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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성동제화협회는 우수한 한국 신발 제조기술이 세계 수준에서도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들의 목표는 수십 년 수제화 장인들의 기술을 후대에 전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곳은 수제화학교설립을 위한 발판마련에 애를 쓰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영완 명장(동현제화), 전태수 명장(JS슈즈디자인연구소), 김준배 명장(Ein Gedi), 박동희 회장(서울성동제화협회), 양영수 명장(스코올콜렉션), 유홍식 명장(드림제화), 한용흠 명장(다미제화) ⓒ스카이데일리
“무지외반증(엄지발가락 뿌리 부분의 뼈가 변형되어 바깥쪽으로 튀어나온 상태) 등과 같이 기형적 형태의 발을 가졌다면 반드시 수제화가 필요합니다. 최근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개성과 맞춤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어요. 수제화를 만드는 일도 전망이 점차 밝아지고 있는 셈이죠. 10년 후엔 유망직종이 될 겁니다”
지난 2007년 창립된 서울성동제화협회는 국내 신발관련 단체들 중 유일한 사단법인이다. 사단법인 승인은 지난해 이뤄졌다. 모임의 주축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수제화거리 일대서 종사하는 이들이다.
영화 ‘킹스맨’ 등의 영향으로 맞춤정장에 대한 인기가 되살아나면서 동시에 수제화에 대한 인기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제화시장 규모는 2005년 2조원에서 지난해 1조2000억원으로 40% 감소했지만 남성용 수제화 시장의 경우 600억원에서 720억원으로 오히려 증가했을 정도다.
국내 제화 관련 산업은 1980년대 이후 성수동을 중심으로 제화공장, 가죽유통업체 등이 모여 집적지를 형성했다. 성수동은 수제화 관련 사업체 425개사가 밀집한 국내 대표적인 수제화 집적지다. 깊은 역사만큼이나 많은 장인들을 보유한 곳이기도 하다. 유홍식 명장도 그 중 한사람이다.
“먹고 살기위해 배우기 시작한 것이 어느새 57년이 지났습니다. 시작할 때는 매맞아가며 일을 배우고 또 힘들 때도 있었죠. 지금은 자부심을 느낍니다. 회사원들이야 잘리면 그만이지만 나 같은 기술자는 어디서도 굶지는 않을 겁니다. 다시 태어나도 이 일을 하고 싶어요”
▲ 국내 수제화 장인들과 숙련공들의 실력은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수준이다. 하지만 국가적인 제조기술 보전노력은 미흡하다고 이곳 회원들은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동제화협회 소속 명장들은 본인들의 기술을 이어갈 후계자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양영수·유홍식·한용흠 명장 ⓒ스카이데일리
후계 양성 인프라 구축 한 뜻 위해…십시일반 꾸린 수제화 조합 ‘서울성동제화협회’
“수제화업계는 대부분 경력이 40년 이상입니다. 그런데도 저희들만의 브랜드가 없었어요. 성수동은 수제화 공장이 많았는데도 거의 다 OEM생산방식이라 기술공들은 큰 브랜드의 하청만 받을 뿐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판매할 여건이 안됐죠”
박동희 회장은 그간 홍보 및 브랜드 구축활동에 무지했던 것을 지적하며 협회를 통해 브랜드를 구축하고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드러냈다. 장인들이 만든 구두라는 브랜드를 통해 대기업들과 경쟁하겠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명장들도 박 회장의 말을 거들었다. 김준배 명장은 “홈쇼핑 판매로 성수동 기술이 본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이 얼마 나오는지 확인하지 않고 생산을 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유통구조상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돼 있어 납품업체는 어떻게든 불공정 계약으로 망하죠”고 말했다.
양영수 명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디자인해 맞추는 살롱화를 백화점에 납품할 경우 세금만 35%가 부과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한 사람을 위해 제작되는 수제화에 개성과 정성이 깃들어있으나 유통구조상의 문제로 가치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 서울성동제화협회는 ‘구두와 장인’이라는 자체 브랜드까지 구축한 상황이다. 가진 것이라고는 기술뿐인 이들이 국내를 대표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수제화 브랜드로 구축 중이다. 사진 왼쪽부터 김준배·전태수·김영완 명장, 박동희 회장 ⓒ스카이데일리
한용흠 명장은 명장시험제도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지난 3월로 예정된 시험을 치르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알아봤으나 관련 시험책자를 보는 순간 곧바로 마음을 접었기 때문이다. 수제화 제작만큼은 자신했던 그였지만 필기시험에는 도통 엄두가 나질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명장이 됐다.
