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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국가적 막장 드라마라고 할 만큼 ‘최순실 게이트’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권력의 비선 먹이사슬들이 어떻게 국가를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 리얼리티다. 이번 사건은 정상적인 국정 시스템이 철저히 망가지고 농단된 희대의 권력형 비리 사건이다.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신성한 국민주권을 지키기 위해, 그것을 대리하는 권력의 상징인 대통령의 권위가 이처럼 쑥대밭처럼 망가진 전례가 없다. 우리 국민들이 너나없이 허탈해 하는 이유다.
통치행위의 무더기 사적 유출을 비롯해 막강 비선실세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막 나가는 국정개입에서 치졸한 동네 목욕탕 갑질 등의 일탈행위가 모두 충격적이고 민망하며 낯부끄럽다. 그리고 그 비선조차 새끼를 치듯 비선의 비선들이 동원돼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대기업들을 향한 하이에나식 돈 뜯어내기와 비자금 의혹 등이 참으로 할 말을 잃게 한다. 그 핵심라인 중에는 호스트바 출신에 마약 전력까지 의심되는 20년 나이차이 불륜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으니 믿기지가 않는다.
민주주의라는 권력은 말 그대로 민(民)이 주인(主)이 되는 근간에서 그 정당성을 부여받고 정체성을 갖는다. 그것을 기반한 실체적 정의가 권력이란 형식을 통해 통치행위를 하게 될 때 존엄함이 부여된다. 그 키를 잡은 사람이 대통령이다. 그 존엄의 권위는 애초 국민이란 밭에서 자랐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이 농락당했으니 속된말로 주인이 물린 격이 됐다. 그것도 권력의 독맛에 빠진 대통령 주변사람들이 마치 광견(狂犬)처럼 날뛴 정황들이 거침없이 드러나고 있으니 참담한 상황이다.
청와대는 무주공산이 돼 버렸다. 한 나라의 통수권이 힘을 잃었다. 레임덕이 아니고 마치 빈 자리가 된 모양새다. 국민들이 대통령의 통치를 믿지 않는다면 그 자리는 공석인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지금 대한민국 시계는 지도자가 없는 위기의 시간이 재깍재깍 거리며 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주권을 대리할 심부름꾼이 그 역할을 상실했다면 신성한 민주주의가 일시정지 상태인 것과 다르지 않은 위기다.
민주 공화국이라는 우리 헌법의 국시체계인 근간이 기저에서 흔들린다는 것은 국가적 재난이나 전쟁보다 더 위험한 순간이다. 공화국의 국시는 국민 모두가 협조하고 도우며 위험에 공동대처하는 이른바 영혼의 얽힘을 드러낸 공론의 장이 핵심 정체성이다. 그 신성한 그라운드가 망가질 지경에 와 있다. 그 어느때보다 위험한 국가 비상사태라는 점이며, 청와대 권력을 임시 대신할 전면적인 내각구성이 시급하다.
우선 내각의 최정점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국무총리가 바로서야 한다. 대통령의 그림자에 불과한 국무총리가 아니어야 하면서 동시에 정치적 샅바싸움으로 앉혀지는 눈치총리는 더더욱 안 된다. 대통령 유고에 버금가는 직무대행급 실권총리가 난파 직전의 대한민국 호(號) 키를 굳건히 다잡도록 해야 한다.
현재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나 국가 원로급 인사들이 새 국무총리 후보감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그런데 거론되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강한 지도력을 담보할 인사들이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정치적 거물이라는 이유나 원로라는 이유만으로 하마평이 무성하다.
새로운 국무총리는 대통령 권한에 준한 수준으로 새로운 내각을 이끌어야 하는 만큼 철저한 도덕성으로 무장된 청렴함을 기반으로 소신과 강단이 있는 성향의 인사이어야 한다. 이미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한 상황이기에 차기 정권까지 국가수반의 역할을 감내할 용기와 덕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자양분은 국민을 진정 사랑하고 그것을 위해 자기 자신을 기꺼이 내던질 희생정신을 가진 성향이다.
새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비상내각을 구성해 통치행위가 단 하루라도 멎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통수권자의 결재라인이 막히면 국가 동맥이 막혀 국가혈류가 돌 수가 없다. 비상사태 내각의 구성은 당연히 새 국무총리에게 일임이 돼야 한다. 현재의 여·야 정치권은 새 내각에 감나라 콩나라 하듯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비상 내각의 구성도 그리고 그 운영도 새 국무총리에게 일체를 일임하는 것이 맞다. 이미 차기 대권과 집권야욕을 위해 주판알을 튕기는 자세로 임하는 것은 권력의 비선라인들이 저지른 행동 못지않게 나쁘다.
비상 내각이 해야 할 최우선의 과제는 안정이다. 흩어진 민심을 가라앉히고 사분오열된 국론분열을 통합할 정책이 시급하다. 이후 북한의 정정이 불안한 만큼 외교안보 및 국방에 국가의 안위를 먼저 챙길 안보 시스템을 가동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경제부흥을 일으킬 마스터플랜을 전면적으로 새로 짜야 한다.
지금 우리는 단 몇 사람들의 기고만장하면서도 철없는 국정농단으로 인해 거센 풍파 속 나침반 없이 홀로 띄워진 난파선에 타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국가와 정부를 불신해야 하는 이런 극단의 상황은 우리 스스로의 갈등국면을 키우게 만든다. 종국에는 망국병인 국론분열을 격화시킨다. 분열적 적대감을 일소해야 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인 이유다.
권력형 비리에 울분이 솟아나더라도 그것이 되레 갈등의 단초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그 갈등의 조짐이 더 고조될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진짜 위기는 정부와 국민 간에 그리고 국민들 상호 간에 일어나는 불신과 반목 그리고 대립이라는 점을 곱씹어야 한다.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국가주의는 개인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인간의 존엄함을 지켜주는 이상적인 시스템으로 전 세계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다. 국가(國家)는 말 그대로 한 가족(家族)처럼 상호 무한의 책임과 사랑의 틀이다. 국가와 나를 동일시하고 그것을 상징하는 국기(國旗기)와 국가(國歌)를 존엄하는 것은 곧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이웃을 책임지고 사랑하는 고귀한 일이다. 조용히 그것을 돌아보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너무 소중한 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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