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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M이 배급하고 지난 2012년 개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광해)가 최근 재차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명·청 교체기에 사대의 의리가 아닌 백성의 안위를 살핀 왕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가 관심 받게 된 배경에는 최근의 시대적 상황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최태민 일가와 박근혜 대통령의 40년 인연부터 이를 중심으로 전개된 청와대 핵심 인사들의 비위 의혹 등이 연일 회자되는 상황이다.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최서원)에 이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구속됐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상황이다. 영화 광해가 주목받는 이유는 민심을 거스른 비위행위에 대한 반감일 수 있겠으나 최근 불거진 현 정부의 CJ그룹 탄압 논란과도 무관치 않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중심으로 박근혜 정부 핵심고위인사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을 일선에서 물러나게 했고 구속수감 중이었던 이 회장을 대신해 전면에 나섰던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직을 내려놓으라고 압력을 가한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기 때문이다. 특히 조 전 수석과 손 회장 간 통화에서 언급된 ‘VIP의 뜻’이라는 부분 탓에 박근혜 대통령의 직접적인 연관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영화 광해는 CJ가 청와대에 미운털이 박힌 단초라는 지적이다. 영화는 대선을 앞두고 개봉했는데, 극중 임금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 책잡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CJ를 둘러 싼 특혜논란도 불거졌다. CJ그룹이 투자하는 ‘K컬처밸리 사업’이 도마위에 오른 것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조성 예정지를 찾고 이를 둘러싼 각종 논란 등을 현장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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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K컬처밸리 부지 위에 마련된 것은 홍보관(사진)이 전부다. 홍보관 내에는 이곳이 향후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지라는 점이 강조돼 있으며 일부 CJ E&M 관련 콘텐츠로 꾸며져 있었다. 오는 2020년 완공 목표인 이 사업을 두고 최근 특혜시비 또는 압박설 의혹이 제기되는 등 향후 5년간 8조7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를 기대하는 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스카이데일리
CJ그룹이 1조4000억원을 투자한 K컬처밸리 사업이 좌초위기를 맞았다.
K컬처밸리는 정부가 추진 중인 문화창조융합벨트 핵심 사업 중 하나로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에 한류를 중심으로 한 복합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현재 CJ E&M이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해당 사업이 도마 위에 오른 배경에는 최근 정국을 뒤흔든 ‘최순실 게이트’가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최 씨의 측근 차은택 씨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CJ그룹에 특혜가 제공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경기도의회는 최근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을 주도한 문체부 산하의 문화창조융합본부 초대 본부장이었던 차은택씨가 K컬쳐밸리 사업자 선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부터 정권 차원의 기업압박이 있었다는 증언 등이 쏟아져 나오면서 부터다.
수풀 우거진 스산히 방치된 9만평…모퉁이 홍보관 하나가 전부
자유로를 따라 킨텍스IC를 거쳐 일산 장항동으로 진입했다. 멀리 아파트단지들과 각종 건설현장이 눈에 들어왔고 좌측으로는 킨텍스와 이마트타운 등이 가까워졌다. 우측으로 고개를 돌렸다. 수풀이 우거진 채 방치된 대형부지가 보였다.
한눈에 담기도 어려울 만큼 넓은 부지는 오는 2020년까지 K컬처밸리가 들어서기로 예정된 공간이다. 그런데 축구장 46개 넓이 30만㎡의 부지지만 이곳이 향후 한류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공연장 및 테마파크 등이 들어선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은 한쪽에 마련된 홍보관이 전부였다.
▲ ⓒ스카이데일리
홍보관을 방문했다. 입구 옆 벽면에는 ‘문화창조’, ‘문화창조융합벨트’란 핵심 문구 뒤로 대한민국·열정·창조·경제·꿈 등을 뜻하는 영어단어로 된 조형물이 걸려 있었다. 이후 관람순서에 따라 K컬쳐밸리 홍보영상이 흘러나오는 ‘K-극장’, VR체험관 등이 있었다.
그 뒤로는 CJ E&M 방송사 tvN의 인기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낡은 TV화면 속 세트장이 재현돼 있었으며 CJ E&M이 투자·배급한 영화 ‘명량’의 한 장면을 재현한 모형이 자리했다. 아무리 상세하게 체험하더라도 채 10분을 넘기지 않는 규모였다.
