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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라매 탁구회는 보라매공원 청소년 수련관에서 운영하는 탁구 교실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동호회다. 회원들은 실력 경쟁이 아닌 몸과 정신의 발달이라는 운동 본연의 즐거움을 위해 탁구를 치고 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서울 보라매공원 청소년 수련관(이하 수련관)에 위치한 탁구장에는 경쾌한 탁구공 소리와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7시 ‘보라매 탁구회’의 모임이 있는 날이다.
‘보라매 탁구회’는 일반인 탁구동호회다. 수련관에서 운영하는 탁구 교실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화·목 7시 수업반 회원들이 동호회를 구성한 것은 약 2년 전이었다.
현재 회장직을 맡고 있는 박경환(63) 보라매 탁구회 회장이 초기부터 지금까지 모임을 주도했다. 박 회장이 이곳에서 탁구를 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3년 말부터다.
“수련관에 다니기 시작한 것은 술을 계속 마시고 싶어서였어요.(웃음) 몸이 건강해야 좋아하는 술도 마실 수 있잖아요. 그런데 운동을 하다보니 건강도 건강이지만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점점 즐거워지더라고요”
박 회장에 따르면 보라매 탁구회는 타 탁구동호회에 비해 회원 간 인간적인 교류가 활발하다. 실력을 상하로 나누고 승패를 따지기보다는 즐기는 탁구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실력 면에서는 사설 동호회가 훨씬 뛰어 납니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는 서로 이기려는 마음이 강하다보니 운동의 본질을 잃어버리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운동은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승부에 집착하다보면 그렇지 못하게 되죠.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다보면 실력이 떨어지는 초보자들은 함께 섞일 수가 없어요. 결국 못 버티고 나가게 돼 있어요”
정미경(55·여)씨는 동호회에서 탁구를 시작한 지 5개월 차 새내기 회원이다. 정씨는 자신과 같이 실력이 부족한 초심자를 받아주는 탁구 동호회가 많지 않다고 말한다.
“건강검진 결과가 콜레스테롤 수치 등이 안 좋게 나와서 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막상 운동을 하려고 해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이곳에 오기 전에 다른 곳 몇 군데를 방문했었는데 실력이 부족한 사람은 잘 챙겨주지 않고, 일종의 텃새도 있었어요. 같이 시작하는 사람이 없으면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이죠”
하지만 정씨는 보라매 탁구회에 나오면서 ‘탁구’라는 새로운 운동에 눈을 뜨게 됐다. 애초 목표했던 건강관리는 물론 심리적인 효과까지 함께 얻을 수 있었다.
“화목한 분위기 속에 조금씩 운동을 배우다보니 건강이 많이 좋아졌어요. 혈액순환이 잘 안 돼 자다가 항상 쥐가 났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일이 잘 없어요. 그리고 갱년기 우울증도 한 번에 치료됐어요. 가끔 집에 혼자 있을 때 우울함을 많이 느꼈었는데 요즘에는 만날 사람들이 있으니 그런 걱정이 없죠”
비록 공의 무게는 2.7g에 불과하지만 탁구의 타법을 위해서는 몸 전체의 무게로 스윙을 하는 운동으로 전신 근력이 좋아지는 육체 운동이자 두뇌 활동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실내 스포츠로 날씨와 관계없이 사계절 내내 할 수 있는 스포츠로 대표적인 생활체육이다.
▲ 회원들은 회원 간 인간적인 교류가 활발한 것을 탁구회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실력에 따른 배척이 있는 타 동호회들과는 달리 보라매 탁구회는 전 회원이 갈등 없이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경환 회장, 황규화 회원, 김수정 회원, 정미경 회원 ⓒ스카이데일리
마주보며 교감하는 운동…부부 금슬 돕는 최고의 생활체육
보라매 탁구회가 처음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박 회장은 과거에는 이곳에서도 서로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서로 간의 오해를 풀기 위해 매달 한번씩은 전체 회식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여럿이 모이다 보니 서로 오해가 생기고, 싫어하는 사람도 생기게 됐죠. 실력 차로 인한 시기도 있었어요.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다 함께 모이는 회식자리를 만들었어요”
박 회장의 노력은 소속감 증가로 이어졌다. 20여 명의 동호회원 중 약 절반 이상은 박 회장과 2년 넘게 함께해온 사람들이다.
황규화(57)씨는 박 회장의 이런 열정이 동호회의 자랑 중 하나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황 씨는 어렸을 적 앓았던 소아마비 때문에 한 쪽 다리가 불편한 상태지만 박 회장의 헌신과 그로 인한 분위기 때문에 동호회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회장님이 참 헌신적입니다.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책임감을 갖고 모임을 추진하시고 동호회도 잘 이끌어 가주시고 있어요. 다른 곳은 서로 간의 경쟁심이 과하다 싶은 경우가 있는데 이곳은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평생 할 수 있을 때까지 운동하는 것이 앞으로의 바람이에요”
황씨에게 동호회를 추천해준 사람은 부인 김수정(55·여)씨다. 김씨 역시 운동 본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남편을 동호회로 이끌었다.
“간혹 다른 곳에서는 레슨을 받으시고 화를 내시는 분들이 있어요. 생각만큼 실력이 늘지 않아서죠. 하지만 이곳은 실력보다는 운동 본연의 즐거움을 위해서 모인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단합이 잘 된다고 생각됩니다”
▲ 회원들이 말하는 탁구의 가장 큰 매력은 건강 증진과 정서적 교감이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공을 주고받으면 건강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서적 교감까지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회원들의 설명이다 ⓒ스카이데일리
또한 김씨는 ‘함께 하는 운동’으로서의 ‘탁구’의 가치에 대해서 강조하기도 했다. 그녀는 탁구가 서로 마주보면서 공을 주고받을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에 부부가 함께하기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했다.
“남편과 함께 탁구를 치다보면 가끔씩 공으로 남편을 맞추는 등 많은 재밌는 일이 있어요. 함께 마주보고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것이 탁구의 가장 좋은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남편과 저는 평생 함께 공을 주고받으면서 지낼 생각입니다”
보라매 탁구회는 정식 대회에 단체 출전 하는 것을 목표로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실력을 쌓은 후 대회에 진출하겠다는 것이 박 회장의 계획이다.
“제 개인적으로는 조만간 대회에 참가할 계획이지만 단체로는 아직 실력 면에서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는 대회 참석이 가능할 만큼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을 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형성된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것이겠죠. 운동은 몸과 마음이 건강하려고 하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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