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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우 칼럼니스트
무(无)는 ‘아니다, 없다’라는 뜻이고, 망(妄)은 ‘망령되다, 허망하다, 잊어버리다’라는 뜻이 있다. 이 둘이 합쳐진 무망(无妄)은 망령되지 않다, 허망하지 않다는 뜻이다. 철학적인 의미를 부여하면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의 일부가 돼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이다.
주역괘에는 천뢰무망(天雷无妄)이 있다. 우레가 하늘 아래서 움직이며 하늘과 땅의 음양이 화합하는 상황이다. 하늘의 에너지로 생명의 기운이 솟고 함께 움직이며 반응하니 세상사가 아무런 탈 없이 자연스레 흘러가는 모습이다.
기업에서는 비전(天)을 구현할 실체인 직원들의 역량(雷)이 상호간에 조정돼 직원들이 비전을 받들며 전략을 실행해 성과를 창출하는 상황이다. 큰 문제없이 경영을 영위하는 것이다.
프로세스 혁신에 대한 이해도가 증가하고 이를 통해 문제해결을 위한 지식이 습득되는 단계다. 잠재문제를 발굴해 사전에 해결하게 되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역량을 확보해 체질화 시킬 수 있고, 시키지 않아도 직원들 스스로 자가발전을 통해 성과를 창출하게 된다. 태평성대와도 같다.
프로세스 혁신 순환 11단계를 지나왔다. 마지막 12단계까지 도달하게 되면 조직 내 혁신활동이 체질화되고 그것이 일상생활 속 판단 기준이 되고 활동 기반이 된다. 다시 말하면 직원, 경영자, 조직이 비전을 중심으로 각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있으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역량도 갖춘 상태가 된 것이다.
환경 변화에 즉시 대응할 수 있게 준비됐고 경쟁자 대비 우월한 내부 역량을 확보한 상태다. 자연스럽게 이익과 기업의 성장은 뒤따라오게 된다. 마지막 단계로서 태평성대를 영위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마무리해야 하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사상통일
프로세스 혁신 초기의 어려움 중 하나가 용어에 대한 통일이다. 결과 중심에 익숙해져 있는 조직을 과정 중심 조직으로 변화시키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데 용어 또한 색다른 것을 사용하면 외우기도 힘들고 모든 것이 낯설게 된다. 결국에는 불투명한 투자대비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다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프로세스 혁신에 대한 투자는 일종의 업무 인프라 투자다”와 같은 혁신에 대한 사상이 통일되면 정량적인 효과는 증명하기 힘들어도 정성적인 효과를 인정하고 투자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렇게 되면 의사결정의 속도가 빨라지게 되고 쓸데없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투자 의사결정이 정해지고 나면 실행력이 종전과 다르게 빨라지는 것이다. 초기를 돌아보면 의사결정을 하고 난 뒤에도 필요성을 설명하느라 많은 시간과 자원을 허비했지만 지금은 이 과정이 필요 없게 된 것이다. 곧 바로 실행에 몰입할 수 있게 됐다.
혁신의 일상생활화
‘선(先) 프로세스 혁신, 후(後) 정보시스템 구축’이라는 표현이 있다.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새로운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행을 강화하기 위해서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마무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가끔 용두사미처럼 시작은 프로세스 설계였지만 끝은 정보시스템으로 본말이 오도되기도 한다. 프로젝트 마지막 무렵이 되면 정보시스템의 기능, 사용의 편리성 등이 갑자기 이슈가 되고 프로세스 이슈는 사라지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선(先) 프로세스 혁신, 후(後) 정보시스템 구축’은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프로세스 혁신의 본질인 것처럼 인식하게 되는 오류를 환기시키기 위해 생겨난 표현이다. 프로세스 혁신이 정착되고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면 시스템 정보와 데이터를 통한 경영이 가능해진다. 상시로 필요한 데이터가 모니터링 되고 조기경보처럼 문제를 사전에 발견하기 쉬워진다.
의사결정 정보가 달라짐
특히 의사결정 정보의 수준이 달라진다. 매출, 이익과 같은 사후 정보 중심에서 지역별 신제품 매출 비중, 납기 준수율, 고객만족도 등 선행지표 중심으로 전환된다. 경영자들이 지표 모니터링 후 차이 발생시 해결 방안을 수립하는 체계가 갖춰지게 되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미리 발견하게 되므로 의사결정 기간이 단축되고 기회손실을 줄일 있다.
웃지 못할 부작용도 있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모니터링 시스템이 24시간 운영 된다. 지구 반대편 지역의 데이터에 이상이 발견되면 경영자가 해당 지역에 연락을 하게 되고 반대쪽은 새벽인데도 잠에서 깨 질문에 답변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사전에 미리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가 신속한 답변을 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핵심은 경영의 관리가 사후에서 사전으로 변화되는 것이고 경쟁자들 보다 빠른 시장 대응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프로세스 혁신의 중요성이 바로 이것이다.
역량확보로 경쟁력 차별화 즐겨라!
경쟁자들보다 빠른 대응력, 모방할 수 없는 대응력을 확보한 회사들을 보자, 델컴퓨터의 주문 접수 생산, 삼성전자의 공급망 통합, 나이키의 생산 외주화, 토요타의 JIT(적기공급생산)등이 있다.
제품의 개발력도 있지만 내부 운영 효율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프로세스 경쟁력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스피드와 원가 측면에서는 프로세스 경쟁력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프로세스 경쟁력은 경쟁자들이 단기간 내에 확보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오랜 기간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선진기업들의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우리 고유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 기업들도 따라오기 힘든 SCM(공급망 관리), ERP(전사적 자원관리)와 같은 정보기술을 활용해 공급망 전체의 생산성을 높인 것이 최근까지 우리 기업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세스 경쟁력을 바탕으로 신속한 신제품 출시와 소비자 계층에 맞춘 다양한 기종들을 제공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애플은 단순 몇 개의 기종만으로 엄청난 영업 이익을 올리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은 너무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영업 이익 실적으로 보이고 있으므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일리가 있는 설명이긴 하지만 이런 신속성 때문에 스마트폰이라는 급변하는 시장에서 생존해 온 점은 폄하할 수 없다. 이 또한 현재의 경쟁력인 것은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 시스템들도 시간이 지나면 환경이 변하면서 낡은 것이 되고 무질서가 증가하는 엔트로피 법칙에 따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다시 말해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멀게만 느껴졌던 12단계를 마무리했지만 이는 ‘달도 차면 기울듯’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하는 단계임을 암시한다.
새로운 환경변화와 경쟁자들로 인해 조직과 전략이 바람에 흔들리는 시기가 다가올 수 있음을 인지하고 새로운 준비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연유로 프로세스 혁신도 시작과 끝이 있는 것이 아니고 계속해서 순환하면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순환모델을 통해 강조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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