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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어랩협동조합(사진)은 지난 2014년 12명의 출자자가 모여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수제 맥주 양조 공방을 열었다. 공방에서는 수제 맥주 양조와 시음을 할 수 있다. ⓒ스카이데일리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빌딩 지하 1층에 있는 맥주 양조 공방. 이곳에는 맥주를 만드는 공간과 수입 맥주를 판매하는 공간이 함께 마련돼 있다. 공간 한 편에는 맥주 전용 술잔들이 진열장에 가지런히 전시돼 있다.
이곳은 비어랩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비어랩’이다. 12명의 출자자가 지난 2014년 10월 첫 총회를 열고 조합을 만들면서 문을 연 수제맥주 공방이다. 현재 비어랩을 운영하는 조합원은 총 24명으로 처음에 비해 2배나 늘었다.
비어랩에서는 수제맥주 시음 및 양조 체험이 가능하다. 시중에서 찾기 힘든 수입 맥주의 판매도 함께 이뤄진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다양한 편이다. 평일에는 주로 직장동료들끼리 워크숍 차원에서 방문하는 이들이 많다. 또 양조 체험을 희망하는 일반 개인 손님들도 지인들끼리 팀을 꾸려 찾는 편이다.
비어랩의 구충섭 조합장에 따르면 현재 비어랩 방문자 수는 한 달 기준 비수기(11·12·1·2월) 20~30팀, 성수기(7·8·9월) 40~50팀 등이다. 참가비용은 맥주의 종류나 양조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재료비를 포함에 1인 당 평균 5만원 가량이다. 참가자들은 본인이 만든 수제맥주를 직접 가져갈 수도 있다.
참가비용은 맥주의 종류나 양조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재료비를 포함해 1인당 5만원 선이다. 10만원에서 12만원 정도의 참가비를 내면 20리터의 맥주를 만들어 1리터짜리 페트병 20개를 가져갈 수 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작업…“수제 맥주는 곧 요리”
▲ 구충섭 비어랩협동조합장(사진 왼쪽)과 이선재 조합원은 수입 맥주 업체인 ‘KnR 코리아’를 합께 설립한 사업 파트너 관계다. 이들은 맥주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맥주 양조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구 조합장은 비어랩 창설을 직접 주도한 인물이다. 현재 그는 공방에 상주하며 직접 관리를 맡고 있다. 구 조합장은 벨기에 맥주 수입업체 ‘KnR 코리아’를 설립한 수입맥주 유통업체 사장이기도 하다. 현재 KnR 코리아 사무실은 비어랩 공방의 아래층인 지하 2층에 자리하고 있다.
구 조합장은 “의류 회사를 다니다가 스트레스를 받아 연차를 내고 맥주가 맛있기로 유명한 벨기에로 여행을 떠났다”며 “2014년 10월에 회사를 그만두고 같은해 12월에 조합과 KnR 코리아를 동시에 설립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양조장을 만들려고 했던 게 협동조합의 설립목적이다”고 강조했다.
이선재(32) 조합원은 구 조합장과 함께 KnR코리아의 경영을 맡고 있는 사업 파트너다. 또 협동조합의 조합원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 양조장에서 실시하는 각종 프로그램의 안내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조합원은 “2012년쯤부터 구 조합장과 맥주 모임에서 만나 인연을 이어왔다”며 “당시 모임은 대기업 전무, 전직 맥주 회사 직원 등 전혀 다른 세계에 있던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는데, 맥주라는 공통분모 하나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의미 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맥주를 한 번 만드는 데 최소 3시간에서 최대 6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양조장을 찾는 분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편이며, 대부분 참여도가 높고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이 씨는 수제맥주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그는 “수제 맥주는 요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힘들게 만든 맥주를 본인이 직접 다 먹는 사람들은 드문 편이다”며 “지인들에게 선물용으로 많이 만들고, 나중에 긍정적 반응을 얻는데 의미를 두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맥주 양조 교육기관에 다니다가 지난 달 처음 조합원으로 참여한 김주봉(28) 조합원은 본인의 만족 보다는 타인을 만족시키기 위해 맥주를 만든다고 했다. 그는 “한 번은 몸이 좋지 않아 맥주 만드는 것을 잠시 중단한 적이 있는데, 주변에서 먼저 맛있는 맥주를 왜 안 만드냐고 물었다”며 “그렇게 알아봐 줄 때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김 조합원은 “맥주 양조의 매력은 ‘즐거움’이다”며 “맥주 양조 과정에서 80%는 설거지인데, 한 번도 힘든다고 느낀 적 없고 오히려 즐겁다. 사실 집에서는 설거지를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똑같은 맥주라도 먹는 법 따라 맛 천차만별…창업하려면 궁합 맞는 음식 염두”
▲ 비어랩을 찾아가면 직접 맥주를 양조할 수 있다. 구충섭 조합장에 따르면 평일에는 주로 기업 고객들이 많이 찾으며 주말에는 개인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맥주 양조 과정 모습 ⓒ스카이데일리
구충섭 조합장은 일반인들이 수제맥주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사실 각각의 계절에 맞는 맥주가 있다”며 “예를 들어 여름에는 찬 맥주 종류를 먹으면 좋고, 겨울에는 도수 8도 이상의 독한 맥주가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맥주와 음식의 궁합을 표현할 때 흔히들 ‘페어링(pairing)’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맥주를 즐길 때 이것이 특히 중요하다”며 “라거(저온에서 일정기간 숙성시킨 맥주)종류는 치킨과 같은 기름진 음식과 어울리고, 높은 도수의 맥주는 치즈나 초콜릿 혹은 맥주 자체로 즐기는 게 좋다”고 추천했다.
구 조합장은 “맥주 창업을 하려면 페어링을 특히 염두할 필요가 있다”며 “와인과 달리 맥주는 각기 색상부터 명확하기 때문에 어울리는 음식도 명확하게 구분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맥주 페어링을 하는 펍(Pub)들이 생겨날 것이다”고 전망했다.
구 조합장에 따르면 비어랩협동조합은 페어링을 강조한 맥주 펍(PUB)인 ‘보리마루’를 오는 10일 오픈할 예정이다. 매장은 경복궁역 4번 출구 옆에 위치해 있다. 향후 조합은 비어랩 조합원이 운영하는 지점 방식으로 보리마루 매장을 하나 둘 늘려나갈 계획이다.
구 조합장은 “보리마루와 같은 컨셉의 펍을 최소 5개 이상 만들고 싶다”며 “펍을 판매처로 두고 양조장을 공급처로 만들어 질 좋고 맛있는 맥주를 경쟁력 있는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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