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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칼럼니스트(고구리역사저널 편집인) ⓒ스카이데일리
필자는 역사적 사실임이 확실하다고 본다. 호태왕비문에서 유독 깨져버린 글자가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곳이 바로 영락 10년 ‘왜’ 관련 문구다. 당시 근대화를 이뤄가던 메이지유신은 대륙진출을 통해 아시아 대공영을 기획했다. 하지만 해당 비문 내용이 일본제국주의에게 결정적으로 치욕적인 내용이었기 때문에 관련 글자를 고의로 없애버린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또한 호태왕비문의 10년(400) 내용은 ‘태백일사 고구리국본기’에 비슷한 내용이 언급돼 있다. “영토를 넓게 개척한 호태황은 공이 크고 성스러운 덕이 백왕 중에서 탁월해 천하가 열제라고 불렀다. (중략) 처음으로 몸소 바다를 건너 이르는 곳마다 백제의 보좌였던 왜인을 격파했다. 백제가 사신으로 먼저 왜와 밀통해 왜로 하여금 신라의 경계를 계속 침략하게 하니 열제께서 수군을 직접 인솔해 웅진·임천·와산·괴구·복사매·우술산·진을례·노사지 등의 성을 공격해 취하고는 속리산에서 이른 아침에 하늘에 제사지내고 돌아오니 그때 백제·신라·가락의 모든 나라가 다 들어와 조공함이 끊이지 않았다. 거란과 평량도 굴복시키고, 임나와 이왜의 무리는 복속해 신하를 칭하지 않음이 없으니 해동의 강성함은 이때가 으뜸이었다”
(원문) 廣開土境好太皇 隆功聖德卓越百王 四海之內咸稱烈帝 (중략) 一自渡海所至擊破倭人 倭人百濟之介也 百濟先與倭密通 使之聯侵新羅之境帝 躬率水軍攻取熊津·林川·蛙山·槐口·伏斯買·雨述山·進乙禮·奴斯只等城 路次俗離山期早朝祭天而還 時則百濟新羅駕洛諸國皆入貢不絶 契丹·平凉皆平服 任那伊倭之屬莫不稱臣 海東之盛於斯爲最矣
게다가 이유립 선생이 저술한 ‘대배달민족사’에 수록돼 있는 스승 계연수 선생이 직접 비문을 보고 적었다는 ‘비문징실’의 내용을 입증해주는 사료가 새로 발굴됐으니 그것이 바로 남당 박창화 선생에 의해 일본 궁내청서고에서 필사돼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고구리사초략’이라는 책이다.
▲ 비문징실이 수록된 대배달민족사(왼쪽)와 박창화 선생의 고구리사초략 [사진=필자제공]
거기에는 호태왕비문의 10년 문구와 ‘태백일사’의 기록이 허위가 아님을 입증해주는 기록들이 있다. “10년(400) 경자 2월, 왜가 신라에 침입했다는 보고를 듣고는, 서구와 해성 등을 보내 5만병을 이끌고 가서 구원해 왜를 물러나게 했다. 임나·안라·가락 등 모두가 사신을 보내 입조했다. 남방이 남김없이 평정됐다. (十年庚子二月 聞倭入羅 遣胥狗觧猩等将五万 徃救退倭 任那安羅加洛等皆遣使来朝 南方悉平)”
2년 후인 영락 12년(402) 기록에 “임인 9월, 동명대제를 거행했다. 왜･신라･진･연･진･맥･백제･가야의 여덟 나라 여인들이 춤사위를 올리고 곡을 불어 바쳤다. 나라가 세워진 이래 처음으로 있었던 성대한 의식이었다. 태왕이 왜의 사자에게 ‘너희 나라는 멀리 물 가운데 있으면서도 성심으로 공물을 가져오기를 백년이 지났음에도 한 점 변함이 없으니 충성스럽다 할 것이며, 오늘 춤사위를 밟는 것으로 보아 너희 나라 풍속도 알 만하다. 돌아가거든 너희 왕에게 일러서 딸을 후궁으로 바치고 아들을 보내와서 학문하게 하며, 영원한 신민이 돼 너희나라에도 널리 짐의 교화가 미치게 하라. 뿐만 아니라, (신라왕) 보금은 짐의 고굉지신이고 그의 처가 짐의 딸이거늘, 너희 왕이 아신과 더불어 혼인하고 보금을 도모한다함은 결단코 불가하다. 이날 이후로 보금과 화친하며 서로 혼인하여도 좋다’라고 말했더니, 왜가 미해를 사위로 삼고 화친했다. 미해는 겨우 10살이었다”라고 기록돼있다.
