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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패션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설립된 한국패션협회가 최근 구설수에 휩싸였다. 지난 2004년 삼성물산 CEO출신 원대연 회장이 취임한 이후 고유사업인 패션 산업보다는 부동산, 분양업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은 한국패션협회 사무실 ⓒ스카이데일리
최근 한국패션협회(KFA)를 이끌고 있는 원대연 회장을 향한 여론의 관심이 남다르다. 업계에 따르면 과도한 수익성 추구 행보로 논란의 중심에 선 그가 적지 않은 부동산 재력까지 소유한 사실이 주목을 받고 있다.
패션 경쟁력 강화, 건전한 발전 취지 설립…삼성맨 취임 후 ‘변했다’ 시선
20일 패션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패션협회는 지난 1985년 패션계의 창의력과 노하우를 집결시켜 국내 패션제품의 국제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설립된 한국하이패션협회가 그 전신이다. 당시 하이패션(유행이 되기 이전에 먼저 디자인된 스타일)을 전업으로 하는 33개 업체들이 모여 설립한 협회가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 했다.
과거 한국하이패션협회는 강숙희, 이신우, 이원재, 허준 등과 같은 하이패션 경영인들을 중심으로 동경컬렉션 연계, 서울하이패션무역쇼 개최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1987년에는 뉴욕 플렛, 홍콩 월드 어패럴 엑스포 개최 등으로 까지 사업영역을 넓혔다. 1988년에는 파리에 공동 쇼룸을 개설하고 일본 지역 순회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1990년 지금의 한국패션협회로 이름을 바꿨고, 그 이듬해 디자이너가 아닌 패션경영인 공석붕 회장이 협회장 자리에 올랐다. 공석붕 회장 체제 하에서도 한국패션협회는 KOFA 컨벤션 개최, 서울컬렉션 등을 개최하며 국내 패션산업 성장을 위한 사업을 이어갔다. 현재 공 회장은 한국패션협회 명예회장을 역임중이다.
지난 2004년 공석붕 회장 후임으로 원대연 회장이 새롭게 취임했다. 중앙일보 기자 출신인 원 회장은 1973년 삼성물산에 근무하면서 처음 패션업계에 발을 디뎠다. 1990년에는 삼성물산 의류부문장 상무이사를 지냈으며 1998년부터는 삼성물산 의류부문장 및 제일모직 대표이사를 겸임했다.
▲ 제일모직, 삼성물산 등을 거친 CEO출신 원대연(사진) 회장은 패션협회 취임 이듬해인 2005년부터 이천 패션물류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패션협회는 지역 상권을 저버리고 시세차익을 노린다는 ‘땅투기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사진=뉴시스]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까지 역임한 정통 삼성맨인 원 회장 취임 후 한국패션협회는 기존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패션쇼, 컨벤션 개최 등에 국한됐던 중점 사업의 영역을 부동산 개발사업 까지 확대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이천패션물류단지 조성 사업’이 꼽혔다.
원 회장은 한국패션협회 회장 취임 이듬해인 2005년부터 이천패션물류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우선 협회에 소속돼있는 23개 주요 패션기업들과 함께 단지 조성을 위한 합작사 한국패션유통물류(이하·KOFAD)를 설립했다.
법인 대표는 원 회장과 한창우 브라이트유니온 대표가 맡았다. 브라이트유니온은 부동산 개발 및 컨설팅, 대형할인점 운영 회사다. 당시 패션업계 안팎에서 패션협회를 대표하는 원 회장이 부동산개발에 노하우를 지닌 한 대표와 손을 잡고 수익 사업에 나섰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던 배경이다.
이천패션물류 조성 과정서 땅투기 논란 팽팽…“특혜 땅사업” vs “적자 사업”
한국패션협회는 KOFAD 설립 후 우선적으로 토지 매입에 나섰다.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과 호법면 일대의 ‘달성 서(徐)씨’ 문중 땅 약 20만평을 매입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주변 땅을 추가로 매입한 끝에 2007년 약 24만평 규모의 사업예정부지 매입을 완료했다.
이어 2008년 국회에서 ‘물류시설 개발운영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고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이 제정되면서 사업은 탄력을 받았다. 2008년 말 정부가 ‘공익용 보전산지(개발이 불가능한 땅)’로 묶여 있던 패션물류단지 예정 부지를 개발이 가능한 땅으로 규제를 풀어주면서 마침내 물류단지 조성을 현실화 시킬 수 있었다.
‘패션사업 전체의 물류비용절감, 효율성 증대’를 내세운 이천물류단지 조성사업이 난관에 부딪히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였다. 당시 KOFAD가 자금부족 등을 이유로 약 2만3000평 규모의 상류시설 부지(대규모 상업시설이 입점할 수 있는 부지)를 아웃렛 사업을 추진 중이던 롯데그룹 측에 매각한 것을 두고 이천시 지역 상인들은 크게 반발했다.
