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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스카이데일리
세계적인 싱크탱크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경제상황에 대해 작년보다 더 우울하게 보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선진국의 반(反)세계화와 이에 따른 보호주의, 자국 우선주의 등이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경제 상황도 예측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글로벌 실물경기가 호조를 띌 수 있다는 수정 전망치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여전히 시장은 불확실하다. 경제적 수혜를 보는 측과 피해를 보는 측이 극명하게 엇갈릴 수도 있다는 것은 유념해야 한다.
지표 상승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 주체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최근의 국내적 상황과 수년간 계속된 불황에 따른 타성에 젖어 있는 것이 원인중 하나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지표상의 호조를 반짝 경기로 일축할 수도 있지만 좀 다르게 들여다 볼 필요도 있다. 경제는 지표로만 움직이지 않고 심리적 요인과 분위기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의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이 있다. 해외로 눈을 돌려 보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를 노리고 있는 신흥국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산유국들도 유가가 올라감에 따라 플랜트 발주가 늘어날 조짐이다.
이렇듯 수출이 회복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고 있다. 수출이 회복되면 자연스럽게 내수에도 플러스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이 생겨난다. 다소 조심스럽긴 하지만 긍정적인 것들이 부정적인 것보다 더 우세해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는 글로벌적인 현상이 있다. 전 세계가 지금 ‘일자리 만들기’에 올인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친(親)기업’ 정책이다.
기업이 살아나야 고용이 확대되고 가계 소득이 증가되면서 소비 지출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발상이다. 복지적 측면에서도 경제 활력이 증가해야 소득 불평등이 개선돼야 빈곤층이 감소할 수 있다는 논리다. 성장을 통해 파이를 늘려야만 분배에 대한 여력이 생겨날 수 있다.
각국 정부가 여기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는 것이 가시적으로 보인다. 확장적 재정정책, 노동개혁 단행, 법인세 인하, 수출 독려를 위한 통화정책, 보호무역, 창업 지원, 내수·서비스업 중심의 거시경제 운용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막고, 해외에 나가 있는 기업들도 국내로 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 등 갖은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인가 하고 있다는 시늉은 내고 있는데 절박함이나 진지함이 부족하다. 탄핵 정국과 맞물려 정치권은 차기 권력 잡기에만 혈안이다. 이에다 재벌개혁, 법인세 인상, 상법 개정, 부자 증세 등 온갖 포퓰리즘 공약들이 난무한다.
재벌개혁이 시대적인 과제라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경제민주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
하지만 재벌 개혁과 동시에 노조 개혁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두 가지 난제를 따로 떼어내고 볼 수 없다. 우리 경제에 차지하고 있는 재벌 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이에 대한 개혁도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경제에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개혁 로드맵을 만들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대, 규제 완화, 점진적 차별성 배제 등 노동 개혁 등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모두가 죽는 것이 아닌 둘 다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늘리는 것이 기업이라는 것에 중심축을 두고 정책과 대안의 개발이 필요하다.
또 금년 한 해를 이대로 보낼 것인가?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 더 예민해져야 한다. 중국과 일본은 동남아에 대한 러브콜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동남아가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 시장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민감한 이해가 걸려 있는 지역이다. 시진핑 주석과 아베 총리는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호주 등을 앞다퉈 순방하면서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에 안간힘을 쏟는다. 안보 협력과 경제적 지원이라는 보따리를 경쟁적으로 푼다.
꼼짝달싹 못하고 있는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미국 트럼프 정권의 아시아 정책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바로 ‘트럼프식 아시아 회귀 전략’이다.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일본과 한국 등 전통 우방과는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핵에 대해서는 다루는 방식을 재고하고, 대만과는 관계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전통적인 공화당의 노선과 매파 참모들의 기용으로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내세우면서 오바마 정권과 다른 미국의 아시아 전략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세를 잘 읽어야 외톨이가 되지 않고, 우리의 이익을 지켜낼 수 있는 분위기다.
며칠 후면 오바마 정권이 퇴진한다. 지난 8년간 흑인 출신으로 미국의 대통령, 세계의 대통령으로서 훌륭한 리더십을 보여준 지도자가 역사의 전면에서 내려온다. 마지막까지 55%라는 경이적인 지지율을 보인 오바마는 미국 역사상 위대한 대통령의 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경제적 성취도 점수를 줄 만하다. 집권 기간 동안 평균 경제성장률은 2.8%로 취임 전보다 0.4%나 올랐으며, 실업률도 10%에서 4.7%로 낮아졌다. 금융위기로 시작된 미국의 경제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해 냈으며 차기 정권에 성장의 불씨를 넘겨줬다.
자본주의 병폐가 가장 심각하다는 미국에서 미국적 관용과 인내, 그리고 높은 도덕성을 기반으로 미국의 부활을 만들어 낸 것이다. "Yes, we can do”로 시작한 그의 여정이 "Yes, we did“로 마지막 무대의 커튼이 내려가고 있다. 정치인에 던지는 메시지는 국민을 자극시켜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해 나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안타깝게도 우리 정치지도자나 국민에게 이같은 비전이나 목표가 없다. 시대를 읽는 정신은 이미 실종된 지 오래이며 희망보다는 절망과 탄식이 더 많다. 연초가 되면 희망을 이야기하고 덕담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것들이 사라졌다.
남들은 팔을 걷어부치고,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는데 우리끼리 치고박고 싸우는데 급급하다. 주말만 되면 서울 도심에는 촛불과 태극기로 나눠지는 세태가 연출되고 있다. 분노와 절규, 불평과 불만, 비난과 폭로만 있고 대안과 비전, 화해와 양보는 없다.
금년 한 해를 또 이렇게 보낼까 심히 걱정된다. 세계 질서가 재편되고, 글로벌 경제 회복 무드가 감지되고 있는 시점에 국가의 이익이 내팽개쳐지고 있다. 우리 경제의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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