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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제정책은 글로벌 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늘 긴장감을 준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온갖 튀는 행보로 주목받아 온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운용 방향은 그래서 더더욱 촉각이 곤두선다. 이른바 ‘트럼프노믹스’가 사실상 가동에 들어가면서 미국은 그들을 위한 그들만의 정책으로 세계 경제의 지축을 이미 흔들기 시작했다.
미국의 유일한 대항마로 떠오르며 G2로 부상한 중국과의 공개적인 일전이 우선 가시화 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공개 지정하고 4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미-중 간 무역전쟁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양국이 대놓고 전면전에 나섰을 뿐만 아니라 두 나라 모두 상대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응수하고 있다. 가히 ‘장군 멍군’ 식의 난타전 싸움이 불꽃을 튀긴다.
두 나라의 무역전쟁은 세계무역기구(WTO)로 확전됐다. 중국이 미국을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고 미 자동차 회사에 벌금을 부과할 것을 밝히자 미국도 즉각 중국을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며 응수했다. 문제는 양국 간의 이 같은 무역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가 자칫 위험한 상황으로 치달 수 있는 부분이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공개 천명한 이상 환율 헤게모니를 기반으로 경제전쟁이 확산된다면 그 피해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특히 긴장되는 부분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 이하·연준)의 최근 금리인상은 슈퍼달러의 귀환을 위한 전단계 수순으로 보여진다. 최근 연준은 제로금리에서 0.25%로 올린지 1년만에 다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렸다. 이에 기준금리는 0.25~0.50%에서 0.50~0.75%로 상승했다. 앞서 미국이 금리를 올린 작년 12월은 9년6개월만의 인상이었다. 무려 10년에서 1년만에 주기가 급격히 빨라진 셈이다.
특히 미국의 금리는 앞으로 더욱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거의 확실시 된다는 점에서 긴장된다. 미국 투자은행들은 연준이 2017년 두차례, 2018년 세차례 등으로 금리인상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리인상 주기가 그야말로 초스피드다. 미 연준 의장이 트럼프에게 지나친 재정확대 경제운용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도 금리인상 속도를 꺾지 않겠다는 의도로 비춰진다. 트럼프가 재정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금리인상에 협조하면서 나아갈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 있다. 이에 따라 경제전문가들은 앞으로 몇 년내 미국 금리가 2%대 후반이나 3%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달러가치의 상승에 따른 글로벌 기축통화라는 존재감이 다시 확실히 드러난다. 이는 마른 저수지에 물을 댔던 정책을 급전환 해 다시 물을 빼는 전략과 다르지 않다. 달러가 다시 미국으로 집중되는 그림이다. 반면 전 세계 많은 국가들에서 달러화 유출 속도가 가속화 될 것이라는 뜻이다. 특히 신흥국이나 개발도상국은 그 과정에서 치명상이 예상된다.
우리의 경우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달러화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는 앞으로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그야말로 핵폭탄급 뇌관이 될 것은 자명하다. 큰 그림을 그리는 금리정책을 가다보면 한계가구들의 대량파산이 우려된다. 한계가구가 아니더라도 우리 국민 대부분 가계들의 빚부담이 가중되면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면 불황이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많다. 그렇다고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무작정 풀기 어려운 것은 그 돈이 다시 국민들의 빚으로 쌓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확장적 경제운용은 그 단적인 사례였다. 빚을 빚으로 막는 식이 되면 더 큰 위험을 자초할 뿐이다.
미-중 간의 경제전쟁이 결코 단기간에 끝날 일이 아니라는게 우리에게 설상가상 닥칠 위험한 파고다. 한국 무역의 절대적 비중이 중국과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트럼트 정책에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 미국 국채를 대거 매각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미국의 최대 국채 보유국이라는 지위로 트럼프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덩달아 우리도 새우등 터지는 피해가 심히 걱정스럽다.
이미 중국의 행보로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미 정부에 재정부담을 안기는 중국의 전략이 실효적으로 먹혔다. 트럼프가 무려 1조원을 풀어 미국 경제를 추가 부양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상황을 치고 들어간 격이다. 트럼프가 공약을 실행에 옮길 경우 중국의 국채 매각은 미국에 치명적이 될 여지가 높다는 것이다. 미국의 국채규모는 지금도 20조달러에 달해 금리가 1%만 올라도 이자부담이 2000억달러(약 234조원)에 이르게 된다. 이에 미국이 금리를 더 가파르게 올리면 미-중 간 싸움에 우리는 고스란히 불똥을 맞는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을 겨냥한 의도 외에도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위안화 가치의 평가절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데 대한 대응차원의 행보차원도 엿보이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너무 빠르게 떨어지면 중국 기업들의 부채가 심화돼 기업부실을 촉발할 우려가 크다. 원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결국 미국과 중국의 경제전쟁이 전면전으로 지속 확전된다면 우리 경제는 안팎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다.
트럼프는 그럼에도 자신의 미국 제일주의 행보를 결코 꺾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 단적인 사례로 트럼프는 경제부처 요직의 수장에 미 금융의 중심 월가 출신 인사들을 대거 기용했다. 재무장관, 상무장관, 국가경제위원장 내정자 등이 모두 월가 출신 금융신사들이다. 이들을 통해 중국과의 갈등을 격화하고 기축통화 중심의 경제운용 정책을 강화한다면 국제경제가 크게 요동치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이에 우리는 타협과 합리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트럼프의 완고함에 늘 긴장하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는 우리를 결코 쉽게 봐줄 인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대안의 하나로 우리의 경제정책을 미·중 양국의 눈치를 보며 사후 대처하는 수동적 태도에서 탈피해 선제적으로 ‘헤지’에 임하는 위험분산 포석을 두는 것으로 꼽고 싶다. 국가적 헤지 운용이 쉽지는 않다고 해도 앉아서 당하는 것보다 위기국면을 헤처나갈 여지를 높인다. 그 첫 번째 대응책이 트럼프처럼 일선의 금융인들을 국가경제운용의 수반으로 기용하는 방법이 나쁘지 않다. 더불어 중국과의 무역분쟁 불똥을 최소화 하기 친 중국통 기업인들을 내각으로 끌어들이는 전향적 대안 또한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 트럼프의 미국주의와 슈퍼달러 기조는 지금과 같은 경제운용 방식으로 결코 대처하기 어렵다. 경제정책을 이끄는 주요 포스토들을 대거 교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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