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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운동화’ 힐리스가 초등생들 사이에서 유행 중인 가운데 안전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해당 제품의 경우 판매 과정에서 ‘경고표시’만이 의무이며 보호장구 착용 등의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규제 사각지대에서 힐리스를 신은 초등생들이 결국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노원점에 입점한 토박스코리아 매장 ⓒ스카이데일리
2000년대 초 유행했던 ‘힐리스(Heelys·미국 롤러 슈즈 브랜드, 바퀴 운동화)’가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재차 인기를 끌면서 안전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03년 가수 세븐이 데뷔곡 ‘와줘’ 무대에서 신고나와 전국적인 열풍이 분 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힐리스가 재차 유통시장에 등장한 것은 지난 2월이다. 아동운동화 편집숍 ‘토박스코리아’가 힐리스를 ‘강남운동화’라는 이름으로 선보이면서 부터다.
강남운동화 마케팅은 주효했다. 품절대란을 일으키며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힐리스의 경우 스포츠용품으로 분류되지 않아 안전교육은 물론 보호장비착용 등의 의무가 전무해 아이들이 위험에 그대로 노출됐다는 우려가 높게 일고 있다.
학부모들 “졸라서 사줬지만 마음 졸여”…판매에 혈안돼 찾기 힘든 ‘경고문’
경기도 의왕시 왕곡초등하교는 지난달 10일 전 학년 학부모에 가정통신문을 배부했다. 등교 시 힐리스를 신게 하지 말 것을 지도하는 내용이었다.
해당 글을 직접 쓴 이 학교 김보현 부장교사는 “아이들 특성상 한 번 유행을 타면 금방 퍼지기 마련이다”며 “힐리스를 타는 아이들이 속속 보이기 시작하면서 걱정돼 예방 차원에서 공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 일부 롯데마트 매장에는 현재 아동용 힐리스 브랜드 ‘팝 바이 힐리스’ 제품들이 판매 중이다. 현재 이곳 매대의 안전성 경고 관련 공고는 없는 상태다. 이는 ABC마트, 토박스코리아 등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사진은 롯데마트 노원점에서 판매 중인 ‘팝 바이 힐리스’ ⓒ스카이데일리
강남운동화로 불린 만큼 강남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힐리스 인기는 높아 보였다. 일대서 만난 학부모들은 힐리스 안정성에 우려를 표하며 자녀들을 단속시키고자 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최경미(가명·여·44) 씨는 “역삼동은 차도 많고 길이 복잡해 아이들이 신을만한 적합한 장소가 없다”며 “아이가 사달라고 졸랐지만 사주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씨는 “사고도 사고지만 힐리스를 신고 다니면 아이들 걸음걸이부터가 이상해진다”며 “힐리스를 신으면 아이들이 (바퀴가 뒤꿈치에 달려있어)까치발로 걷게 되고 그게 습간이 돼 보통 운동화를 신어도 까치발로 걷더라”고 말했다.
강남구 도곡동 언주초등학교 근처에서 만난 5학년 김주현(11·남) 학생은 “엄마가 공원 외에서는 신지 못하게 하지만 친구들은 많이 신고·타고 다닌다”면서 “학교에서는 신지 말라 하고 위험한 곳에서 타지 못하게 하지만 내리막길에서 타는 아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현재 힐리스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은 ABC마트를 비롯해 아동용 힐리스 전문점 ‘팝 바이 힐리스’가 입점한 일부 롯데마트 등이다. 유행을 선도한 토박스코리아의 경우 현재 물량 소진으로 내년 1월부터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다.
ABC마트와 토박스코리아는 판매점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 힐리스 제품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경고문구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찾기 힘든 수준이었다.
ABC마트 노원점 관계자는 “구매고객 대부분이 별도의 안전용품을 구매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별도의 안전용품을 판매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준비돼 있지 않다”고 했다. ABC마트 안양점 관계자는 안전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안 타봐서 모르겠다”며 자리를 피하는 모습이었다.
▲ 경기도 의왕시 왕곡초등학교에서 배부한 ‘힐리스 신고 등교 금지’ 가정통신문(사진 왼쪽)과 ABC마트 강남점에 진열된 힐리스 모습 ⓒ스카이데일리
반면 ABC마트 강남점은 안전용품을 힐리스와 함께 판매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전용품을 매대에 진열하지 않은 채 고객이 주문할 때마다 가져오는 식이었다. 함께 진열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곳 관계자는 “위험하긴 하지만 아이들이 많이 탄다”는 식으로 에둘러 대답했다.
롯데는 안전성 경고와 관련해 별다른 조치 없이 판매만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롯데마트 중계점 팝 바이 힐리스의 경우 별도의 판매직원이 상주하지 않은 채 마트 복도 한 켠에서 쌓아두고 판매되는 식이었다. 자연히 위험성에 대해 공지할 별도의 인원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내 아이를 위한 HOT 아이템’, ‘바퀴 달린 신발의 전설’이라는 환심성 문구만이 보일 뿐이었다.
힐리스, 대책예방품목서 제외 논의조차 안돼…보호구 착용인식도 저조
롯데백화점 본점·노원점에 입점한 토박스코리아 오프라인 매장은 판매물량 소진으로 잠정 휴업 상태다. 내년 1월 입고가 예정됐으며 인기 역시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토박스코리아는 온·오프라인 등을 통해 힐리스 재입고 문의가 쇄도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힐리스 유행이 적어도 내년 5월 어린이날 시즌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하지만 소비자 안전을 책임져야 할 당국은 이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상태다.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힐리스 제품은 ‘바퀴 달린 운동화’로 분류돼 안전품질표시기준 대상이다. 포장지에 안전 보호 장구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경고표시를 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는 경고사항일 뿐 의무사항은 아니다.
▲ 온라인 상에서 우려를 표하는 엄마들의 댓글 [사진=네이버 카페 ‘맘스 홀릭 베이비’ 캡처화면]
지난 1일 국민안전처와 한국소비자원·녹색소비자연대·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등은 롤러스포츠 안전사고 예방대책을 논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논의 대상은 인라인스케이트, 롤러스케이트, 킥보드, 스케이드보드 등에 국한됐을 뿐이었다. 힐리스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운동화와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 아이들의 착용이 더욱 빈번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안전성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던 셈이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자세한 사항은 잘 모르지만 인라인스케이트 쪽에 초점이 맞춰진 사항이었다”고 말했다. 논의에 참여한 최난주 한국소비자원 팀장은 “국민안전처와 롤러스포츠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기초 보호 장구 등 안전 강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바퀴 달린 운동화는 해당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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