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감시…2017년 ‘빅브라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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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의 인문 책방…조지 오웰 <1984>

1948년 예언한 1984년 조지오웰 소설 ‘1984’…CCTV는 일상을 감시하는 눈(目)

고태경 필진페이지 + 입력 2017-01-15 22:50:04

▲ 문화평론가 정현. ⓒ스카이데일리

1948년, 세계대전 종료 후 혼돈의 시간에 불쑥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소설이 있었다.

영국의 의용군으로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조지 오웰은 전후 시민들의 삶을 집어삼킬 것 같은 거대한 권력들이 세계 곳곳에 들어섬을 발견한다. 그가 발표한 소설의 제목은 <1984>.

오웰은 1948년에 1984년이라는 미래 세계를 상상한다. 우선 그의 눈에 비친 미래세계는 독재 권력에 의해 모두가 감시되는 전체주의 사회다.

영어로 Big Brother라고 표현된 독재권력은 수식어 ‘Big’이라는 표현처럼 모두를 감시할 거대 권력이었다. 발전하는 테크놀로지가 전체주의적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된 것은 예상가능한 일. 그가 그린 미래의 전체주의 사회란 어떤 것이었을까?

모두의 일상을 감시하는 눈의 등장

오늘날 우리는 곳곳에 설치된 CCTV를 본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듯 18세기 영국의 공리주의자 제레미 벤덤은 감옥에서 모든 죄수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일망감시시설(일명 ‘판옵티콘’)을 고안한 바 있다.

판옵티콘의 현대판 버전은 감시의 포괄범위를 감옥이 아니라 사회 전역으로 확장시킨다. 감시시선의 확정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은 단연 CCTV의 발명이었다.

소설 <1984>에서 감시의 시선은 방마다 걸린 대형스크린으로 나타난다. 대형스크린을 통해 빅브라더는 직접적으로 모든 시민들에게 명령을 전달하고 본인이 개개인의 일상을 감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두 가지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말 그대로 개개인의 일상과 내밀한 삶 자체를 감시하는 것이다. 누가 반역자가 될지 알 수 없고 절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반란의 씨앗을 제거해야 한다. 연인들 간의 속삭임이든 어떤 반란의 공모든 모두 빅브라더의 눈과 귀에 들어가게 된다.

다른 하나는 빅브라더가 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시민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이다. 빅브라더는 대형스크린을 통해 시민들의 집에 반복적으로 출현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빅브라더가 주기적인 퍼포먼스처럼 ‘반복’적으로 출현한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전능함과 모든 것이 본인의 통제력 안에 있다는 것을 환기시키는 이 행위는 시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시민들 개개인의 자기 검열을 끊임없이 야기하게 된다.

언어와 사고 구조의 전환을 이끄는 신어(New Speaking)의 탄생

인간의 마음은 어떤 통제를 받더라도 저항하게 돼 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말은 어떤 억압과 통제도 완전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빅브라더는 단순한 억압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인간 개개인을 굴복시킬 수 없다면, 굴복이 필요 없을 만큼 개개인의 정신을 개조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추구된 것이 언어의 개조다. 소설에는 ‘신어’(New Speaking)라는 단어가 수없이 등장한다. 나라마다 민족마다 다양한 언어가 있다. 그 언어들은 민족들 간의 고유한 습속을 반영하고 그들의 정신세계를 구축하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한국어를 예로 들어보자. 한국어에는 존칭어가 존재한다. 유교 문화의 영향권 하에 나이나 직위에 따라 위계서열을 구축한 문화가 언어에도 반영된 것이다. 서양어들 다수는 결혼한 여성의 성이 남편의 성으로 바뀌는 관습도 있다. 남성중심의 문화가 반영된 사례라 할 수 있다.

대체로 언어는 문화를 반영한다. 따라서 빅브라더는 사람들의 사고를 바꾸기 위해 먼저 그 언어를 개조한다. 그렇다면 어떤 개조가 있을까. 우선 신어는 매우 적은 단어 수로 구성된다. 일단 단어가 적으니 표현이 단조로워진다. 표현이 단조로워지면 소통하는 데 있어 오해가 줄어드니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적은 단어로 인해 표현 가능한 영역이 줄어든다는 점은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단조로운 표현은 사고를 단조롭게 한다. 사고가 단조로워지니 모든 것을 감시하는 빅브라더가 시민들의 정신세계를 통제하는 것 또한 쉬워지게 된다.

현대판 빅브라더는 무엇인가

오웰이 소설이라는 상상물로 예견한 1984년의 시간은 이미 훌쩍 지났다. 어느덧 2017년이 밝았고 세상은 오웰의 예상만큼 그렇게 암흑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소설 속 ‘빅브라더’는 애초에 과한 상상의 결과물인 것일까. 그것은 알 수 없다.

온라인 빅 데이터의 등장은 이미 많은 이들에 의해 새로운 전체주의 모델이 가능한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빅 데이터에는 우리의 일상적인 쇼핑의 결과물들, 개인의 취향들, 그리고 그 외의 모든 사소한 기록들이 망라된다.

이에 기반 해 우리의 사고와 욕망이 일정하게 조작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존재하며 이미 마케팅 기술 속에서 빅데이터 분석기술은 소비자 심리를 자극하는 방법들을 찾아내고 있다.

18세기의 감옥모델이 20세기 CCTV라는 감시기술의 등장과 연결되듯 새로운 시대의 테크놀로지는 새로운 통치모델과 얼마든지 연루될 수 있다.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소설의 매력이 이렇듯 가능한 것들을 적극적으로 그려볼 수 있도록 하는 것 아닌가.

고태경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