“저를 비롯해 수십 년 수제화 제작만 하던 많은 기능인들은 가방끈이 짧아요. 초등학교만 나온 이들이 대다수죠. 글만 겨우 깨쳤을 정도죠. 이론을 깨우치기엔 무리가 많은 것이 사실이죠. 실력으로는 부족함이 없다고 자부하지만 학식이 뒷받침돼야 장인이 될 수 있다고 해 포기감이 앞섰던 겁니다”
좌절한 그를 일으킨 이가 박 회장이다. 공신력 있는 단체서 1차 검증받는 것으로 필기시험을 대체할 수 있음을 알게 된 박 회장이 서울성동제화협회 이름으로 서류지원을 도운 것이다. 덕분에 한 명장은 무사히 명장실기시험을 치를 수 있었고 장인이 될 수 있었다.
회원들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박 회장은 협회 운영에 다양한 애로사항이 있다고 고백했다. 회원들과 함께 ‘구두와 장인’이라는 하나의 브랜드 출범을 시도하려 했으나 정부로부터 무려 세번이나 퇴짜를 맞았던 것이다.
“정부 입장은 제 개인 재산을 들여 만들라는 것이었어요. 지원을 거부당한 것이었죠. 결국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사재를 털었습니다. 저희 단체 회원이라면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게 했으며 공방에서 제작한 신발 내부에 숫자로 된 식별코드를 기입해 이력조회 등도 가능하게 한 것이죠”
▲ 사진(위)은 한용흠 명장에게 수제화 제작을 의뢰한 한류스타 빅뱅 멤버들의 족적이다. 수제화의 장점은 사람마다 다른 발의 특징이나 사이즈에 따라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사진(아래)는 명장들이 제자들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성수경제혁신센터 1층 수제화카페 ⓒ스카이데일리
“명장들 교수 채용, 후진 양성해 세계 수위급 국내 수제화 기술 전수가 목표죠”
지난 2013년 서울성동제화협회는 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주최한 ‘소공인 특화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성수동 일대 수제화거리 역시 이를 통해 조성됐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고 협회는 전했다. 김영완 명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거리조성도 문제가 많아요. 성수역 3번출구 앞에 컨테이너박스 3~4개 설치한 것이 다였어요. 후속조치가 부족했죠. 후계양성교육을 위한 지원금도 1년 정도 지급된 후 중단됐어요. 접수과정부터 말이 많았어요. 복잡한 서류절차로 인해 배움이 짧은 저희 수제화 상인들이 애를 먹었죠. 당국의 배려가 다소 부족하다 느꼈죠”
전태수 명장은 젊은 세대들과의 협업을 강조하기도 했다.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수제화의 성장을 점친 것이다.
“지금의 기술공들은 뛰어난 제조 기술을 갖고 있지만 고령층이 많다보니 디자인, 시각적인 감각이 부족합니다. 협회 내 6명의 장인들 중에서도 가장 어린 나이가 55세(양영수 명장)죠. 기술을 배우려는 젊은 층이 많아야 한국 수제화 시장이 성장할 것입니다”
박동희 회장은 협회를 기반으로 수제화기술학교 설립에 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명장들을 교수로 채용해 후진을 양성해 세계 수위급 국내 수제화 기술을 전수하겠다는 의지다. 사장될 위기의 한국의 수제화 기술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한용흠 명장은 이에 힘을 보태는 것이 마지막 소명이라 강조하기도 했다.
“유홍식 명장과 일본·이탈리아에 교육을 위해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현지의 잘 짜인 커리큘럼에 놀랐었죠. 우리나라의 경우 수강생들을 가르칠 공간과 비용적 한계가 많습니다. 하지만 소위 명장이라는 저희들의 책임이 크다 생각합니다. 힘을 모아 학교를 설립하고 기술력을 젊은 세대에 이식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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