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야식 치느님 짠맛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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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야식 치느님 짠맛 통했다

최성규의 미친(味親)…치킨①

최성규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1-02 00:32:57

▲ 최성규 부장

치킨은 국민 야식이다. 음식 중에서는 유일하게 하느님과 동급으로 취급된다. 네티즌들은 ‘치킨은 진리’라며 치킨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치느님’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일부 광신도들은 치느님 십계명, 치기도문, 치도신경까지 만들어 치킨을 찬미하기도 한다.

치느님 십계명은 ‘나 이외의 다른 음식을 먹지 말라’로 시작해 ‘죽어 육신이 멸하고 혼령만 남는다 하여도 나의 은혜를 잊지 말지니라’로 끝난다. 십계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내 이웃의 치킨을 탐을 내서도 안 되고 김 빠진 맥주 콜라와 함께 먹어서도 안 된다.

종교에 빠지듯 치킨에 빠진 사람이 늘어난 것은 쉽게 거부할 수 없는 맛 때문이다. 치킨 맛의 비밀을 파헤쳐보자. 치킨 맛의 첫 번째 비결은 ‘짠맛’이다.

치킨은 생닭에 튀김옷을 입혀서 튀긴 음식이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생닭을 튀기는 것은 아니다. 맛있는 치킨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염지’(鹽漬)라는 사전 공정을 거쳐야 한다.

염지는 ‘소금(鹽)에 담그는(漬)’ 것이다. 염지는 닭을 숙성시키고, 특유의 누린내를 잡아준다. 생닭에 소금 간이 배게 해 생닭을 치느님으로 변신시켜준다. 염지법은 집집마다 시간이나 재료 등에서 차이가 있다. 필수 재료는 소금이지만 연육 작용이나 누린내를 잡는 각종 향신료가 추가된다.

전통적인 염지법은 침지 방식이다. 소금물에 생닭을 일정 시간 담그는 방식이다. 이후 생겨난 텀블링 방식은 획기적으로 염지시간을 단축시켰다. 생닭을 마리네이터라는 기기에 넣고 돌리는 방식이다. 텀블링 방식은 시간 절약 외 속살이 부드러워지고 양념이 고르게 염지되는 장점이 있다. 이는 KFC가 사용하는 방식으로 유명해졌다.

최근에는 수십 개의 주사기로 직접 생닭에 염지액을 주입하는 인젝션 방식이 많이 활용된다. 가장 빠른 시간 닭의 속살까지 간이 배는 장점이 있다. 주로 하림이나 마니커 등 육계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곳에서 많이 사용된다.

염지법이 발달할수록 염지 시간은 단축된 반면 닭의 밑간은 세졌다. 과거에 만들어졌던 옛날 통닭은 함께 소금을 찍어야만 간이 맞았지만 요즘 나오는 웬만한 치킨은 소금을 따로 찍지 않아도 간이 맞다. KFC매장에서는 치킨을 시켜도 따로 소금을 주지 않는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나트륨을 과다 섭취할 경우 신체에 문제가 발생한다. 나트륨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의 외식 문화는 짠맛이 지배하고 있다. 짠맛에 한번 길들여지면 싱거운 음식은 맛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외식업체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치킨업계도 다르지 않았다.

만약 앉은 자리에서 치킨 한두 조각만 먹는다면 나트륨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스스로를 치킨성애자(치킨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1인1닭’이 기본이다. 양념치킨 반 마리만 먹어도 하루 목표 나트륨 섭취량을 초과하는데 1마리를 다 먹을 경우 거의 이틀 치 나트륨을 섭취할 수 있다.

▲ ⓒ스카이데일리

우리가 먹는 치킨에는 얼마나 많은 나트륨이 들어있는가? 올해 소비자원이 시중에 판매되는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프랜차이즈 치킨 11개 브랜드의 22개 제품을 대상으로 나트륨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맘스터치의 매운맛양념치킨 한 마리의 나트륨 함량은 평균 3989mg으로 성인 하루 기준치인 2000mg의 약 2배, 호식이두마리치킨은 기본 제공량인 두 마리를 다 먹을 경우 6644mg으로 최대 3.3배로 나타났다.

2016년 12월 발표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3871mg이다. 정부는 국민들의 나트륨 과잉 섭취를 막기 위해 목표섭취량을 2000mg으로 설정했다. 2000mg은 건강 유지를 위한 최대허용치로 생각하면 된다.

반가운 일은 최근 저염 치킨이나 건강한 재료를 내세운 웰빙 치킨이 조금씩 늘어나는 분위기라는 점이다. 치킨을 만들 때 커리나 후추와 같은 강한 향신료를 많이 사용할 경우 나트륨 함량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신맛과 매운맛도 짠맛을 멀리하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특성을 활용한 레시피가 최근 외식업계에서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국민 간식인 치느님은 야식계의 절대 강자다. 치킨의 맛을 거부할 수 있는 용자들이 많지는 않다. 그러기에 조금이라도 덜 짜게 먹는 노력은 수반될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 바뀌지 않으면 계속해서 짠맛으로 무장한 치킨이 시장에서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최성규 powwow12@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