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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금융위원회의 보험업 규제가 완화되면서 드론보험, 애견보험, 웨딩보험, 홀인원보험 등 이색적인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들어 점차 다양해지는 생활환경에 맞춰 이색적인 보험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 여론도 적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들 상품에 대해 “보장 내용이 미흡하고, 가입에도 상당한 제약이 뒤따른다”는 불만 여론이 일고 있다.
18일 금융권 및 손해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보험업 규제를 완화해 보험 상품을 출시하기 전 거쳐야 하는 사전신고제를 사후보고제 체제로 바꿨다. 덕분에 보험회사들은 지금보다 훨씬 자유롭게 신규 상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질병, 사고, 실손 등 거의 유사한 상품을 놓고 영업 전쟁을 벌여야 했지만 이젠 틈새공략이 가능해진 것이다.
자유로워진 보험업계 규제로 인해 신상품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하는 회사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배타적 사용권’이란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의 신상품 심의위원회가 창의적 보험상품을 개발한 회사에 독점적 판매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다른 보험사들은 이 권리가 부여된 기간 동안 유사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상품이 인기를 끌게 된다면 보험사로써는 고객 확보에 상당히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KB손해보험은 지난달 ‘KB매직카운전자공유보험’ 출시 후 손해보험협회 신상품 심의위원회로부터 3개월간 배타적사용권을 부여받았다. KB손보 관계자는 “이 상품은 1차량 소유 부부가 운전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신개념 보험이라는 독창성을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KB손해보험의 경우는 기존에 출시된 상품을 약간 변형해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 받은 사례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존에 없던 전혀 새로운 개념의 이색적인 상품으로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현대해상은 늘어나는 드론(무인비행체) 수요에 맞춰 보험업계 최초로 ‘하이드론’ 상품을 출시해 지난해 12월부터 판매 중이다. 드론 운행 시 추락 등으로 인해 타인에게 상해를 가하거나 재산상의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액을 지원해준다.
롯데손해보험은 올해 1월 결혼식 시작부터 종료시점 까지 발생할 수 있는 각종 피해를 보장해주는 웨딩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지금까지 총 800건이 넘게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의 부주의가 아닌 자연재해 및 타인의 방해로 인한 결혼식 취소, 신부의상 손상 등의 경우 100만~500만원을 보장해준다.
▲ 이색보험상품 목록 ⓒ스카이데일리
반려인구 1000만 시대를 반영하는 보험 상품도 있다. 삼성화재의 ‘파밀리아리스 애견의료보험2’가 대표적이다. 이 상품에 가입하게 되면 반려견의 상해, 질병치료비 손해 등을 보장받을 수 있다. 또 피보험자 소유 반려견으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을 경우 배상액도 보장된다. 이 상품은 지난해 가입건수만 1016건에 이른다. 2008년 첫 출시 때는 41건 판매되는 데 그쳤지만 점차 가입이 늘고 있는 추세다.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홀인원 보험’도 이미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질 정도로 많다. 홀인원을 하면 축하금이 지급되고 그 외에도 골프용품 파손 등에 대한 손해도 보장되는 상품이다. 현재 메리츠화재 외 몇몇 손보사들이 이 상품을 판매중이다.
얼굴 특정 부위에 대한 보험도 출시됐다. 치아부터 얼굴에 있는 눈, 코, 입, 귀 등 각 부위 별 질병에 대해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현대라이프의 ‘얼굴 건강 보험’이 대표적이다.
가입건수 단 1건 드론보험, 결혼정보업체 통해 가입 가능 웨딩보험…“왜 만들었나”
최근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보험사들이 앞다퉈 이색보험을 출시하는 데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는 여론이 적지 않다. 보장 가능 범위가 적고 실효성마저 부족하다는 게 그 이유다.
애견보험에 가입했다가 지난 8월 해지신청을 한 이미연(27)씨 역시 상품에 대한 불만족으로 해지를 결심한 케이스다. 이 씨는 “반려견이 질병에 자주 걸리는 편이라 특별히 보험을 들었지만 상해, 질병의 기준 범위가 너무 좁았다”며 “순수보장형이라 환급금도 없는데 보험금도 많은 편이라 차라리 자체적으로 반려견을 위해 2만원씩 모아두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드론 보험과 관련한 논란도 상당하다. 지난 6월에서 7월 사이 네이버 드론이용자 커뮤니티 ‘드론플레이’에는 관련 상품에 대한 불만 섞인 게시물들이 다수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선수가 아니라면 드론보험 보다 일반 보험에 특약으로 넣는 생활배상책임이 낫다’, ‘이름은 드론보험인데 기계는 보장 안해주네’ 등 드론보험의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이 적혀 있었다.
실제로 금융소비자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해상이 최초로 출시한 ‘하이드론보험’의 경우 초반 선풍적인 이슈를 모았지만 개인에겐 가입이 제한적이다. 드론협회, 드론총판 등 단체단위로만 가입이 가능한데 현재까지 가입건수는 단 1건에 불과하다. 게다가 드론기계 파손에 대한 보장도 불가하다. 보장 범위도 드론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인·대물에 대한 사항만 포함된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드론자체가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드론 사고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신생분야에 대한 보험이니 만큼 훗날 더 정교한 보장상품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 최근 손해보험사들이 저마다 특색있는 이색보험을 앞세워 금융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사진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롯데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화재, 삼성화재 ⓒ스카이데일리
롯데손해보험이 출시한 웨딩보험도 가입과정이 복잡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선 롯데손해보험을 통한 직접 가입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웨딩정보 제공업체인 ‘하우투메리’와 공동으로 개발한 상품이라 이 회사와 제휴를 맺은 컨설팅회사·웨딩박람회 회원 혹은 참가자들만 상품을 가입할 수 있다.
롯데손해보험 웨딩보험 가입 담당자는 “웨딩보험을 들고 싶은 예비부부라면 꼭 제휴 웨딩컨설팅업체를 통한 결혼을 전제로 해야 한다”며 “또 서울에 위치한 제휴업체는 없어서 서울 지역 예비부부는 보험 대상자가 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에 맞춰 출시된 이목구비보장보험(메리츠화재), 얼굴건강보험(현대라이프), 스마일보험(한화생명) 등의 상품에 대해서도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비자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얼마 전 한 금융소비자로부터 얼굴 관련 보험에 대한 불만사항이 접수됐다. 당시 그 소비자는 “치과치료를 바탕으로 다른 얼굴부위 치료에 대해 보장해 주는데 ‘외모특정상해 수술 급여금’ 같은 항목은 일반상해보험과 겹치기도 한다”며 “그냥 치아보험이라고 이름 붙이는 게 낫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소비자 대상 이색보험, 새 고객 유인 위한 사실상 기업 홍보·마케팅 일환”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이색보험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을 필요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이색보험 출시 목적 자체가 홍보·마케팅 측면이 강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일반 보험과는 가입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보장이나 가입조건 역시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화손해보험 관계자는 “이색보험은 일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마케팅용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준환 보험연구원 실장 역시 “이색상품 출시는 보험사들마다 새로운 고객층을 유입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며 “물론 초기다 보니 간혹 시행착오가 있을 수는 있다”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업계 한 관계자도 “유명인들이 가입하는 목소리, 다리 등 신체보험은 키퍼슨 보험(key Person)처럼 외국 보험사의 상품일 가능성이 큰데, 이는 주로 마케팅 목적이 짙다”며 “국내에서도 개발되는 이색적인 보험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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