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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深頌(심송)안호원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열린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여호와께서는 자기 백성을 버리지 아니하시며 자기의 소유를 외면하지 아니하시리로다”
<시편 94 : 14>
정세균 국회의장의 ‘맨입에...’라는 진실의 속말(?)을 들으면서 떠오르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이다. 이 영화에서 북한군 장교가 동막골 촌장에게 “영도력의 비결이 뭐냐”고 물었더니 촌장이 씨익 웃으면서 “뭘 좀 많이 처 먹여 주면 되지 뭐...” 영화에서처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앞 다퉈 청년들에게 수당 지원을 확대하는 등 대선을 겨냥한 ‘수당정치’에 나서고 있다.
영도력을 입증이라도 하듯 청년들에게 맨입으로는 안 되니까 뭔가를 먹여주려는 정책을 쓰고 있다. 나중에 늘어날 빚은 생각지도 않고, 지방세를 내는 주민은 아랑곳없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청년수당’을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행하면서 비난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시적 청년수당 청년일자리 해법 아니다…포퓰리즘·노이즈 마케팅 구분해야
박원순 시장은 이미 취업 준비생 3000명에게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50만원을 청년수당 명목으로 지급했는데, 급하게 서두르다보니 자격요건이 맞지 않은 청년들에게까지 지급한 것을 알고 뒤 늦게 환수조치를 취하며 선정방법에 대한 실수를 인정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부자 집 청년들까지도 미취업자로서 청년수당을 받고 있고 있지만 아무런 제재조치도 없다는 것이다.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무상급식·무상교복·무상산후조리원 등 무상복지 시리즈를 내놓고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해 9월부터 ‘청년배당’정책을 시작했는데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19~24세 청년에게 연 100만원씩 성남 내에서만 사용 가능한 상품권을 지급하는 정책을 펼쳐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두고 사실상 대선출마를 겨냥한 선심성 ‘보조금 정치’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통점은 두 시장이 모두 진보성향으로 야권대선 후보군이라는 것이다. 많은 이들로부터 ‘속뵈는 짓거리’이라며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받지만 개인의 인기에는 그런 비판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 ‘노이즈마케팅’까지 불사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일자리 자체를 늘리는 게 아니라 한시적으로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청년 일자리 문제에 대한 해법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를 해법인 것처럼 포장을 하고 청년들의 표를 탐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지난 8월 시행직전 보건복지부가 직권취소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 독단적으로 무리하게 강행한 바 있다.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정책이 남발되는 것을 유권자들이 경계할 필요가 있다. 달콤한 미끼를 던져 유권자들을 유혹하지만 사실상 그 재원은 지역주민들이 낸 세금에서 충당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결국 제 살 제가 먹는 꼴인 셈이다.
이 같은 지역단체장의 행태는 평소엔 언론이나 정국의 중심에 설 수 없지만 논쟁이 되는 정책 이슈를 제기하다보면 주목도가 높아진다. 바로 이를 노리고 자연스럽게 대선주자 후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라도 수당 정치나 보조금 정치를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다 국회의원과는 달리 지자체단체장은 정책을 바로 집행 할 수 있다는 이점도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청년만큼 중요한 노인복지…나홀로 청년보다 위험한 나홀로노인
그러다보니 본인의 뜻과는 달리 오해의 소지가 클 수도 있다. 좀 더 아쉬운 소리를 하자면 표는 똑같은 한 표임을 말하고 싶다. 청년의 표만 중요하고 노년층 표는 무시해도 된다는 식의 잘못된 사고를 지적하고 싶다. 어렵기는 다 마찬가지다. 그러나 청년들보다는 노년층이 더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적 빈곤은 물론, 외롭게 소일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노인들이 생각보다 많다. 딱히 쉴 곳도 마땅치 않다. 목숨만 붙어 오래 살고 있을 뿐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것이다.
얼마 전 ‘노인의 날’도 변변한 기념식 행사도 없이 쓸쓸하게 보냈다. 살다보면 언젠가는 늙은 때가 오지만 아무도 위기를 느끼며 관심을 갖고 있는 정치인들이 없다. 저출산·청년실업 등에는 그나마 일부 의원들이 관심을 보이며 정책을 입안하지만 정치인들이 사회이슈가 되지 않는 노인 정책에 대해서는 무관심 한 것 같아 안타깝다.
필자가 어르신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대부분의 노인들은 가족이 있어도 외롭고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남성의 노인들은 한 평생 여가 생활을 즐기는 생활보다는 가장(家長)으로서 가족에 대한 책임을 느끼며 오직 가족 생계를 위해 분주하게 살아왔다. 취미생활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퇴직 후 사회생활을 할 때와는 달리 급속히 줄어든 인적 네트워크와 부족한 경제력·가족 간의 소외감을 비롯해 내조자로부터 무능력자로 무시를 당하면서 허탈감에 빠져 우울증을 앓고 있는 어르신들도 예상 외로 많다. 또 오래 살다보니 또래 친구들이 없다는 것도 우울감에 빠지게 하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영등포공원에서 만난 한 노인은 “왜 공원에서 혼자 외롭게 있느냐”고 묻자 “다행히 정부의 혜택으로 돈이 안 드는 지하철이 있지만 대화가 가능한 또래가 없고, 또 막걸리 값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돈이 없으니 야외로 나가는 것도 싫어졌다”고 한다.
이어 그는 “자식들이 알아서 용돈을 주면 좋겠는데 제 새끼들만 알지 부모는 안중에도 없다”며 “자식 키워보았자 아무 소용없다는 걸 뒤늦게 알고 후회하는데, 혹시 재산이나 돈 갖은 거 있으면 절대 자식들에게 주지 말고 갖고 있어야 죽기 전 까지 대접을 받는다”고 충고 아닌 충고를 한다. 젊은이들만 힘들고 젊은이들만 혼자 사는 게 아니다. 상당수의 노인들이 혼자 산다.
가정이 있어도 현관문을 넘어서면 주거공간이 구분된다. 함께 살지만 타인으로 사는 것이다. 분리된 공간은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젊은이든 노인이든 혼자 사는 사람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들이 함께하는 것은 특별한 기념일 등 행사 때 식사를 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노인들이 전체 우울증 환자의 40%나 되었고, 이들은 60세가 넘은 샌드위치 세대다. 밥맛도 없고 잠도 제대로 못 잔다. 월 소득이 낮은 노인일수록 불안감을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OECD 노인 빈곤율 1위, 고령층의 나 홀로 노인 급증 등으로 부끄러운 나라가 되어버린 우리나라. 이미 노인 정신건강에 적색 불이 켜진지 오래다.
해결책 마련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젊은이문제보다 더 큰 사회문제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자신도 언제인가는 늙고 병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서울시장·성남시장 국가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 걱정도 좋지만 이 나라를 부유하게 이끌어 온 노인층에도 관심을 갖고 선심성이 아닌 노인 정책도 함께 추진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한 표의 효과는 똑같지만 배려하는 가치는 더 클 수도 있다는 것을 감히 지적한다.
“내가 너희를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아니하고 너희에게로 오리라” <요한복음 14 :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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