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불행 촉발시킨 ‘LH 행복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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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문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1-08 13:42:00

▲ 정성문 기자(부동산 1팀장)

국민주거안정을 책임져야 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행보가 물의를 빚고 있다. 서울 중랑구 양원지구에서 발생한 ‘토지보상문제’가 그 원인이다.

양원지구는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과 신내동 일대 38만4000㎡(약 12만평)부지를 말한다. 과거 ‘행복주택 사업지’로 지정된 후 2015년부터 토지보상이 시작된 곳이다. ‘행복주택’은 사회활동을 시작하는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하지만 양원지구에서는 ‘행복주택’이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만드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사업 시행을 맡은 LH가 저렴하게 주거공간을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인근 시세보다 턱없이 낮은 보상금으로 기존에 살던 원주민들을 길거리로 내쫓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양원지구에서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한 할머니는 기자와 만나자 마자 억울함을 호소했다. 할머니는 “평생을 구멍가게를 운영하면서 자식들 다 키워냈는데, 쫓겨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착잡하다”고 토로했다. 평생을 양원지구에 살던 할머니에게 행복지구는 재앙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향후 양원지구가 개발이 완료되면 총 3624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총 240명으로 이뤄진 토지주와 건물주 중 90% 이상이 양원지구를 떠났다. 상당수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적은 보상금을 받고 양원지구를 떠난 것으로 밝혀졌다. 보상금의 규모는 평당 500~700만원인 것으로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하지만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과 주민들은 보상금 규모가 터무니없다고 입을 모았다. 양원지구는 입지적인 측면과 환경적인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기 때문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양원지구는 경의중앙선 신내역과 양원역에 둘러싸인 역세권지역이다. 또 인근에 중랑캠핑숲이 있어 쾌적한 주거환경으로 주목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이 관계자는 “서울 시내에 역세권 지역인데 반해 평당 1000만원 아래인 곳은 사실상 눈 씻고 찾기 힘든 실정이다”며 “실제로 양원지구에서 가까운 아파트나 집을 사려고 해도 평당 가격은 1000만원을 훌쩍 넘는 게 현실이다”고 꼬집었다.

기자가 직접 찾은 양원지구는 주민 대부분이 떠나 추운 겨울 날씨만큼이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과거 따뜻한 온기를 내뿜던 주택들은 텅 비어 있었다. 주민들이 떠는 그곳에는 술병이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곳곳에 불을 피운 흔적도 보였다.

양원지구와 그리 멀어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송곡여자중·고등학교, 송곡관광고등학교 등이 있다. 양원지구가 인근 학교 학생들의 탈선의 현장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나올 법한 대목이다. 결국 ‘내 집은 내가 지킨다’며 배수진을 친 원주민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LH에게 그 책임을 묻는 여론이 일고 있다.

LH는 자본금만 무려 30조원에 달하는 공기업이다. 모든 자본금은 정부가 출자했다. 정부의 출자금은 국민들의 세금이므로 결국 LH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양원지구 사례에서는 주인인 국민에 대한 배려는 배제한 채 자신들의 성과 채우기에만 급급해 보여 안타깝다. LH의 빠른 사태 해결을 촉구한다.

정성문 mooni@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