당시 이천 상인들은 대규모 상업시설 허가에 대한 반대 운동을 하며 한국패션협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패션협회가 정부로부터 특혜나 다름없는 혜택을 받아 개발한 부지를 통해 수천억원에 가까운 돈을 벌어들였다는 게 상인들의 주장이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소수 업체들과 협회의 이익을 위해 패션업계 생태계를 위협하는 행태를 일삼고 있다”며 “대기업 CEO출신 회장이 자리에 앉자 ‘패션업계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협회의 설립 취지마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 까지 나왔다.
당시 한국패션협회와 KOFAD 측은 땅투기 논란 등 상인들의 지적에 대해 “물류단지조성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조차 갖추지 못한 악의적인 주장이다”며 “투자비를 제하고 나면 오히려 적자가 나는 상황이다”고 반박했다.
상업시설 건립 불가능 당시 ‘롯데 아울렛’ 표기…“분양 고객유인 과대광고” 시선
과거 땅투기 및 패션업계 생태계 파괴 논란 등으로 비판을 받았던 한국패션협회가 최근 또 다시 구설수에 휩싸였다. 지난 2월 한국패션협회가 홈페이지를 통해 이천패션물류단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지원시설용지(오피스텔, 금융시설 등이 들어설 수 있는 부지) 분양과 관련된 내용을 게재한데 대해 ‘과대광고’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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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
패션업계 및 경제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한국패션협회는 협회 소식 게시판에 ‘분양 용지 제안서’를 업로드 했다. 제안서에는 이천패션물류단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분양 예정인 지원시설용지(오피스텔, 금융시설 등이 들어설 수 있는 부지) 구역에 대한 지도가 나와 있었다.
이 가운데 해당 지도에 표시돼 있는 ‘롯데 아웃렛 확장 부지’가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지도 속에는 롯데 아웃렛 신관이 입점 완료 혹은 입점 확정인 것처럼 표시돼 있었지만 자료가 처음 게시된 시점에 해당 부지는 아웃렛 건립 자체가 불가능한 토지였던 것으로 스카이데일리 취재를 통해 밝혀졌다.
부동산업계 및 경기도 등에 따르면 해당 게시물이 게재됐던 지난 2월까지만 해도 롯데 프리미엄 아웃렛 확장 예정 부지는 지원시설용지였다. 지원시설용지는 가공·제조 시설, 정보처리시설, 숙박, 금융, 의료 시설 등으로만 사용가능하며 대규모 상업시설의 입점은 불가능하다.
즉, 2월 당시에는 롯데 아웃렛의 확장 사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해당 게시물 내에는 해당 부지 위에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이라고만 쓰여 있었다. 입점예정 등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해당 부지가 토지 소유자의 요청에 따라 아웃렛 건립 가능한 부지로 변경된 것은 법제처로부터 토지용도 변경이 가능하다는 법리적 자문을 구한 지난 6월 이후다.
패션업계 및 부동산업계 등에서는 패션협회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날 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피스텔 분양을 앞두고 선호시설인 롯데아웃렛의 입점을 마치 기정사실인 것처럼 명시하는 것은 사실상 소비자기만 행위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언제부터인가 패션협회가 패션 산업보다는 부동산, 분양업 등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소수 주요 업체의 이익보다는 패션 산업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단체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국내 패션업계 상징 원대연 회장, 최고급 아파트 2곳 65억원대 부동산 재력
최근 패션협회가 본분을 잊었다는 지적을 받으며 비판 여론에 휩싸이면서 그 책임을 협회의 수장인 원대연 회장에게 돌리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 사태의 발단이 된 ‘이천패션물류단지 조성 사업’을 주도한 인물로 원 회장이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원 회장 개인 소유의 남다른 부동산 재력이 시선을 받고 있다.
▲ 원대연 회장은 지난 1999년 제일모직 사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의 상징으로 불리는 강남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한 호실을 매입했다. 이어 올해 6월에는 용산구 한남동 소재 ‘한남더힐’의 한 호실을 추가로 매입했다. 부동산에 따르면 두 건물의 시세는 각각 19억원, 35억원 정도로 형성돼 있다. 사진은 한남동 한남더힐(왼쪽)과 도곡동 타워팰리스 ⓒ스카이데일리
부동산업계 및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원 회장은 제일모직 사장을 역임하던 지난 1999년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의 상징으로 불리는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한 호실을 매입했다. 원 회장이 약 17년여 간 개인 명의로 소유 중인 해당 호실의 규모는 공급면적 220.95㎡(약 66.84평), 전용면적 164.95㎡(약 49.9평) 등이다. 해당 호실의 현재 시세는 약 19억원대에 형성돼 있다는 게 인근 부동산의 설명이다.
원 회장은 올해 6월 한국판 비버리힐즈로 불리는 용산구 한남동 소재 ‘한남더힐’의 한 호실을 추가로 매입했다. 국내 최초 수준의 럭셔리 시설과 그에 걸맞은 높은 시세를 자랑하는 ‘한남더힐’은 유명인이 많은 사는 곳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매입가는 34억6000만원이었다.
원 회장 소유 호실은 공급면적 246.38㎡(약 74.53평), 전용면적 206.2㎡(약 62.38평) 규모다. 매입가는 34억6000만원으로, 현재 시세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부동산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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