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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국민대통합위원회
나는 1974년 겨울，부산에서 태어났다. 5살 무렵 울산으로 와서 초등학교 중학교까지는 무난하게 지냈다. 그러던 중，중학교 2학년 때 친구 2명과 함께 고등학교 진학을 실업계로 정하고 함께 가기로 약속을 했다. 내가 선택한 학교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좋은 학교로 평가받지는 않았다. 그러니 가족은 물론이고 주변인들 모두가 반대하고 말렸고, 담임 선생님도 권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이상하게 그 학교가 끌렸다. 그렇다고 그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들이 나랑 맞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학교 자체가 가고 싶은 거였다. 결국,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원하던 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때 함께 하기로 한 친구 중 한 명에게 일이 생겼다. 중 3이 될 무렵 집안 형편이 급격히 나빠지고 그 와중에 아버지도 돌아가시면서 며 칠 동안 이어지던 친구의 결석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고 결국 가족 모두 행방이 묘연 해졌다. 그 친구는 초등 중등을 다니는 동안 성적은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었고 운동도 정말 잘했고 재미있고, 거기다 남녀를 아우르는 리더십 또한 대단했다. 그렇기에 늘 소식을 알고 싶었고 찾고 싶었고 그리워했다. 후일담이지만 20대가 되어 서 인맥을 동원해 인적조회까지 한 결과 결국은 연락처를 알게 되었다.
친구들은 늘 얘기했었다. 어디 가서도 분명 잘 지낼 거라고, 헛되이 살고 있지는 않을 거라고. 정말 그랬다. 부산에 살고 있었던 친구는 형편상 당시 의무교육이 아닌 중학교를 마저 다닐 수 없어 그만두었지만，검정고시를 통해 중학교 고등학교를 마치고 직장생황을 하면서 대학교를 열심히 다니고 있었다. 너무나 뿌듯하고 대견 하고 자랑스럽고 고마웠다. 내 사춘기 시절 나에게 크나큰 변화를 가져다준 그 친 구가 지금도 참 고맙다. 그 친구와 함께한 그 시절 동안 나는 수줍음 많고 내성적이고 소심했던 아이에서 유쾌하고 활동적이고 긍정적인 아이로 변해가게 되었다.
내 고등학교 3년의 세월은 너무나 즐거웠다. 실업계라는 특성상 취업이 우선이었기에 이 고등학교 시절이 학창시절의 끝이고. 그러니 우리는 추억을 많이 만들고 사진도 많이 찍자는 얘기를 항상 했다. 시험공부 한다고 모여서는 이번엔 또 뭘 할까 어떤 행사를 할까 이런 얘기만 하기 바빴다. 반 축제랍시고 꽤 여러 행사를 만들었다. 장기자랑을 통한 메이퀸 선발대회도 하고, 미스 OO선발대회라 해서 미스 건강미，미스 큐티, 미스 독서왕 등 10명의 각 선발조건에 맞는 미인을 뽑는 대회도 하고，또 촛불잔치라는 이름으로 반 친구들, 담임 선생님과 함께 어두운 교실에 촛불 하나씩 들고 둘러앉아 속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했다. 나이트클럽 분위기 만들어보자고 손전등 하나씩 챙겨 와서는 사이키 조명 흉내를 내면서 당시 유행하던 팝송 들으면서 미친 듯이 놀기도 했다.
한번은 선배들의 대입학력고사를 앞두고 친구들과 용돈을 모아 합격 엿을 준비해 교문에서 팔기로 했다. 재미있는 경험이기도 했고 판매수익금은 좋은 일에 쓰자는 취지도 있었다. 열심히 포장하고 응원 문구도 준비했다. 그런데 학교 내에서의 물품 판매일이 학칙에 어긋났던 모양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담임선생님도 우 리 때문에 많이 곤란했을 터였다. 결국，우리는 학생부장 선생님과 불려갔고 엄청나게 혼이 났다. 학칙 위반이라고 크게는 퇴학까지 징계를 내리겠다고 엄포를 놓으셨다. 담임 선생님과 전교학생회장 선배와 다른 선배들까지 무마에 나서주면서 다행히 별다른 징계 없이 넘어가게 되었다. 팔지도 못하고 남아있던 엿들은 고맙게도 선배들이 암암리에 다 사주었다. 그때의 판매수익금은 울산양육원에 필요물품 과 함께 전달했던 거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친구들과 사진도 많이 찍었다. 남는 건 사진이라고 학교에서의 일상을 찍거나 단체 사진 촬영하는 일 등은 늘 일과였다. 고3 때는 반 단체 사진 찍은 걸 대형액자로 만들어서 교실 뒤 게시판에 걸어두기도 했다. 모든 선생님과 다른 반 학생들 의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런 모습들은 학교에서 유일무이했던 것 같다. 그 대형액자는 졸업할 때 담임 선생님이 챙기셨는데 졸업 후 몇 년 둬 담임선생님 댁에 불이 나서 그 액자가 타버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선생님도 너무 안타까워하셨고 우리도 아까웠지만 그래도 작은 액자로는 다들 간직하고 있었기에 다행이긴 했다.
