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AI 사태 ‘황금계란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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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지 기자페이지 + 입력 2016-12-21 00:35:25

▲ 손현지 기자(금융부)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계란 한판 당 평균 소매 가격은 6781원으로 한달 전 5408원과 비교하면 25% 상승했다. 주부들 사이에서 황금계란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처럼 계란 값이 폭등한 이유는 사상 최악이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사태 때문이다. 전국 각지의 농가에서 1800만 마리나 되는 가금류가 살처분 되고, 이동금지 조치까지 내려지다보니 자연스레 계란 값이 오를 밖에 없는 환경이 형성된 것이다.

AI는 지난달 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처음 발생했다. 이후 철새 이동경로인 ‘서해안 벨트’를 따라 급속히 북진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AI가 번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대처는 늦었다. AI 발생 이틀 후에야 방역대책본부를 설치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관계장관회의를 연 것은 26일 뒤의 일이다. 또 최초 발생 한 달만인 지난 16일에야 AI 위기 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했다. 그럼에도 마지막 청정지역이었던 영남권까지 확산돼 AI 방역에 완전 구멍이 뚫렸다.

부끄럽게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AI가 발생한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사태가 심각하게 확대되지 않았다. 발생 당일 바로 중앙정부에 상황이 보고되자마자 아베총리는 위기관리센터를 가동했다. 다음날 오전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해 방역을 시작했다. 정부의 즉각 대응까지 우리나라는 26일, 일본은 단 하루가 걸린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번 AI 사태의 책임을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보는 시각이 많다. 사태 진압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부의 늑장 대응과 안일한 대처가 민생을 어지럽히는 사태까지 초래했다”며 질타했다.

처음 AI가 발발한 지 34일 정도가 흐른 현재, 사태는 단순히 하나의 현상에 그치지 않고 제2, 제3의 사태로 확대되는 형국이다.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 앞서 밝힌 계란 값 폭등이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최악의 AI사태를 낳았고, 결국 국민들의 주머니를 위협하는 현상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미 물은 엎지러 졌다. 국민들의 원망의 눈초리는 정부를 향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정부의 선택은 하나다. 지금이라도 사태 수습에 만전을 기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방역활동을 더욱 강화하고, 감염 원인과 경로를 철저히 파악해 선제적 조치에 나서야 한다. ‘늑장대응’, ‘무능함’ 등 정부를 비판하는 여론이 더 이상은 나오지 않길 기대한다.

손현지 starhyunji93@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