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주 
▲ 문화평론가 정현. ⓒ스카이데일리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할 때 사람들이 언급하는 감정은 사실 많은 경우 ‘무의식’과 깊은 관련이 있다. 간혹 이런 말을 듣게 될 때가 있다. ‘내가 그 사람에게 화를 냈는데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요즘 들어 이유를 알 수 없이 우울해진다’, ‘나는 늘 누군가가 나를 쳐다본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등. 아무 잘못 없는 이에게 화를 내고 갑자기 우울함을 느끼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도 자신이 타인에게 감시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 이런 경험의 원인을 ‘이성’에 기반해 분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신분석학에서 ‘무의식’은 의식되지 않은 심리상태를 말한다. 무의식의 상태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마음상태나 행동의 이유를 알 수 없을 때. 혹은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행동을 스스로가 통제할 수 없을 때. 누군가가 무조건 싫어질 때 그 ‘무조건’의 원인을 찾아내려는 것만큼 부질없는 것은 없다. 우울증은 통제의 대상이라기보다 나를 집어삼킬 듯 다가온다.
공황에서 군중의 결성으로
무의식의 상태가 그 극단을 보여주는 공간이 바로 군중(집단)의 장소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군중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공황 혹은 고립감이고, 다른 하나는 군중 속 타인들과의 어떤 과잉된 일체감이다. 일상에서 개개인들은 주어진 일상과 제도적 틀 속에서 감정의 과잉상태를 통제하곤 한다. 그러나 군중의 공간, 혹은 인터넷 기반의 익명의 공간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개인이 나고 자라면서 주변의 영향을 받듯이 개인의 심리 역시 집단심리의 영향 속에서 형성된다. 따라서 개인의 무의식은 군중의 무의식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온전히 이해될 수 있다. 우선 이 집단의 군중심리를 만들어 내는 요소가 무엇인지부터 확인해 보자. 그 핵심 중 하나로 먼저 ‘우상’ 혹은 신적 존재를 들 수 있다.
프로이트는 군중의 한가운데에서 군중의 욕망이 투영되는 우상을 ‘자아-이상’(ego-ideal)이라고 불렀다. 자아-이상이라는 개념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거리에 수많은 자아들이 존재한다. 너무 다채롭고 하나로 환원 불가능한 이 자아들은 오직 하나의 존재를 통해서만 일체감을 형성한다. 종교에서는 신이, 전쟁에서는 투사가, 정치에서는 지도자가 그 우상의 역할을 담당한다. 개개인은 그 우상에 대한 사랑과 동경의 감정을 보낸다. 그리고 군중 속에서 개인들은 하나의 대상을 동경하고 있다는 바로 그 점에서 서로의 강한 동질감을 확인한다.
요컨대 이렇게 비유할 수도 있다. 한 명의 가부장이 존재한다. 그런데 그 가부장의 권위는 아들들이 침범할 수 없을 만큼 신성하고 완전하다. 가부장이 되지 못한 채 언제나 불완전한 상태에 놓인 아들들은 어떤 위협이 자신에게 닥칠지 몰라 불안하다. 불안에 빠진 그들은 가부장을 동경하며 동요하는 자신들 간의 강한 일체감을 느끼고, 가부장의 권위를 상속받을 아들들 간의 질서를 만들고자 한다.
마찬가지의 비유가 종교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인간들은 신을 동경한다. 그런데 자신이 직접 신의 완전성을 얻을 수는 없다. 신이 되지 못해 불안한 인간들은 종교공동체를 건설하고 수없이 다양한 얼굴들 간의 강한 일체감을 형성해 그 불안으로부터 탈출하고자 한다. 당연히 이 공동체의 강한 일체감에서 타종교는 자신들에게 위협을 주는 적으로 간주되기 쉽다.
이런 공동체의 강한 일체감 이면에 놓인 것이 바로 공황의 공포다. 집단이 해체되면 개인은 세계에 고립된 채로 남게 되고 이 고립의 공포가 공동체를 더더욱 보수적으로 만든다. 이 공포가 군중을 형성케 하고 군중으로 하여금 지도자를 동경케 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감정적이고 철저히 무의식적이다. 이유를 알 수 없되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태. 군중 속의 개인들은 타인에게서 자신의 얼굴을 본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2
감동이에요1
화나요1
슬퍼요1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