비롯해 국보 12점, 보물 11점 등이 이곳의 대표적인 문화재들이다.
간송미술관 관계자는 “모든 국보·보물은 미술관 내 수장고에 잠들어 있는 상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유물들이 구체적으로 몇 층 어느 곳에 있는지 말해줄 수 없으나 외부 전시를 금하고 있는 만큼 관내에 잘 보관돼 있다”고 언급했다.
호림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성보문화재단은 국보 8점, 보물 53점 등 총 61점의 국가 주요 문화재를 보유했다. 이중 국보 2점, 보물 9점은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신림본관에 전시돼 있다.
▲ 국내 대형 사립박물관들에 국보급 문화재 수백점이 있지만 일반인들에 전부 공개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진에 무방비 상태인 유물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로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국보 74호 청자 오리모양 연적(간송박물관), 국보 169호 청자 양각죽절문 병(삼성미술관 리움), 국보 222호 백자 청화매죽문 유개항아리(호림박물관) [사진=문화재청]
호림박물관의 경우 2009년 완공된 신사분관은 내진설계가 적용됐으나 신림본관의 경우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상태다. 1998년 완공된 건물은 당시 내진설계 대상이 아니었다. 이곳 관계자는 “박물관이라는 특성상 약한 지진에는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지어졌다는 말은 들은 바 있으나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가지진 점검해보니…진도 6.0 지진 시 붕괴확률, 간송 50%·호림 65%
스카이데일리는 이들 두 건물의 내진성능을 점검해봤다. 서울시가 제공 중인 ‘건축물 자가 점검시스템’을 기초로 했다.
이 시스템은 건물 기둥 두께와 기둥 간 거리 등을 실측해 대입하는 방식으로 일반인들이 손쉽게 건축물의 내진성능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전문가의 정밀한 진단에 비해서는 부족하지만 개략적인 평가 후 상세진단 필요성 여부를 안내받을 수 있게 해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지진에 대비를 가능하게 한다.
▲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점검 시스템(사진)을 통해서 모든 건축물에 대해 지진 위험성을 직접 간단히 평가해 볼 수 있다. 기자가 직접 간송미술관과 호림박물관 신림본관에 대해 평가를 해본 결과 두 건물 다 지진시 붕괴 확률이 50%이상으로 나왔다. [사진 캡쳐=서울시 건축물 내진성능 자가점검 시스템]
해당 홈페이지(http://goodhousing.eseoul.go.kr/SeoulEqk/)에 접속해 두 건물의 주소를 입력했다. 시스템은 입력된 주소만으로 건축물대장을 검색해 해당 건물의 건축시기, 연면적, 층수, 용도, 구조형식 등이 자동으로 입력된다.
이를 통해 해당 건물의 내진설계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건물의 구조, 대략적인 모양, 노후도, 기둥 단면치수, 기둥 간 간격 등을 측정해 입력해 결과를 산출하게 되면 지진 발생 시 붕괴 확률을 확인할 수 있다.
간송미술관의 경우 리히터규모 6.0 지진발생 시 붕괴확률이 50%인 것으로 나타났다. 계단실이 건물 한쪽에 치우쳐있어 비틀림 현상이 발생하는 등 과다한 변형으로 인해 건물의 손상이 증가한다고 시스템은 설명했다. 또 구조체의 노후도 심각해 보수 보강이 별도로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강도의 지진발생 시 호림박물관 신림본관의 붕괴확률은 65%로 집계됐다. 시스템은 신림본관이 내부 공간을 구획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건물 구조 중 하나인 조적채움벽이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며 지진하중이 작용하게 되면 벽체가 파괴되거나 무너져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스카이데일리
사립만 문제일까…일부 국립박물관, 내진설계 적용無 “문화재가 위험하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 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더민주)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및 국립고궁박물관의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립고궁박물관 1층과 지하 수장고에는 국보 228호 천상열차분야지도, 국보 3310호 백자대호와 21점의 보물이 소장돼있다.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지하 4층에는 조선 최초의 구리활자 인쇄물 ‘십칠사찬고금통요’(국보 148호)와 조선시대 최고의 명의 허준의 ‘동의보감’(국보 319호)이 있다.
김병욱 의원은 “가정집이 무너지면 가재도구와 집기들이 파손되듯 박물관이 무너지면 그 안에 있는 귀중한 문화재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지 않겠느냐”면서 “경주에 예상치 못한 지진이 왔던 것처럼 예측 불가능한 지진에 대비해 귀중한 문화재들을 지진으로부터 지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고궁박물관 정현정 주무관은 “현재 개별 문화재 특성에 맞게 안전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향후 발생할지 모를 지진에 대비해 안정성 보강을 위한 설계가 진행 중이며 연내 보강시공에 들어갈 예정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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