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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녹색심장으로 불리는 관악산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임을 만들었다. 숲 해설가로 구성된 ‘관악산 숲 가꿈이’ 회원들은 관악산 생태계를 수호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이다. 사진 왼쪽부터 전양순, 김미란, 이정숙, 김미란, 박병산 회원 [사진=박미나기자]
서울 한강 남쪽에 솟아있는 관악산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였다. 바로 ‘관악산 숲 가꿈이’ 회원들이다.
이곳은 숲 해설가로 구성된 비영리단체다. 지난 2008년 관악구청과 시민단체 생명의 숲이 공동으로 관악산을 가꾸는 일을 추진하고 ‘관악산 숲 가꿈이’를 양성하기 위해 출범됐다.
‘관악산 숲 가꿈이(이하·숲가꿈이)’에서는 매년 20명의 숲 해설가를 양성하고 있다. 이들은 ‘관악산에서 놀자’, ‘숲속생태체험관 구연동화’ 및 ‘생태체험활동’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및 지원한다. 지난 2011년부터는 숲속생태체험관(舊·숲속도서관)을 위탁 운영 중이다.
관악산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이들은 시민들에게 올바른 숲 탐방 문화를 알리는데 주력한다. 아울러 지역주민과 탐방객들이 관악산을 지키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이끄는 역할도 자처한다.
서울의 ‘녹색심장’ 관악산…올바른 숲 탐방문화 알리기 위해 탄생
북한산·남한산·계양산 등과 함께 서울 일대를 감싸고 있는 관악산은 서울 남쪽자락에 위치한 대표적인 산이다. 울창한 숲과 많은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서울의 녹색심장이라 불리기도 한다.
비교적 좋은 접근성으로 인해 서울 및 근교에서 즐겨 찾는 등산명소기도 하다. 연평균 700만명이 찾는 이곳은 많은 등산객들이 찾을수록 생태계 훼손도 심각하다는 것이 회원들의 설명이다.
“도토리를 찾기 위해 막대로 바닥을 뒤적거리면서 다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요. 다람쥐나 청솔모 등은 뭘 먹고 살라는 건지. 산을 사랑한다며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숲을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자연을 파괴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들은 등산을 하다가도 산림을 훼손하는 등산객들을 보면 자신들도 모르게 잔소리를 하게 된다고 한다. 사진은 왼쪽부터 박병산, 전양순 회원 ⓒ스카이데일리
자연물 공작전문가이기 때문에 백합선생으로 불리는 이정숙(73) 숲 해설가는 숲을 찾는 이들의 배려를 강조했다. 전양순(56) 코디네이터도 한 마디 거들었다.
“종종 멧돼지들이 산을 내려와 소동을 부리는 것도, 다른 동물들이 도심에서 발견되는 것도 모두 음식이 부족해서입니다. 동물들이 먹어야 할 것을 사람들이 몽땅 주워가기 때문이죠. 생태계를 지키는 활동을 하는 저희로서는 그런 모습을 목격할 때 참으로 못마땅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회원들은 관악산 생태를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수로에 쌓인 낙엽을 치우고 나무를 심는 등의 활동에 적극적이다. 또한 생태체험교실을 운영하며 유치원·어린이집 원생들을 대상으로 숲을 체험하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도 열심이다. 숲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 주자는 취지다. 올해부터는 장애아동 어린이집으로 대상을 넓히기도 했다.
숲 속 함박웃음 아이들 “입가 미소 절로…퇴직 후 허전함 봉사로 달래요”
회원들은 숲 체험 문화프로그램 봉사를 통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얻는다고 전한다. 소위 ‘힐링’하고 있는 셈이다. 이곳에는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봉사를 시작한 사람들도 많다.
박병산(58) 숲 가꿈이 회장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장난기 가득한 첫 인상과 달리 박 회장은 군인 출신이다. 과거 서초구에 위치했던 육군 정보사령부에서 복무한 전력이 있다. 이곳은 대한민국 첩보 사령부이자 국방정보본부 예하 조직이다.
은퇴 후 박 회장은 경기도 안양시 사회복지사로 활동하고 있다. 숲 가꿈이 뿐만 아니라 안양지역 경로당을 돌며 어르신들을 돌보는 것이 그의 일상이다.
