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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의 영업점이 이종 업종과 제휴를 맺으며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부터 커피전문점 ‘폴바셋’과 협업해 은행 내 일부 공간을 까페로 만들었다. 은행 측은 이후 임대수익을 얻고 고객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우리은행 동부이촌동 지점 ⓒ스카이데일리
은행들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내방하는 고객 수가 감소하자 고객들을 유입시킬 새로운 유인책을 마련하며 돌파구로 삼고 있는 것이다.
저금리 기조로 인해 예대마진이 줄어들고 인터넷 뱅킹이 확산되면서 영업점 수는 감소 추세다. 우리은행의 경우 2013년 말 989개였던 점포수는 2014년 말 993개에서 2015년 말 956개, 2016년 6월 기준 932개로 줄어들었다.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영업점을 카페·갤러리·공연장처럼 꾸며 고객이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슬로뱅킹 영업점’이 등장하는가 하면, 이와 반대로 도넛가게와 편의점 등에서도 창구 수준의 은행업무가 가능한 곳이 생겨나고 있다.
카페가 은행 속으로…일부 불편사항들 있지만 취지엔 대체로 긍정적
우리은행은 이종업종 간 제휴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모습이다. 그 중 하나가 매일유업 커피전문점 폴바셋과의 협업이다. 지난 3월 우리은행 동부이촌동지점은 폴바셋과 함께 ‘카페 인 브랜치’(Cafe in branch) 점포를 개설했다. 이름 그대로 지점 내부에 카페를 만든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행동 패턴이 바뀌면서 점포를 방문하기보다는 모바일을 통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며 “기술적으로는 모바일 전문 은행이 증가하고 IT 기반으로 예금이나 펀드를 가입하기 때문에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의 수가 줄어들고 있어 점포수도 감소했다”며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해당 지점은 입구는 달리 사용했지만 내부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동일하게 해 두 공간 모두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부담을 줄였다.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한 후 은행업무 이용이 가능하며 반대로 은행 번호표를 뽑고 카페에 앉아서 순번을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커피 전문점과의 협업으로 임대수익을 얻을 뿐만 아니라 내방고객 또한 10% 가량 증가했다”며 “무엇보다 고객들의 체감 대기시간이 감소하는 등 유휴 점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 반응도 대체적으로 호의적이다. 이촌동에 거주하는 최정숙(60·여) 씨는 “음료 한 잔 시켜놓고 오래 앉아 있어도 부담이 없어 이웃 주민들 반응도 호의적인 것 같다”며 주변의 반응을 대신했다.
협업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있었다. 해당 영업점이 주거래은행이라는 서승기(44·남) 씨는 “은행이 카페로 바뀌면서 창구가 줄어 대기시간이 길어져 점심시간에 업무를 보기 어려울 정도다”면서도 “일부 불편사항을 보완한다면 좋은 취지의 변화”라며 도입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은행이 쇼핑몰 내 도넛매장 속으로 들어가 점포 이용시간도 맞춘다
▲ 우리은행은 지난 6월 ‘크리스피도넛’ 롯데월드타워점 일부를 은행 창구로 바꿨다. 쇼핑몰 이용 시간에 맞춰 5시 반까지 업무 시간도 늘렸다. 매장 관계자는 매장 일부를 줄여 창구로 만들었기 때문에 전체 고객 수에 변화는 없지만 은행업무를 보면서 도넛을 사가는 고객들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스카이데일리
우리은행의 경우 동부이촌동지점 속에 카페가 들어선 경우라면 이와 반대로 영업점이 일반 매장으로 들어간 사례도 있다.
지난 6월에는 크리스피도넛과 함께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내에 합작 점포를 출점했다. 영업시간도 쇼핑몰 이용시간에 맞춰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로 조정했다.
도넛가게인줄 알고 들어왔다가 은행창구를 보고 다소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한 방문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다소 생경한 풍경에 대해 불편함을 내색하는가 하면 새로운 시도라며 반기는 내방객도 많았다.
최성은(44·여) 씨는 “은행이면 은행이고, 도넛가게면 도넛가게지 음식점 내부에 은행이 있는 것이 썩 달갑지는 않다”면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즐기러 온 고객 입장에서는 어수선하고 산만한 것이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인숙(43·여) 씨는 “오히려 한 군데서 두 가지 일을 한 번에 할 수 있어 좋다. 도넛을 먹으러 온 김에 은행 일을 볼 수 있고, 은행 일을 보러 온 김에 기다리면서 도넛과 음료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이런 공간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크리스피도넛 매장 일부를 은행 창구로 바꾸면서 매장 공간이 줄어들었다. 자리가 없어서 나가는 고객들도 있고 반면에 도넛을 먹으러 왔다가 은행 업무를 보는 사람도 있고, 은행 업무를 보러왔다가 도넛을 사가지고 나가는 고객도 생겼다”고 말했다.
편의점 무인셀프점포 ‘디지털키오스크’…은행 점포 서비스 대부분 가능해
신한은행은 지난 6월 무인셀프점포 ‘디지털키오스크’를 CU 서울대서연점에 입점시켰다. 신한 디지털 키오스크는 ATM기로 영업점 창구 직원 수준의 업무처리를 지원하는 비대면 창구다.
신한 측 역시 창구방문고객이 줄어든데 따른 조치였다. 은행들이 저성장·저금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부담 그리고 핀테크 기술이 확산되면서 비대면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인점포 입점에는 24시간 운영되고 고객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점 등이 주효했다. 현재 해당 점포에서는 출금·이체부터 체크카드 발급 등 대부분의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통장·카드 신규 개설과 각종 증명서 발급은 물론 외환 업무와 대출 서비스도 가능하다.
▲ 신한은행은 BGF리테일과 제휴를 맺어 편의점 내에 비대면 업무 기기인 ‘디지털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키오스크에서는 일반 ATM에서는 이용할 수 없었던 카드·통장 개설과 대출, 금융상품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공휴일과 주말에도 신한은행 직원과 화상채팅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스카이데일리
슬로뱅킹과 반대개념인 ‘패스트뱅킹’이 적용된 이곳에서는 금융 상품에 대해 상담을 받고 가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입출금 계좌를 만들기 위해 원하는 카드와 계좌를 선택할 수 있다.
단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본인 명의의 핸드폰이 필요하다. 본인 확인용 절차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주민등록증을 투입해 스캔을 한 뒤 화상채팅을 통해 신한은행 직원과 실시간으로 상담할 수 있다.
영상통화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말·공휴일에는 오후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다. 일반 영업점의 영업이 끝나는 시간에도 편리하게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본인 확인 절차가 끝난 후 바이오 등록을 하면 손바닥을 대고 디지털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다.
CU 아르바이트 생 김선규(25·남) 씨는 “서울대 학생증이 농협카드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주로 농협은행을 이용한다. 신한은행 디지털 키오스트는 은행에 가지 않고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지만 농협은행이었다면 이용도는 훨씬 늘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디지털 키오스트를 이용한 이정열(40·남) 씨는 “편의점 근처에 다니고 있는데 신한은행이 멀리 떨어져서 이곳으로 오게 됐다”며 “막상 이용해보니 생각보다 편리한 만큼 은행이 먼 지역에 이 같은 무인점포가 늘어나면 더욱 편리해 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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