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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은행들의 과도한 고객유치 압박으로 소속 행원들은 실적을 채우기 위해 변칙영업에 나서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은행원들 간에 실적 교환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경영상 중대오류 가능성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4대 금융지주 본사 ⓒ스카이데일리
최근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시중은행들의 영업 활동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행원들 간에 실적 교환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영업 압박에 내몰린 행원들이 인터넷 상에서 만나 서로 상대방 은행의 상품을 가입해 주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경기침체 영향 수익성 악화 시달리는 시중은행들
1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최근 금리 하락 현상이 지속되고 경기 침체 현상이 이어지면서 시중은행들의 실적 악화가 점차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대차 수입을 위주로 한 큰 은행들의 특성상 최근의 실적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은행들은 더욱더 활로를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역대 최저 수준인 1.97%P를 기록했다. 예대금리차는 대출 금리에서 예금 금리를 뺀 수치를 말한다. 시중은행들의 이자이익 역시 지난해 33조4900억원까지 떨어졌다. 이 수치는 기준금리가 3.25%였던 지난 2011년 39조1000억원을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예대차나 이자이익 등의 수치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수치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은행들에게 직접적으로 미칠 위기의 시그널로 간주되고 있다.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는 올 2분기까지도 지속됐다. 이 기간 중 국내 은행들의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은 줄줄이 하락세를 보였다. ROA는 총자산에서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 ROE는 총자본에서 당기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각각 뜻한다.
이들 두 지표 모두 은행의 수익창출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쓰인다. 지난해 시중은행의 평균 ROA는 -0.08%로 전년 동기대비 0.50%p 하락했다. 평균 ROE 역시 전년 동기(5.55%) 대비 6.62%p나 하락한 -1.07%를 나타냈다.
국내 은행들의 평균 순이자마진(NIM) 역시 1.56%로 전년 동기 대비 0.02%p 하락했다. NIM은 금융기관이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차감한 후 이를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다. 금융기관의 수익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쓰인다.
비이자이익 역시 1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2조5000억원에 비해 6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비이자이익은 은행 수익에서 이자 이익을 제외한 것을 말한다.
▲ 저금리와 경기불황의 여파로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행원들이 영업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상호 실적을 교환하는 행태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의 대출창구 ⓒ스카이데일리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신규 고객 유치”…실적 압박에 잡상인 같은 은행원들
실적 부진이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시중은행들 대부분이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우선적으로 주고객층 확대를 위해 현재 판매 중인 상품에 대한 영업력 강화 행보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각종 부작용이 불거져 나와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다른 은행원들 간 실적 교환 행위는 심각한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는 다수의 가짜고객을 양산해 향후 은행의 경영적 판단에 심각한 오류를 발생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은 금융거래 실적을 포인트로 모아주는 통합멤버십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KEB하나은행의 ‘하나멤버스’를 시작으로 올해 1월 우리은행 ‘위비톡’, 6월 신한은행 ‘신한 판클럽’ 등이 연이어 등장했다. KB국민은행 또한 KB멤버스(가칭)를 준비 중이다.
가장 먼저 출시된 하나멤버스는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수 660만명을 돌파했다. ‘위비톡’ 역시 지난달 22일 기준 200만명을 넘어섰다. ‘신한 판클럽’ 또한 판페이(어플로 이용하는 카드)를 포함해 600만명에 달했다.
그런데 이처럼 단기간에 많은 고객 수를 증가시키는 과정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한 은행 측의 영업 압박이 한 몫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한생명 한 직원은 “회사에서 한 사람당 50명씩 ‘신한 판클럽’ 고객 유치를 강요했고, 추천인 코드에 직원번호를 입력하도록 해 실적을 평가하기까지 했다”며 “영업사원도 아니었는데 영업하러 다니느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우리은행 역시 단기간에 위비뱅크 ‘위비톡’ 이용자 수를 늘리기 위해 행원 당 100~500명의 할당량을 부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나은행 역시 150~200여명의 할당량이 주어져 내부 직원들의 원성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하나은행을 이용한 한 고객은 “하나은행 계좌를 만들러 갔는데 직원이 편리한 어플리케이션이 있다며 직접 깔아주고, 추천인 코드에 본인 직원번호를 입력했다”며 “동의 없이 행동하는 것을 보고 무례하다고 생각했지만 영업압박이 장난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난후 오히려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고객 유치경쟁 과정서 경쟁사 직원과 실적 교환 등 보여주기 식 영업행태 만연
▲ 자료 : 포털 사이트 은행원 모임 카페 캡쳐 화면 ⓒ스카이데일리
은행 측의 과도한 영업 압박 때문에 각종 편법까지 등장하고 있다. 특히 지인영업을 넘어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바일과 온라인상에서 실적을 교환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얼굴도 모르는 상대방이 타 은행 소속 직원이라는 사실이다. 은행원들끼리 실적을 교환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모바일의 익명 게시판 어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는 ‘하나멤버스(하나은행)와 위비톡(우리은행)을 교환해 실적을 올리자’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외에도 타 은행원끼리 실적을 교환하기 위해 쪽지를 달라는 게시물들이 비일비재했다.
모바일 통합 멤버십 가입 외에도 카드나 보험 등의 실적 교환 글도 눈에 띄었다. 특히 신입 직원의 경우 펀드를 팔기 위해서는 자격증이 필요하고, 보험은 방카슈랑스 담당자가 별도로 지정이 돼 있기 때문에 주로 카드 영업 위주로 교환을 진행하고 있었다.
블라인드 외에도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 내 금융관련 직장인들의 모임 카페 등에서도 실적 교환 게시물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자신을 우리은행 직원이라고 소개한 한 회원은 “카드 프로모션으로 고민이 많다”며 “현재 신한·KB·롯데카드가 있고 그 외에는 없으니 실적을 교환하자”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해당 게시물 아래에는 댓글이 계속 달리고 있었다. 다른 은행 직원이라고 소개한 카페 회원은 실적교환이 지금도 유효한지 물어보기도 했다. 또 해당 게시물에는 ‘실적압박이 너무 힘들다’, ‘실적교환을 하도 많이 해서 신용카드를 또 발급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등 은행원들의 고충을 드러내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 카페에서 타 은행원끼리의 실적교환은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같은 은행 직원들 간에 실적 교환을 시도하기도 했다. 심지어 실적을 거래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실적을 알기 위해서 고객이 깐 앱에 행번을 입력해야 하는데 내 할당량을 다 채운 뒤에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며 “이 때 나에게 온 고객이 있으면 사전에 이야기 된 다른 행원 행번을 넣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은행원은 인바운드 영업으로 카드 실적을 채울 수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얼굴도 모르는 이들에게까지 영업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카드나 어플 실적을 위해 각종 서류를 쌓아 들고 다니면서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부탁하고 다녔다”며 “그래도 실적 채우는 게 어렵다 보니 온라인 상에서 거래를 하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실적과 개수 채우기는 과거의 후진적인 영업행태임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직원들에게 이를 강요하고 있다”며 “허수의 실적을 채우는 상황으로 직원들을 내모는 것은 사기를 저하시킬 뿐이며, 장기적으로는 경영적 판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직원들이 실질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CEO들이 나서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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