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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종철 재미웍스 대표(사진)는 무명 개그맨에서 소통테이너로 변신 후 스타강사이자 CEO라는 새로운 직업을 함께 병행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인생 키워드를 ‘재미’라고 망설이지 않고 말할 만큼 뼛속까지 개그맨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제 인생의 키워드는 ‘재미’입니다”
무명 개그맨에서 국내 유일의 ‘소통테이너’로 변신한 오종철(46) 재미웍스 대표는 재밌게 사는 것에 대해 연구하고 기획하는 일명 ‘재미 전문가’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소통테이너는 오 대표가 직접 만든 국내 유일의 직업이다.
“지난 2010년쯤 토크콘서트 열풍이 일기 시작할 무렵, 김제동 씨가 ‘소셜테이너(사회이슈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히거나 직접 참여하는 연예인)’로 불리기 시작했죠. 저는 거기서 이름을 차용해 소통을 얘기하는 엔터테이너가 돼야겠다고 다짐하며 ‘소통테이너’라는 나만의 개그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재미웍스는 기업맞춤형 쇼프로그램 포맷개발사업이라는 독자적인 분야를 개척했다. 현재 기업들의 HR(), 마케팅, CSR 등에 쇼프로그램포맷을 개발해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어린 시절 품은 꿈 ‘개그맨’…붙은 지 1년 만에 ‘해체’ 시련
오 대표의 어린 시절 꿈은 ‘개그맨’이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줄곧 마이크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그는 소통테이너이자 한 회사의 대표로 거듭나기까지 많은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했다.
“아주 어렸을 적에 무서웠던 아버지를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미소 짓게 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TV에 나오는 개그맨들이었죠. 절 보고 한 번도 웃어주지 않던 엄한 아버지도 환하게 웃게 만드는 개그맨들이 그렇게 훌륭해 보이더군요. 그때부터 개그맨이란 장래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형과 달리 오 대표는 MC소질이 충만했다. 집에서 내성적이던 성격도 밖에만 나가면 자신도 모르게 진행을 주도하는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모했다고 한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MC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개그맨이란 직업을 부모님께서 반대하셔서 토목공학과에 진학했지만 역시나 입학을 하고 나서도 제 손에는 항상 마이크가 쥐어져 있었죠”
결국 개그맨의 꿈을 놓지 못한 그는 개그맨 시험에 도전했다. 당시 25세였던 그는 당당히 합격했다. SBS 개그맨 공채 시험에 한 번에 붙은 것이다. 그와 함께 합격했던 동기들은 김준호, 지상렬, 심현섭, 강성범 등 대부분 성공한 개그맨으로 평가받는 이들이다.
▲ 오종철 대표는 SBS 개그맨 공채시험에 당당히 합격했지만 1년이 지나자 IMF가 터지면서 개그맨실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5년 간 거의 백수처럼 지내다시피하며 일용직을 하기도 하며 근근히 생활을 유지했다. ⓒ스카이데일리
“1996년 개그맨 시험에 붙자마자 다음해 IMF로 개그맨실이 해체됐습니다. 1년 만에 갑자기 방송국에서 사라진셈이죠. 그 이후 5년간은 백수처럼 지냈습니다. 토목학과 친구들이 건설회사에서 일하다보니 일당을 받는 일을 나가기도 했죠. 간간히 MC, 리포터 쪽을 일은 계속 했지만 사람들은 개그콘서트에 안 나오면 인기가 없다고 생각하더라고요”
3년 쏟아부은 ‘라디오 진행’ 열정, 하차통보 충격 딛고 도약 밑거름
긴 무명의 시간을 보내던 오 대표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EBS 라디오 방송코너 ‘FM 대한민국 성공시대’를 맡게 된 것이다. 당초 6개월간 임시로 편성된 1시간짜리 프로그램이었지만 그가 방송을 맡은 뒤 청취율이 상승하자 자연스럽게 기간과 시간이 연장됐다.
“청취율 0.0%에 달할만큼 거의 아무도 듣지 않았던 라디오 프로그램이었죠. 라디오였지만 서서 진행할 정도로 열정 가득했습니다. 라디오로 1등을 하고 기간도 늘어나서 3년 넘게 하다보니 ‘이대로라면 20년도 할 수 있겠구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오 대표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일주일 전에 갑자기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라는 청천벽력같은 통보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당시 그는 삶에서 가장 큰 허탈감을 느낀 순간이라고 털어놨다.
