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지옥 이긴 정몽원 초심 잃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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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지옥 이긴 정몽원 초심 잃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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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6-12-26 00:01:44

▲ 김신 편집이사

범현대가 기업으로 분류되는 한라그룹은 나름의 깊은 역사를 간직한 기업이다. 설립자는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바로 아랫동생인 고 정인영 명예회장이다. 정인영 명예회장은 1953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후 형인 정주영 명예회장과 함께 현대그룹의 초석을 일군 인물이다.

한라그룹의 모태는 고 정 명예회장이 홀로서기에 나서면서 설립한 현대양행이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양행을 기반으로 사세를 확장해 지금의 한라그룹을 일궜다. 한라그룹은 과거 한 때 재계 12위에까지 오를 정도로 그 위세가 대단했다. 적어도 1997년 IMF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그랬다.

한라그룹은 IMF외환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그룹 전체가 해체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 때 정 명예회장의 차남인 정몽원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정 회장은 이런저런 부침을 겪으면서 한라그룹의 재건을 도모했고, 지난 2008년 외국계 투자회사로부터 만도를 사오면서 마침내 그룹을 완벽히 재건해냈다. 정 회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일었던 배경이다.

하지만 얼마 전 불거져 나온 의혹은 정 회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정 회장은 전직 임원을 내세워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게 한 후 해당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뒷돈을 챙기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라그룹 및 증권가 등에 따르면 한라그룹 계열사인 한라개발은 과거 위장계열사 의혹을 받았던 기업이다. 의혹이 끊이지 않자 결국 지난 2012년 그룹 주력계열사인 한라가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현재 한라는 한라개발의 지분 51%를 갖고 있다.

주목되는 사실은 한라가 소유한 지분 외에 나머지 지분을 소유한 인물의 정체다. 한라개발의 지분 49%는 개인 소유다. 해당 인물은 다름 아닌 한라그룹의 전직 임원 김모 씨다. 1953년생인 김모 씨는 한라의 전신인 한라자원의 임원을 역임했다.

공교롭게도 한라개발은 한라그룹에 편입된 후 급속도의 성장세를 보였다. 빠른 성장의 배경에는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전방위적인 일감몰아주기가 행해졌다. 그룹 계열사로 편입 직후인 2012년 30억원에 불과했던 한라개발의 내부거래액은 이듬해인 2013년 114억원으로 무려 4배 가까이 뛰었다. 덕분에 매출액은 기존 128억원에서 180억원으로 1.5배 가까이 불어났다.

단순히 일감만 준 게 아니었다. 대놓고 돈벌이 수단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계열사로 편입한 2012년 한라는 한라개발에 93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팔아줬다. 한라개발은 부동산관리업 및 체육시설운영업 등을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다. 한라그룹 안팎에서는 당시 한라가 판 부동산을 한라그룹 계열사들이 임대해 쓰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무성했다.

최근 몇 년 새 대기업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급속도로 커졌다. 특히 오너 혹은 오너의 가족들이 지분을 소유한 계열사라면 비판의 강도는 특히 더하다. 만약 제3자라면 오너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오너의 대리인’으로 보는 시각도 불거져 나온다. 누구나 생각할 법한 보편타당한 그룹 오너의 행위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보통의 오너라면 웃돈을 주더라도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키려 한다. 특히 그런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실적을 올려주는 일은 더더욱 하지 않는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오너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정몽원 회장이 대리인을 내세워 뒷돈을 챙기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다.

아직까지 정 회장과 김모 씨의 관계에 대해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그러나 드러난 정황만 봤을 때 미심쩍은 부분이 없지 않다는 점도 부정하긴 어렵다. 지금과 비슷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던 과거의 사례에 접목시켜 보면 일치하는 부분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룹 재건에 성공해 ‘뚝심의 경영인’으로 평가되던 정 회장에게 이번 의혹은 얻는 것 보다 잃을 게 많은 만큼 전후사실이 분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정 회장이 직접 나서 사실 관계를 직접 해명한다면 다소 불편한 사항이 있더라도 대중의 신뢰를 얻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 반대로 지금처럼 구설수가 계속된다면 또 한차례 위기가 닥칠 수 있음을 곱씹어 생각해 봐야 한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