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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스네이크’는 각기 다른 개성의 멤버들이 모여 만든 인디밴드다. 이들은 삶을 생각하게 만드는 음악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서범규, 정선호, 오세라(앞), 김재민씨 [사진=박미나기자] ⓒ스카이데일리
“팀 이름은 장난스럽게 지었지만 음악은 장난스럽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멤버 4명이 인디밴드를 만들었다. 팀명은 신디사이즈(건반 악기)와 스네이크(snake)를 결합한 ‘신스네이크.’ 팀의 막내 서범규(전자음·랩 담당·25)씨가 뱀을 키우는데서 착안한 이름이다.
미니 1집 타이틀 곡인 ‘Venom’은 뱀의 입장에서 사람을 공격하는 내용이다. 팀의 리더인 김재민(기타·29) 씨가 작곡했고 서범규- 오세라(보컬 담당·29) 씨가 작사했다.
“사람을 처음 만나면 선악을 판단하지 않죠.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상대방을 이분법적으로 구별하곤 해요. 그런데 선악을 판단하는 건 결국 자기 자신입니다. 내 기준에 따라 상대방의 선악까지 가름해야 하는, 그런 내면의 갈등을 가사에 담았어요”
뱀의 독을 뜻하는 ‘venom’이란 곡의 후렴 부분은 영어로 부른다. ‘I can’t hear myself cry beyond the silent scream. Now I wanna start a fight to bring you down into despair through the night. So hold your breath(나는 고요한 침묵 속에서 소리 없이 절규하는 나를 들을 수 없어. 이제 나는 어둠을 이용해 너와 싸우려고 해. 그러니까 각오해)
▲ ‘신스네이크’는 보통 홍대 라이브클럽을 빌려 공연을 한다. 멤버들은 각자 개인적으로 활동하거나 직장이 있기 때문에 보통 주말 토요일을 이용해 매주 합주실에서 연습한다. [사진=신스네이크]
“겉보기엔 뱀의 입장에서 사람을 공격하는 내용이에요. 하지만 분노 속에 슬퍼하는 마음을 담았어요. 뱀을 사악하고 징그럽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편견 그리고 뱀에 입장에선 자기 방어를 위해 상대방을 해칠 수밖에 없는 고뇌 같은 것 말이에요”
신스네이크는 팀원을 뽑을 때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들은 주로 ‘트랜스코어’ 음악을 한다. 음악에 EDM(Electronic dance music)을 입혀 클럽에 온 것 같이 신나는 느낌을 주는 음악 장르다. 하지만 한 장르에 국한되기 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신스네이크만의 색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멤버들의 이력도 매우 독특하다. 보컬 오세라 씨는 회화과 석사 과정을 마치고 최근 한 문구회사 브랜드 매니저로 입사했다. CD 커버 디자인이나 공연 홍보 포스터는 모두 그녀 몫이다. 꼼꼼한 성격에 팀의 총무 역할도 맡고 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다보니 갈등이 생겼어요. 그림은 의지만 있으면 그릴 수 있지만 음악 활동은 시기를 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단순히 노래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해도 될지 고민을 했지만 밴드생활이 잘 맞는 거 보니 일렉트로닉 쪽으로 성향이 맞나봐요”
밴드 활동이 입사에도 도움을 줬다. 회사 사장님이 인터넷을 통해 이력을 찾아본 후 ‘재미있는 친구가 들어온다’면서 반겼다고 한다.
정선호(드럼 담당·29) 씨는 항공우주공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대학생 때 밴드 동호회에서 활동했다. 밴드 활동을 계속하고 싶어 대학원에 진학했다. 정 씨는 석사 과정 때 ‘KAI 항공우주 논문상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수상했고 이를 계기로 박사 과정까지 욕심을 냈다.
