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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준 작곡가가 작곡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의 권유 때문이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지휘에 입문했다. 모교에서는 오직 그만을 위한 지휘과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연주자가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라면 지휘자는 사람을 연주하는 사람이죠”
김영준(35)은 일본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 국내공연 무대에 8년 동안이나 전속 지휘자로 섰다.
5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운 김영준은 덕원예고 작곡과로 입학했다. 고3때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지휘자로 전향하게 됐다. 학교에서는 오직 그만을 위해 지휘과를 신설해주기도 했다.
“당연히 저는 장래에 클래식을 작곡하는 사람이 될 줄 알았어요. 대학도 작곡과로 갈 줄 알았고요. 지휘라는 것은 나중에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해보기도 했는데,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저를 따로 불러서 지휘를 해보라는 제안을 하셨죠”
베토벤을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클래식에 대한 애정이 많은 학생이었다. 김영준은 지휘를 하는 편이 클래식 공부를 더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아 작곡에서 지휘로 전향했다.
“원래는 클래식 작곡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다니던 중에 대학교에 들어가면 클래식보다는 현대음악을 작곡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죠. 클래식을 배우기에는 작곡보다는 지휘 쪽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휘자 김영준, ‘유키 구라모토의 남자’가 되다
▲ 고등학교 때부터 유키 구라모토의 곡을 즐겨들었던 그는 자연스럽게 그의 호흡을 몸에 익혔다. 유키 구라모토와 인연을 맺은 김영준은 유키 구라모토가 한국에 올 때마다 전속 지휘자로 무대에 서고 있다. [사진=김영준]
고등학교때부터 유키 구라모토의 팬이었던 김영준은 그가 공연 전 오케스트라 연습을 위한 지휘자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해당 기획사에 찾아갔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유키 구라모토 1집이 나왔어요. 그때부터 용돈이 생기면 한 장씩 구매해 매일 듣다시피 했습니다. 어느 날 유키 구라모토가 내한 공연을 위해 오케스트라를 연습시킬 지휘자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용기를 내서 직접 찾아갔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유키구라모토의 피아노곡을 매일 들었던 김영준은 자연스럽게 유키 구라모토의 호흡을 몸으로 익힐 수 있었다. 이런 상태로 지휘를 하다보니 유키 구라모토에게 만족스러운 공연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유키 구라모토 공연 연습 지휘자는 실제 공연장에서는 무대에 서지 않아요. 그러나 오케스트라 규모가 커지면서 공연에서도 지휘자가 필요해졌죠. 그래서 제가 실제 무대에 서게 됐죠. 유키 구라모토와 기획사 대표가 공연에 만족하다보니 8년 간 유키 구라모토 내한공연 전속 지휘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유명 지휘자도 아닌데 만석 관객 앞에서 공연할 수 있었어요”
아르바이트 전전하던 예술가, 연극 ‘밑바닥에서’로 배우 도전
▲ 김영준은 특정 단체 소속 지휘자가 아닌 프리랜서 지휘자다. 일이 안 들어오면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다. 때문에 지난해에는 지휘자를 포기할 생각까지 했다. 그는 연극 무대를 통해 새로운 자신감을 얻었다. ⓒ스카이데일리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전속 지휘자가 됐다고 해서 지휘자로서의 명성이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탄탄대로는 고사하고 험난한 길의 연속이었다. 그는 작년에 지휘자의 길을 포기하려는 생각까지 했다.
“자급자족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예술이란 장르가 상당히 어려운 것 같아요. 작년에는 고민을 참 많이 했어요. 내가 너무 이상만 쫒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욕심 때문에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까지 힘들게 하면서 억지로 이 일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금이라도 빨리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영준과 같이 특정 단체에 속하지 않은 지휘자들은 일이 안 들어 올 때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다. 그는 설거지 아르바이트와 보험설계사 일을 하면서 버텼다. 그에게 힘이 돼 준것은 다른 예술 분야였던 연극이었다. 김영준씨는 2015년 극단 ‘미드나잇 블루’의 연극 ‘밑바닥에서’에서 배우로 출연했다.
“대학로 공연을 보러 갔는데 배우라는 직업이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서 지나가는 말로 배우로서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몇 개월 뒤에 진짜로 제안이 들어왔어요. 처음에는 지휘만 파도 성공할까 말까인데 다른 일에 발을 디뎠다가 두 마리 토끼를 다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죠. 하지만 진지하게 임한다면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연극에 도전하게 됐어요”
김영준은 첫 번째 연극 ‘밑바닥에서’는 알코올중독자인 전직 음악가를 맡았다. 최근 두 번째 작품 ‘하녀들’에서는 마담 역할을 맡아 한창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 무대에까지 서다보니 ‘내가 30살이 넘어서 도전한 연극에서도 작은 성공을 이뤘는데 30년 동안 열정을 쏟은 지휘를 못하겠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연극을 통해 이룬 성취감이 지휘까지 자신감을 준 거죠.”
▲ 김영준은 작은 꿈이 있다. 클래식이 얼마나 재미있는 장르인지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한다. 또한 그는 연극배우 경험을 살려 뮤지컬 전문 지휘자를 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스카이데일리
그는 연기를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장래에는 뮤지컬 전문 지휘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뮤지컬 지휘자 중에는 지휘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뮤지컬 오케스트라 일각에서는 실질적인 앙상블은 연주자 본인들이 직접 하는 경우가 많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죠. 직접 연기를 배워본 지휘자로써 뮤지컬을 통솔하고 티칭하면서 우리나라 뮤지컬을 더욱 발전시키고 싶어요.”
김영준은 많은 사람들에게 클래식이 얼마나 재미있는 장르인지를 전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그는 알고 들으면 무척 재미있는 장르가 클래식이라고 말했다.
“음악을 전공했던 저도 클래식은 모르고 들으면 재미없는 경우가 많아요. 대중들이 다가가기 쉬운 클래식보다는 재미있는 클래식을 전하고 싶어요. 작곡 당시 작곡가의 개인적인 생활을 설명해주면 재미있게 들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례로 베토벤이 사랑에 빠졌을 때, 이별했을 때, 귀가 들리지 않기 시작했을 때 작곡했던 곡들. 이런 식으로 작곡가의 개인적인 상황을 함께 그려내면서 클래식을 들려주면 대중들도 재미있게 클래식을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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