그렇게 즐겁고 재미난 학창시절을 보내면서도 물론 성적관리를 안 할 수는 없었다. 다만 공부 못지않게 재미있는 추억거리 만드는 일에 더 열심히 하였던지라 성적은 적당히 만족할 만큼만 채우고 있었다. 고 3이 되면서 1, 2학년 때 성적을 알았던 3학년 담임 선생님이 이제 행사와 축제는 적당히 보조만 하고 공부에 종 더 치중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러기로 약속했고 그전엔 전교 10등 내외였던 성적을 전교 2, 3등 정도의 성적으로 올리게 되었다. 과별 등수이기는 했지만, 거기다 담임 선생님이 모의고사도 쳐 보라 하셔서 응하게 됐는데 모든 과를 종합해서 모의고사 성적이 전교 3등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때까지는 별생각 이 없었던 대학진학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담임도 대학진학을 권유했기에 친구 몇 명과 준비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때 하필 집안 형편이 종 어려워져 아버지가 대학 보내주기가 힘들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담임과의 상담 끝에 방송통신대학교 유아교육학과에 진학하기로 했다. 나는 나의 짧은 생각으로 “내 힘으로 가자”라는 생각을 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에 방통대는 덜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졸업 후 일반대학으로 편입할 생각이었다. 응시하고 합격증을 받았을 때 부모님께서 이 일을 아시고는 이렇게까지 공부하려 했으면 보내줄 걸 하며 안타까워하셨다. 지금까지도 부모님은 지금도 계속 여러 과목을 공부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그때 대학 보내주지 못한 거에 대해 안타까워하시고 후회를 하신다. 고등학교 졸업 전에 취업해서 직장생황을 시작했고 졸업 후 방통대에 진학했다.
그렇게 20대를 보내기 시작했고 22살을 막 맞이한 그해 1월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당시 내가 근무하던 회사 사무실 옆에 남편이 근무하던 학원이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처음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고 퇴근 시간에 가끔 마주칠 일이 생기곤 했다. 그러다 차 한 잔 마시고 밥 먹고 그러면서 2월부터 자연스레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 사귀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인데 막 만나기 시작할 무렵 그때가 마침 지금의 시어머니가 암 수술을 하고 투병생활을 시작할 때였다. 그러다 보니 장남이 만나는 여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되신 시부모님, 특히 어머님이 당신이 혹여나 잘못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 전에 며느리를 봐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시게 됐다. 아직 우리 가족들은 내가 연애를 하는지도 모르고 있을 때였다. 시부모님은 처음부터 바로 결혼 얘기를 꺼내셨고 남편도 부모님을 생각해 결혼할 마음을 내비쳤다. 그래서 우리 가족에게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애기하게 되었고 그해 여름에 집에 소개하게 되었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의 부모님 상황을 전하고 결혼 얘기까지 나오게 되었다.
당연히 부모님과 가족들, 내 주변 사람들이 모두 반대를 했다. 내가 결혼하기엔 나이도 너무 어리고 거기다 암 투병 중인 부모님이 계셔서 내가 고생할 게 뻔해서였다. 그러다 결국 아버지가 허락하셨다. 그 이유는 내가 20살 무렵에 아버지가 사고가 나셔서 병원생활을 반년 넘게 한 적이 있었다. 투병 생활을 했을 때 의 심정을 잘 알고는 있다고，결국 허락을 하셨다.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어느 순간 결혼식장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남편 동아리 후배들이 축가를 불러주고 있음 때쯤에야 정신을 차렸는지 순간 울컥하면서 뭔가 팔려가는 듯 한 느낌 에 눈물이 핑 돌기 시작했다. 급기야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고 도우미 아가씨는 이 좋은 날 왜 우냐고 눈물을 닦아주기 바빴고 그러면서도 예식 도우미들 사 이에서도 너무 어린 신부라고 말들이 많았다. 그렇게 순식간에 결혼까지 진행이 되었고 22살 겨울을 맞이했을 때 나는 유부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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