▲ 드럼을 담당하는 정선호(사진 왼쪽) 씨는 밴드활동을 지속하고 싶어 대학원에 진학할 만큼 음악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보컬 오세라(오른쪽) 씨 역시 매일 퇴근 후에 합주실에서 2시간씩 노래연습을 할 만큼 팀원들이 인정하는 노력파다. ⓒ스카이데일리
독학으로 컴퓨터 작곡 공부… 뱀 한때 200 마리까지 키우기도
“제대 후 대학 밴드 동호회에 들어가서 기타와 드럼을 배웠죠. 사실 석사과정을 시작한 것도 밴드를 계속하고 싶어서 내린 결정이었어요. 취업을 하면 밴드를 못할 것 같았거든요. 전자음악에 대한 로망이 있었기에 지금 밴드를 만나 매우 행복해요”
“제 진정한 꿈은 월드투어입니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밴드의 멤버가 돼 세계투어를 하고 싶어요. 한 두 사람이 노래를 들어주고 따라 불러주는 것 만으로도 설레는데 사람들 모두가 함께 노래를 불러주면 얼마나 기쁠까하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팀의 리더이자 통역 관련 일을 하는 김재민 씨는 ‘신스네이크’ 음악의 작곡과 기타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밴드를 위해 일을 한다고 생각할 만큼 팀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중학교 3학년 때 캐나다로 유학 가서 밴드를 처음 접했어요. 당시 캐나다에는 집 차고에 합주실이 있을 만큼 한국보다 밴드 문화가 자유로웠죠. 밴드 수업도 있었어요. 영어를 못할 때도 밴드 활동을 하며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어요”
서범규 씨도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모여 클럽에서 힙합 공연을 했다. 함께 활동했던 멤버 중에 현역 래퍼로 기리보이와 테이크원 등이 있다.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독학으로 컴퓨터 작곡을 공부해서 예고를 진학했죠. 교과 중에 밴드수업이 있었는데 그 시간에 흥미를 느꼈어요. 밴드는 혼자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이 호흡을 맞추다 보니 열정이 더 커지더라고요”
그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대신 밴드와 음악 편곡을 계속하고 있다. 동물을 좋아해서 키우다가 분양도 하고 있다. 뱀은 많을 땐 200마리까지 키웠다.
▲ 서범규(사진 왼쪽) 씨는 음악에 색깔을 입히는 멤버다. 김재민(오른쪽) 씨가 작곡한 음악을 편곡할 뿐만 아니라 밴드에서 전자음악과 랩 등을 담당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신스네이크는 지난 8일 ‘점프 오버 더 라인’이라는 공연에 초대되기도 했다. 소리 지르는 스크림 창법이 많이 들어가는 음악을 고수하다보니 주최 측에서 먼저 섭외가 왔다.
정선호 씨는 기억에 남는 공연으론 ‘이머겐자’를 꼽았다. 세계 유명 공연에 한국 대표를 뽑기 위한 예선 2차에서 컴퓨터 오류가 나는 바람에 박자가 맞지 않았다. 심지어 이어폰까지 나가서 우여곡절 끝에 공연을 마무리했다.
“‘이머겐자’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공연을 통해 성장통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멤버끼리의 단합이 정말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느꼈고, 꼼꼼하게 확인하고 나서 무대에 서는 버릇이 생겼어요”
신스네이크는 돈을 위해 음악을 하는 밴드가 아니다. 하지만 인디밴드 문화가 점점 작아지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CD에서 스트리밍 구조로 바뀌는 현실, 하지만 음원 수입이 뮤지션에게 가지 않고 있다. 또 젊은 청년들이 라이브 클럽보다 춤추는 클럽을 다니는 트렌드 등으로 인해 인디 뮤지션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사람들이 메탈이나 하드한 음악보다는 조용하고 잔잔한 노래를 들으면서 위안을 얻는 것 같아요. 하지만 신나는 음악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표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신스타인’이나 ‘인유어페이스’라는 인디밴드를 보고 자극을 받았어요. 꼭 우리 공연이 아니어도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을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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