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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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신 편집이사
지난 6일 대한민국 정치와 경제계에서 사상 유례없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굴지의 대기업 총수들이 일제히 국회 청문회 증인대에 섰다. 이날 청문회는 참여한 인물의 면면만으로도 전 국민의 관심을 불러 모으기에 충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국내 10대기업 총수 대부분이 참석했다.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한 사건의 중심은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게이트다. 청문회는 최순실이 실소유주인 재단에 박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을 불러 돈을 내게 하고, 그 대가로 기업의 민원을 해결해줬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하는 자리였다.
예상대로 청문회는 전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경제계의 관심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청문회에서 최순실 재단으로 흘러들어간 돈의 모금책 역할을 한 전경련의 해체 문제가 거론돼 이목이 집중됐다.
당시 청문회에서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전경련 탈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남겼다. 심지어 재계서열 1위인 삼성그룹을 이끄는 이재용 부회장은 공개적으로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사실상 전경련이 해체 위기에 봉착했다는 시선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전경련 측은 내년 2월 정기 총회 때까지 존폐 문제 등과 관련해 진로를 정하기로 하고, 주요 회원사를 상대로 이와 관련해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몇 일전 전경련의 비중있는 회원사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보인 일련의 행보 때문에 여론은 또 다시 들썩이고 있다.
지난 8일 일본의 천황(이하·일왕)이 국내에서 생일파티를 열었다. 국민 대다수는 ‘남의 상가집에 와서 생일파티하는 격이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상대가 일본을 상징하는 인물이란 점에서 비판 강도 또한 거셌다. 200만이 넘는 국민들이 영하의 날씨에 거리로 뛰쳐나와 촛불집회를 열고 있는 비상시국의 국가에 와서 특급 호텔을 빌려 생일파티를 여는 일왕의 행태에 국민들은 ‘후안무치한 행위다’고 힐난했다.
그러나 국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든 일은 따로 있었다. 이런 행태를 저지른 일왕을 축하한답시고 몇몇 재벌 기업 총수들이 축하 화환까지 보낸 사실이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이다. 박삼구 회장도 그 중 하나였다. 이에 여론은 박 회장에게 ‘전 국민의 공분을 살 일왕의 행위에 오히려 박수치는 격이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일본 일왕의 눈도장을 찍기 위해 국민을 등졌다”, “그럴거면 일본으로 가라”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재계에서는 “국민들의 반감이 자칫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 섞인 견해도 나왔다.
현재 우리 국민은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최순실 사태로 사실상 국정은 마비되다 시피 했다. 당장 코앞에 닥친 외교현안도 만만치 않다. 나라 전체가 추진 동력을 잃은 상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전 국민이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애국심 하나로 똘똘 뭉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국가의 위기를 내 일처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사태 해결을 목청껏 외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박삼구 회장 역시 큰 위기를 겪었다. 무엇보다 그룹해체 위기 직전에 가까스로 되살아났다. 물론 국가의 위기와는 비교가 안 되지만 박 회장 개인에게는 지옥을 다녀온 위기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평상시라면 비즈니스를 위한 화환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에 유독 반감이 큰 우리 국민들의 정서를 생각한다면 지금은 국가적 위기가 닥친만큼 국민정서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맞다. 국가의 위기를 온 몸으로 받아들일 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초심이 싹 트고, 그것이 국민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영속하기는 기업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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