홍보관 외부로는 황량 그 자체였다. 그나마 호텔·공연장 및 관련 몰이 들어서게 될 공간은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CJ건설이 진행 중인 이곳은 외벽으로 둘러쳐져 있었으나 벽 위로 대형 타워크레인과 지반타공설비 등이 눈에 띄었다.
이곳 현장 관계자에게 진행상황 및 논란과 관계된 별다른 하달사항은 없었느냐고 질문하자 “최근의 논란과 관계없이 공사는 현재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는 짧은 답변만을 들을 수 있었다.
당초 이곳은 경기도가 주관하는 ‘한류마루’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지난해 2월 정부는 이곳에 문화창조융합벨트 조성 계획의 일환으로 이곳을 케이컬처밸리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자연스럽게 한류마루 사업계획은 취소됐다.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은 최근 비선실세 논란의 중심인 최순실 씨의 측근 차은택 씨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사업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은 CJ그룹이었다. CJ E&M은 싱가포르 투자회사 방사완브라더스와 9:1 비율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케이밸리’라는 법인을 설립했고 이곳 개발사업의 주체가 됐다.
최근 비선실세의혹이 정국을 강타하자 경기도의회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논란이 새 나오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한류마루 사업이 취소되고 차은택 주도 하에 K컬처밸리 조성계획이 발표된 후 적정수준 이하의 싼 값에 토지를 임차 받아 CJ그룹이 사업에 나섰다는 것이었다.
▲ 홍보관 뒤로는 수풀이 우거진 채 방치된 상태(사진)다. 관계시설 등이 공사 중이지만 정작 테마파크 등이 들어서게 될 핵심부지는 놀고 있는 셈이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일부 드론 동호인들이 이곳에서 드론 비행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스카이데일리
의혹의 CJ “정권탄압 대상 기업…이재현 회장 수사 外 이미경·손경식 퇴진도 요구”
자연히 CJ그룹과 현 정권의 ‘친밀한 관계십’ 여부가 주목받았다. 하지만 막상 정권으로부터 탄압을 받은 기업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과연 K컬처밸리 사업이 특혜인가에 대한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는 분위기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VIP의 뜻”이라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종용했고 손경식 회장에게도 경제단체장직을 그만둘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당시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을 대상으로 한 검찰조사가 한창일 때였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수사는 정상적인 범주에 속한다 할지라도 그룹 경영을 맡고 있는 오너가의 거취에 대해 청와대가 간섭했다면 이는 기업경영에도 정권 차원의 개입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경영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는 향후 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과연 이런 상황에서 CJ E&M이 특혜를 받아 정부주관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점이 쉽게 납득가지 않는다”면서 “특히 CJ E&M의 경우 CJ그룹 내에서도 ‘이미경계열사’로 통하는 곳이 아니냐”고 의아함을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토지의 저가 임대가 사업자 유치를 위한 혜택이라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그 마저도 기업들은 호응이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한류마루 계획 전 한류월드 조성계획 때부터 테마파크 등을 건설하려는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안다”며 “문제가 된다면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하겠지만 문제가 된 부분의 경우 사업자 유치를 위한 혜택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 [도(圖)=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이어 그는 “테마파크 사업의 경우 사업성 담보가 안 된 상황에서 높은 투자비용 대비 실익을 거두기 힘든 사업이라는 점에서 대기업들조차 선뜻 나서지 않는 분야다”면서 “그룹 총수의 검찰수사 및 오너가를 향한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CJ그룹이 혜택을 받는다고 해도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에 나섰을 수 있다”고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미 한류를 중심으로 한 테마파크 계획이라면 CJ만한 적합한 기업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면서 “이미경 부회장을 필두로 CJ E&M이 영화·공연·예술 등 다방면의 한류문화콘텐츠 기업으로 자리 잡은 마당에 마땅한 대안 역시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오래 시간을 끈 사업인 만큼 관광객유치 및 착공에 들어간 관계시설 등을 감안하면 조속히 사업은 추진돼야 하는 것이 여러모로 국익에 이롭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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