“정말 애정과 열정을 갖고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만큼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저런 게 무슨 교육방송이냐’며 EBS를 욕하고 다니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은인이죠. 삶이 이 사람을 어딘가에 쓰기위해서 내던질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겐 하차통보가 그런 순간인 셈이죠”
오 대표는 라디오 방송 하차 직후가 정신적·경제적으로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면 오히려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어준 기회였다고 회상했다.
“아마 라디오 진행을 계속했다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은 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냥 많은 개그맨들 중 한 명이었겠죠. 하지만 지금은 소통테이너로서의 삶이 행복합니다. 아내와 아이들도 좋아하고요. 아들이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사람은 ‘아버지’입니다.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됐다는 사실에 기쁩니다”
꿈과 현실 괴리 속 소통에서 찾은 답…“자기주도적 삶이 행복 선사”
수 천명의 개그맨 중 한 명이 아닌 단 한 명의 소통테이너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그는 ‘세 가지’ 소통을 강조했다.
“삶을 재밌게 살기 위해선 ‘나 자신’과 ‘내가하는 일’, ‘남’들과 소통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나 자신도 모른채 ‘남들과 소통’만을 신경 쓰고 살고있습니다. 저 역시도 개그맨 오종철로 살 때는 세 번째 소통만 신경 쓰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나 자신과 내가 하는 일 2가지 소통을 시작하자 남들과 소통이 저절로 이뤄지는 경험을 하게 됐죠”
▲ 소통테이너라는 직업을 새롭게 만들어 낸 그는 세 가지 소통을 강조했다. 바로 나자신과의 소통, 내가하는 일과의 소통, 남들과의 소통 등이다. 흔히 사람들은 남들과의 소통만을 강요받지만 오종철 대표는 자기 자신과의 소통,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소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스카이데일리
오 대표는 인기없는 개그맨이란 이유로 인격 모독 당할 때가 부지기수였다고 털어놨다. 이를 계기로 2011년부터 개그맨 오종철이 아닌 ‘오종철만 아는 개그’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스스로 ‘개그’의 정의를 바꿨습니다. ‘그냥 남을 웃기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좀 웃을 일을 만드는 것도 개그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자 내 일과 소통이 되기 시작했고 덩달아 일이 너무 신나고 재밌어졌습니다”
오 대표는 토크쇼 및 강연회를 진행하면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은 진행능력과 누군가를 더 빛나게 해줄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제 철학은 ‘테’입니다. 쉽게 말해 강연자가 렌즈라면 그 렌즈가 어떤 안경테에 담기느냐에 따라 안경값은 천차만별입니다. 한 강연자에게 나라는 테가 덧입혀 지면 하나의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거죠. 실제로 콘텐츠는 좋지만 재미가 없다면 그 진가를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오종철이라는 테가 덧입혀 강연자가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재미를 더하는 거죠”
실제로 이 방법은 성공했다. 그가 외부강사를 통해 진행하는 각종 ‘꼴토쇼’, ‘오톡쇼’ 등 토크콘서트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게임사 네시삼십분 권준모 의장의 후원으로 시작 된 ‘꼴통쇼’는 벌써 4년째 2주에 한번 씩 공개녹화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로 방송되고 있는데 해외에 나가 있는 사람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브라질 아마존에서 산다는 한 아주머니께서 ‘꼴통쇼’의 팬이셨습니다. 한국에 10년 만에 와서 그 분이 가장 먼저 한 것은 녹화 때 관객으로 참여한 것이었죠. 방송 후 관객들과 친해진 뒤 예상 귀국일정보다 두달이나 늦게 출국하셨던 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사실 꼴통쇼는 수익을 하나도 내지 않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오로지 후원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비를 써가며 방송하고 있지만 돈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소개하며 미래에 대한 확신을 내비쳤다.
“최근 느낀 사실 중 하나가 바로 ‘돈을 짓는 일’과 ‘돈을 버는 일’이 있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돈을 짓지 않고 벌려고만 합니다. 주변에서도 저한테 왜 무료로 자비를 써가며 방송하냐고 하지만 ‘꼴통쇼’는 ‘돈을 짓는 일’이라고 생각해 기쁜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특히 오 대표는 자기주도적 삶이 행복한 인생을 사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다양한 강의 및 자기계발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자신의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만 해내려 하는 것은 결국 결정권을 남에게 맡기는 불안한 삶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의 범위를 사소한 데서부터 넓혀나가고 그것을 사회에 적용하면 삶이 달라집니다. 저 역시 EBS에서 월급받을 때보다 모든 것을 직접 결정하는 삶을 살게 된 지금이 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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