“오래전부터 관악산을 자주 찾곤 했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산행이었죠. 하루는 우연히 숲 해설가 분들이 교육하는 모습을 보게 됐죠. ‘아 저런 활동도 있구나’하며 관심을 갖던 차에 우연히 기회가 닿아 함께하게 됐습니다”
김진숙(52) 프로그램 팀장은 독서지도사로 활동해오다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김 팀장은 장애아동이 변화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처음에는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던 장애아동들이 프로그램 기간(4월~11월) 동안 정말 많이 변했어요. 두 달 정도만 지나도 차분하게 변화하더군요. 정서적 안정을 찾는 것이었죠. 점차 장애를 가지지 않은 여느 아이들처럼 정서적으로 변화함을 보았을 때 참 뿌듯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요즘 아이들은 배려가 부족하다 생각해요. 여럿이서 같이 놀고 체험하는 것이 사회화의 첫 발이고 이를 통해 협동을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기계를 갖고 홀로 노는데 익숙한 아이들이 이곳에 오면 처음엔 놀줄을 몰라 해요. 하지만 아이들은 금새 스스로 노는 방법을 터득하며 자연스럽게 자연을 즐길 줄 알게 됩니다”
▲ 관악산 숲 가꿈이 회원들은 아이들에게 숲을 알려주는 숲 해설가로 활동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사진 왼쪽부터 김진숙, 이정숙, 김미란 회원 ⓒ스카이데일리
이정숙 숲 해설가와 장영순(56) 코디네이터는 자연을 즐기며 신나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모든 걱정근심이 사라진다고 한다. 장 회원의 경우 그 맛에 자원봉사를 계속하게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며 즐거워하는 표정을 보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 없어요. 저절로 행복해지는 느낌이죠. 그 기분이 보람이 되요. 그리고 보람은 힘들지만 자원봉사를 계속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곤 합니다”
관악산 숲 매력에 빠진 회원들…숲 해설가 되기 위해 값비싼 책 들고 ‘열공’
회원들은 오히려 교육비 명목으로 돈을 내 가며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매년 3만원의 회비를 내는 것이다. 이렇게 충당된 기금은 각종 재료구매 및 활동비용 등으로 사용된다.
장 코디네이터는 봉사의 마음으로 모인 이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도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해 돈을 내가며 활동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다소 안타까워했다.
“그동안 100명이 넘는 숲 해설가가 배출됐지만 현재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회원은 33명뿐이에요. 다른 곳에서는 숲해설가로 활동하면 돈을 받지만 여기서는 한 푼도 못 받다보니 결국 떠나가더라고요. 후원도 마땅치 않아요. 설립 후부터 단체복·조끼·모자 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죠. 한 번은 국내 유명 아웃도어 업체에 협찬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했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서른 세 명의 회원들은 관악산을 가꾼다는 자부심이 컸다. 출범 때부터 활동한 장수회원 이정숙 숲 해설가는 이곳 활동을 통해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누가 시켜서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하죠. 좋아서 하는 일이니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여생은 인간 이정숙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어요. 사랑스럽고 예쁜 아이들이 ‘선생님’하며 달려올 때마다 가슴 속이 뭉클할 만큼 행복하답니다”
▲ 회원들은 숲 해설가로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숲이 겨울을 맞는 활동 공백기에는 수업을 듣거나 책을 사서 읽는 등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열의가 남달랐다. 사진은 이정숙 숲해설가가 만든 자연물 공작품 ⓒ스카이데일리
김미란(52) 총무팀장은 뒤늦게 이곳에 가입해 숲 해설가로 활동하는 이들은 늦깎이 공부에 한창이라고 귀띔했다. 숲에 대해 전문가가 되기 위해 남다른 학구열을 보이는 것이다.
회원들 카카오톡 단체방은 산을 거닐다 궁금한 것들을 찍은 사진과 이를 대답하는 이들의 대화로 가득하다는 것이 김 총무팀장의 전언이다.
“원래 꽃꽂이를 배워 ‘소재’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시민들에게 더 많은 지식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죠. 이제는 어디 여행을 가더라도 새로운 식물을 발견하게 되면 바로 카카오톡 단체방에 사진을 올려 질문하게 되더라고요”
회원들은 11월부터 3월까지 겨울 기간은 공백 기간을 갖는다. 전양순 코디네이터는 “이 기간을 이용해 대부분은 자기수양을 위한 공부에 매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부하기 위한 책을 구매하는 것부터 부담되는건 어쩔 수 없다고 그녀는 털어놨다.
“공부를 위해서는 책을 구매해야 하지만 공부할 대상이 식물이다 보니 모두 컬러판으로 구성돼 있고 두께도 두꺼워 보통 가격대가 높게 책정돼 있어요. 다른 것을 좀 아끼자는 심정으로 구매해 공부하고 이 지식을 바탕으로 봄부터 가을까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죠”
박병선 회장은 관악산 둘레길 생태계보고서 책자를 준비 중이다. 올 겨울부터 약 1년간의 조사과정을 거쳐 관악산 일대의 생태를 꼼꼼히 정리하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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