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일내고 만 기본망각 대한항공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데스크칼럼

결국 일내고 만 기본망각 대한항공

스카이데일리 칼럼

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6-12-22 16:39:34

▲ 김도현 차장(산업부 1팀장)

어제(21일)는 한 중소기업 사장의 아들로 전해진 30대 남성이 전날 저지른 비행기 기내 난동이 온종일 온라인을 달군 하루였다.

기내에서 술에 취해 승무원들과 옆자리 승객을 때리고 난동을 피운 그를 진압하는데 팝스타 리처드 막스도 힘을 보탰다는 점에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막스는 자신의 SNS를 통해 “모든 여성 승무원들이 이 정신병자를 어떻게 제지해야 하는지 교육받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면서 “나와 다른 승객들이 나서 난동을 제지해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막스의 SNS를 통해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했고 제압 당시를 촬영한 동영상도 삽시간에 온라인을 달궜다. 제지하는 승무원에 침을 뱉고 여성 승무원을 발로 걷어 차는 그의 생생한 모습을 본 해외 누리꾼들은 정말 놀랍다는 반응이다.

속수무책인 여성 승무원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 승무원 선발 기준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한 것이다.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다. 해외 국적 여객기를 처음 탈 때 느꼈던 그 이질감을 떠올려 보자. 외국의 승무원들의 체형은 제각각이다. 또한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는다. 승무원 선발 기준이 외모가 아닌 ‘유사시’에 무게를 뒀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대한항공을 비롯해 복수의 국내 항공사 승무원들은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지지 않는다. 지급받은 바지대신 늘 치마를 입고 구두를 신는다. 품위를 중요시 해 공항에서는 핸드폰 사용도 자제된다고 한다.

외국의 경우 기내질서와 안전을 담당하는 직군으로 비행기 승무원을 떠올리는데 반해 국내에서는 단순히 ‘외모가 뛰어난 서비스 우먼’ 정도로 치부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땅콩회항’의 주인공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떠올렸다. 땅콩의 접대를 강조하며 비행기를 되돌리고 승무원들을 폭행했던 조양호 회장의 큰 딸. 조 회장은 그녀의 질책 내용에는 문제가 없다고 두둔하기도 했다. 어쩌면 이것이 대한항공의 수준인지도 모르겠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들 중 유일하게 남성승무원을 별도로 채용한다. 승무원 자체를 여성중심으로 인식하는 태도를 감지할 수 있다. 이번 사태를 본 익명을 요구한 대한항공 승무원은 “남성 승무원 수가 너무 적다. 만약 해당 항공기 승무원들 중 최소 2명 이상의 남성이 있었다면 팝스타의 손은 빌리지 않았어도 됐을 것이다”고 전했다.

비록 잡음은 많았지만 대한항공이 이번 사태를 되새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승무원의 역할은 땅콩 접대보다 안전에 치중돼야 한다는 기본 중의 기본을 말이다.

김도현 d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