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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급기야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가운데 그 책임의 전면에 있는 친박라인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도 날로 거세다. 대통령 측권에서 온갖 권력과 영달을 누려 온 친박계가 보좌를 잘못한 책임의 일단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자숙해도 모자랄 판에 원조 친박으로 불리며 친박라인의 중심에 있는 최경환 의원이 국회 탄핵표결 직전 돌출행동을 하고 나선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대통령까지 늪에 빠지게 했다는 생각에 이르게 한다.
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이 들어가기 직전에 동료 의원들을 상대로 ‘혼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인 탄핵은 막아야 합니다’라는 제하의 긴급 호소문을 냈다. 그런데 그가 호소문을 낼 당시는 이미 새누리당 비박계의 탄핵행보가 구체화 되며 탄핵안이 가결 쪽으로 사실상 굳어진 상황이었다. 친박계가 아무리 나서도 상황을 유턴시키기가 거의 불가능한 시점이었다.
물론 최 의원이 순수한 의지를 갖고 박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탄핵을 반대했다고 할 수 있다. 호소문 내용은 그렇게 절절했다. 따라서 최 의원이 박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의리를 끝까지 지킨 행보로 일견 비춰진 것이 사실이다. 특히 호소문 중 “박 대통령은 단돈 1원도 자신을 위해 챙긴 적이 없는 지도자다. 저에게 단 한 번도 부당하고 불의한 지시나 일을 이야기 한 적이 없는 지도자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외견상 최 의원의 박 대통령에 대한 무한 존경심과 신뢰감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최 의원의 이 같은 행보는 오히려 진정성과 순수성을 의심받고 있다. 최 의원의 이날 돌출행보가 야당은 물론이고 비박계를 더 결집시켰을 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친박계까지 돌아서게 한 야릇한 상황이 만들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실제로 탄핵 표결결과 야당 의원 전원이 탄핵에 찬성했다는 전제하에 새누리당 비박계는 물론이고 친박의원 30여명도 탄핵에 동참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 의원의 행동은 국민여론을 더욱 악화시키기까지 했다. 결국 최 의원은 불이 활활 타오르는 탄핵 표결정국에 결정적으로 기름을 끼얹는 역할을 했다. 실제로 탄핵은 예상을 넘어선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됐다. 그런데 탄핵국면을 역전하기가 불가능한 것이 뻔한 상황에서 호소문 하나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과연 최 의원은 생각했는지가 대단히 궁금해진다. 아니 진실되게 묻고 싶다. 정치적으로 예리한 판단과 수를 보는 능력이 빠르다는 최 의원의 진심은 과연 무엇인가.
우리는 최 의원이 호소문으로 탄핵표결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이중적 행보의 그림자가 비춰진다. 정치권에서도 그를 보는 눈은 두얼굴의 가면을 쓴 사람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주변에서 쉬쉬하기에 그만 모르는 그에 대한 평가가 아주 냉혹하게 비판적이다. 실제로 이번 돌출행동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더 바보로 만든 상황만을 몰아간 가운데 얼핏 외견상으로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커지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최 의원이 자신을 따르는 친박의원들에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부분이 참으로 찜찜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그의 정치적 흥행으로만 보면 성공한 행보인 것처럼 보여진다. 친박의 좌장역을 하면서 최경환 자신의 정치적 타이틀을 견고하게 확보했다는 생각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향후 자신의 계파를 이끌어 갈 자산을 건지는 정치적 포석을 두었다고 정치권 인사들이 생각할 여지를 갖게 했다. 그런 이야기들이 정치권에서 분분하다.
따라서 우리는 최경환 의원의 향후 행보를 단단히 주시해 보고자 한다. 행동 하나하나의 진정성을 계속 살피겠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호소문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이라면 그 곳이 길바닥이든 기름때 낀 바위틈이든 손목이 으스러지든 얼굴에 칼이 들어오든 결단코 주저함이 없어 우리들의 맨 앞줄에 서서 오늘까지 20년 동안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 살아온 지도자다”고 했다.
이 말이 진정성이 있다면 최 의원은 앞으로 박 대통령과 모든 운명을 같이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이 다한다고 하면 그도 온전히 정치판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순장조 1순위’가 될 깃발을 스스로 들어올렸다는 것을 국민 모두가 주목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아울러 최 의원을 따르는 계파 의원들도 그가 떠나면 같이 떠나는 행동을 해야 한다.
최 의원은 지금도 부총리 시절 지나친 확장적 경제운용으로 국고를 탕진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국민들에게 달콤한 꿀을 주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국민들을 빚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국민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는 정책을 취했어야 할 당시에 그는 국고의 돈을 마구 풀어대는 아주 쉬운 인기정책을 썼다. 독이 묻어 돌아온 그 화살이 최 의원을 향하고 있음에도 그는 여전히 그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그 단적인 증거는 나라가 아수라장이 된 상황에서도 그는 거액의 지역구 예산을 챙겼다. ‘최경환 표 예산’으로 불리는 TK(대구·경북)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에 여전히 그는 정치적 사활을 걸고 단단히 욕심을 냈다. 내년 예산에 대구순환고속도로, 함양·울산 고속도로 예산들이 증액됐다. 이들 예산은 최 의원이 경제부총리 시절 대폭 증액된 예산들이었다.
최 의원의 이번 호소문 행보가 박 대통령까지 속이는 자신만의 정치적 득실을 계산한 행보에 무게감을 둔 것으로 비춰지는 하나의 방증이 바로 지역구 챙기기 행보였다. 정치적으로 운명을 같이할 사람의 행보치고는 욕심이 컸기 때문이다. 최 의원이 이런 이중적 정치인이 맞다면 그가 국회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섬뜩하다. 진실을 앞세운 거짓말이 가장 악랄한 배신행위인 탓이다.
최 의원은 지금 이른바 꺼저가는 주군에게 의리를 지킨 정치적 좌장이라는 양수겸장을 두었다고 판단할지 모르지만 향후 정치적 순수함을 져버리면 정반대의 지독한 비판과 국민적 몰매를 피하지 못한다. 최 의원은 호소문의 내용이 순수한 결기의 마음이었다 해도 얼마 못가는 정치적 운명의 배를 탔다. 반대로 정치적 행보를 염두했다면 자신의 정치적 주군은 물론이고 우리 국민에 앞 설 자격이 없는 엄청난 자기무덤을 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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