(원문) 十二年壬寅九月 行東明大祭 倭羅秦燕晉㹮濟耶 八國之姬呈舞吹歌. 有國以來初有之盛典也. 上謂倭使曰 "爾国僻在海中 而誠心朝貢百有余年 未有小變可謂忠矣 今日呈舞可見爾國之俗 歸語爾王納女後宮遣子來學 永爲臣民遍被皇化可也. 宝金朕之股肱其妻吾女也 爾王與莘相婚而欲圖宝金决不可矣 自此亦與宝金和親而相婚可也.” 倭乃以美海爲婿而和親 美海年才十歲也
▲ 호태왕에게 두 딸을 후궁으로 바치고 신하를 자청한 인덕왜왕의 묘 [사진=필자제공]
딸을 후궁으로 바치라는 호태왕의 말에 왜왕은 이듬해 그대로 실천한다. ‘고구리사초략’에 “13년(403) 계묘 3월, 왜주가 아들 맥수를 보내 딸을 호송해 후궁으로 바치며 ‘신 인덕은 멀리 바다 가운데에서 태양과 더불어 같이 있고, 아직 황상의 교화에 젖지 않아 오래토록 마음속에 모자람이 있었습니다. 언뜻 듣자오니, 황제 폐하께선 성덕이 3황을 능가하고 공은 5제를 넘으시어 5부･8맥의 자식들이 찾아와 첩으로 살고, 남쪽 땅을 복속해 삼한 땅을 삼키시고 서쪽으로는 두 진(東晋･後晋) 땅을 진압하셨다 들었사옵니다. 신에겐 명하시길 딸을 바치고서 신더러 신의 땅에서 영원토록 임금을 하라시면서 대대로 가까이 지내자 하셨다니, 신은 두렵기도 하지만 기쁜 마음을 어찌할 바 모르겠습니다. 삼가 규전을 따라 감히 두 딸을 바칩니다. 예의를 차리며 애교를 떨지 못하여도, 실은 부끄러워하는 섬의 습속 탓이오니 저버리지 않으시면 다행이겠습니다’라고 아뢰었다”라고 기록돼 있다.
(원문) 十三年癸卯三月 倭主遣其子麥穗 送女納後宮曰 "臣仁德遠在海上與日俱存 未霑皇化長心缺然 仄聞皇帝陛下 德兼三皇功過五帝 五部･八㹮子來妾 伏南呑三韓･西壓二晋 命臣納女永主臣邦世世作親 臣惧且喜不知所措 謹從溈典敢獻二女 不腆媎儀 實愧島習 不棄是幸”
이렇듯 ‘고구리사초략’ 기록에 따르면 호태왕 10년(400)에 임나·안라·가락 등 남방이 모두 평정됐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임에 틀림없다고 하겠다. 이때 호태왕은 왜왕을 응신(應神)에서 인덕(仁德)으로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 비문징실의 내용처럼 왜가 호태왕에게 항복하고 식민지가 됐기 때문일 것이다. 식민지가 된 왜에 도발을 일삼았던 구정권(응신) 대신 말 잘 듣는 친고구리 신 정권(인덕)을 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었겠는가.
▲ 26대 계체일왕의 직계조상은 백제계 응신, 현 일왕가의 직계조상은 흠명 [사진=필자제공]
‘일본서기’에는 응신이 41년간 재위하고 인덕이 87년간 재위한 것으로 기록돼 있는데, 이는 완전 허구라고 할 수 있다. 왜왕이 390년 경 즉위한 응신에서 인덕으로 바뀐 시기가 바로 호태왕 10년(400)으로, 일본 고대국가의 출범이라는 야마토(大和) 倭의 시작과 거의 시기적으로 일치한다. 일왕 인덕의 재위년도 역시 여러 설이 있으나, 서기 400년부터 시작되는 것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일본으로서는 절대로 이 세상에 밝힐 수 없는 내용이 호태왕비문 10년 문구에 새겨져 있었기 때문에 이를 철저히 훼손해버린 것이다. 19세기말 일본제국주의는 이웃나라 조선을 정벌해서 식민지로 삼으려고 했는데, 1500년 전에는 왜가 오히려 호태왕에게 거국적으로 항복하고 고구리의 식민지가 됐다는 비문의 내용이 세상에 밝혀지면 자신들의 과업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호태왕비문의 역사적 사실을 숨겨야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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