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없는 파멸 위기가 올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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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없는 파멸 위기가 올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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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1-05 19:15:03

▲ 김도현 차장(산업부 1팀장)

오늘(5일)은 ‘소한’이다.

24절기 중 23번째 절기. 많은 이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24절기가 음력을 기준으로 한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절기는 태양을 중심으로 나눈 구분이다. 즉 양력이 기준이다. 소한은 황경이 285도에 위치했을 때를 일컫는다.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분명 양력을 기준으로 첫 번째 맞이하는 절기인데 왜 23번째 인가 하는 부분이다. 절기는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을 세분화 한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다시 말해 봄을 알리는 ‘입춘’이 1번째며 ‘대한’이 마지막절기다.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말이 있다. 말의 뜻만 풀어서는 ‘작은 추위’와 ‘큰 추위’인데 소한 무렵이 더욱 춥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실제 소한 무렵은 ‘정초한파(正初寒波)라고 해서 강추위가 몰려오는 시기로 알려져 있다.

우리 조상들은 소한 무렵이면 날이 풀리는 입춘까지를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곤 했다. 눈이 많이 내려 왕래가 불편해질 것을 대비해 땔감을 쌓아뒀고 이 기간을 버틸 식량을 확보하곤 했다. 지금이야 큰 의미 없는 하루지만 과거에는 ‘준비의 날’이었던 셈이다.

예년 같으면 의미 없었을 오늘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 과연 우린 막 문을 연 정유년을 얼마나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말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여파로 탄핵정국이 도래했고 국정공백이 가속화되고 있다. 당국의 안일한 대응으로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AI파동은 식탁 위 계란프라이 한 장을 사치로 만든 오늘이다.

경제는 결국 먹고 사는 문제다. 장기화된 경기침체는 더욱 심화됐으며 고착화 되는 분위기다. 오늘의 정치권은 광장민주주의를 실현한 국민들의 밥상에 대한 걱정은 제쳐둔 채 눈치만 보며 물밑으로 조기대선을 염두 한 이합집산의 계산기만을 두들기는 모양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유일하게 애플 ‘아이폰’을 넘어섰던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폭발로 이미지에 큰 멍애를 진 채 한 해를 시작하게 됐고,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역성장의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대기업부터 촛불을 든 국민들 한 사람 한사람이 먹고사는 걱정을 하는 오늘이다.

지난 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신년인사회’ 역시 이 같은 분위기가 확연히 반영된 듯 했다. 예년 같으면 재벌총수들을 비롯한 정·재계 인사들이 웃음꽃을 피우며 한 해를 다짐했을 자리였겠지만 올해는 유독 썰렁했다. 10대 재벌 총수들은 아예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으며 정치권의 발걸음도 저조했다.

인사말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른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대뜸 “일부 기업이 논란의 중심에 서 고개를 들기 어려울 정도로 송구하다”는 사과로 말문을 열었다. 여러모로 어제는 오늘을 대변하는 행사 같았다.

대내적인 이슈에 묻혔을 뿐 대외적인 분위기는 더욱 녹록치 않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를 올해 중국 외교방향의 핵심 중 하나로 거론했으며 미국 차기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예고한 상태다.

실제 국내 증시서 중국 투자자들의 돈이 빠져나가고 현지 진출한 우리 기업들에 대한 탄압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 수출 역시 상당한 규제가 뒤따를 전망이다.

조상들이 추위를 대비한 기간은 입춘이 오기까지 대략 한 달여다. 하지만 우리 밥상을 흔드는 경제위기의 끝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지만 준비하지 않은 채 맞이한 위기는 파멸을 자초할 것이다.

수취인은 불분명하지만 한 번 묻고자 한다. 오늘의 우리에게 다가올 내일의 추위, 우리는 견딜 수 있을까.

김도현 d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