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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업계의 악몽이 재현되고 있다.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업계 1위였던 보문당을 비롯해 송인서적 등 다수의 서적 도매상이 도산했다. 그 결과 500개 이상의 서점이 폐점했다. 당시 정부는 500억원을 긴급 지원해 출판 업계를 살렸다. 기사회생한 서적 도매상 업계 2위의 송인서적은 지난 3일 다시 한 번 최종 부도를 맞았다. 송인서적은 2일 만기로 돌아온 50여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1차 부도를 냈다. 송인서적과 거래했던 중소형 출판사와 서점, 인쇄소 등이 위기에 처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일어났다. 이번 사태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출판업계 지원을 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유통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카이데일리가 송인서적 부도 사태를 통해 출판 유통 시장의 문제점을 현장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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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서적 도매상 업계 2위였던 송인서적은 지난 3일 최종 부도를 맞았다. 경기 파주에 위치한 송인서적 사무실과 창고는 썰렁한 모습을 보이며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사진은 경기 파주에 위치한 송인서적 ⓒ스카이데일리
경기 파주시 파주읍에 위치한 대형 서적 도매상인 송인서적. 회사로 들어가는 출입문 손잡이는 쇠사슬과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문 틈새에는 각종 우편물들이 꽂혀있었다.
하역장에는 밴딩 처리된 책들과 물류포장 상자가 널브러져 있었다. 창고로 보이는 건물에는 불이 꺼져 있었고 운행하지 않는 지게차와 컨베이어벨트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송인서적 인근 다른 물류회사인 날개물류와 교보문고 제1물류센터에는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어 송인서적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인근의 한 경비원는 “지난 2일부터 직원들이 안 나오기 시작해 지금은 간단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오는 직원 한 명만 드나드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서적 도매상 몰락에 줄부도 우려…1인 출판사 피해 ‘심각’
▲ ⓒ스카이데일리
업계 2위였던 송인서적 부도로 인해 출판사·서점·인쇄업체 등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송인서적은 출판사들로부터 책을 받아 서점에 공급하고 대금을 처리해주는 방식으로 서적을 유통시켰다.
그동안 송인서적과 거래하던 출판사와 인쇄업체·서점 등은 2000여곳이다. 이중 송인서적과 어음 거래를 한 1000여곳의 출판사 등이 자금을 되돌려 받기 힘들어 진 것으로 알려졌다.
송인서적의 사건 규모는 은행 대출 59억원, 재고 40억원, 서점매출채권 212억원, 출판사채권 277억원, 부도어음 100억원 등 총 688억원 수준이다. 출판계에서는 송인서적의 부채 규모가 커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열린 ‘출판산업 피해 대책 긴급간담회’에서 “100억원의 부도가 일반 업계에서는 크지 않은 액수일지 모르나 중소 출판사가 대부분인 출판계에서는 해운업계 1조원 부도와 맞먹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1인 출판사의 경우 피해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조성웅 유유출판사 대표는 “송인서적의 부도는 출판사들의 큰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 당장도 그렇지만 앞으로 송인서적을 통해 발생하는 매출 자체가 사라지는 셈이기 때문에 엄청나게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송인서적과 일원화 거래하던 출판사로 5000만원 가까이 피해를 입은 상황”이라며 “이번 기회에 유통구조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 송인서적의 굳게 닫힌 문에는 쇠사슬에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문틈에는 은행 등에서 발송된 우편물들이 여러 개 꽂혀 있었다. 한 경비원에 따르면 직원 한 명만 간단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사무실에 잠시 다녀가고 있었다. ⓒ스카이데일리
그동안 출판계는 후진적 관행으로 ‘불투명한 유통’이 지적돼 왔다. 송인서적은 소위 ‘문방구 어음’으로 결제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출판사들은 이 어음들을 배서해 다시 인쇄소에 넘겼다.
문방구 어음은 은행에서 발행한 정식 어음이 아니라 일반 어음용지에 작성된 것이다. 정식 발행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은행권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때문에 송인서적 부도로 인한 정확한 피해규모도 알기 힘든 실정이다.
근본적 대책 없는 지원책…“도매상에 기대는 유통구조 개선 절실해”
출판사의 줄부도 우려가 심각해지자 지난 6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문체부는 피해업체에게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중소기업청과 협력해 특별융자를 지원하고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긴급경영안전기금,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일반경영안전자금·성장촉진자금 등을 이용해 융자 지원을 할 예정이다.
송인서적 피해 업체에게 대출 요건을 완화하고 1%대(종전 3.6%)의 긴급 운전자금을 대출한다. 또한 투명한 유통을 위해서는 판매정보시스템을 확대 지원할 계획이다.
문체부는 피해를 입은 중소형 출판사의 도서를 구입해 다음 달 ‘문화가 있는 날’(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부터 공연장, 전시관 등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에게 도서를 증정하는 등 출판·독서 관련 기념일을 중심으로 적극적이고 다양한 독서 진흥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 송인서적의 창고로 보이는 건물 문 앞에는 책들이 묶여진 채 쌓여 있었다. 일부 포장 상자들은 작업을 하다가 멈춘 듯 널브러져 있다. 창고 안에도 책이 쌓여 있고 지게차가 멈춘 채 썰렁한 분위기만 감돌았다. ⓒ스카이데일리
문체부는 향후 출판계 및 관계 부처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송인서적 부도로 인한 출판계 위기 극복 지원 대책을 보완해나가고, 제4차 출판문화산업진흥계획(2017~2021년)을 이달 말에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출판업계는 문체부가 근본적인 대안 없는 대책을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출판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지원자금도 좋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인프라 확충과 투명한 유통, 독서문화 확산 등의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이 더 필요하다”며 “중소형 출판사들이 송인서적과 같은 대형 도매상에 기대는 유통구조를 벗어날 수 있도록 출판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것이 당국의 역할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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