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 신화, 빛 바랜 갑질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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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1-19 00:15:31

▲ 김도현 차장(산업부 1팀장)

민족의 명절 설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명절을 앞둔 대기업들은 협력사들에 납품대금을 선(先)지급했다는 보도 자료를 쏟아내곤 한다. 이번 명절 때도 비슷했다.

현대자동차와 LG그룹이 각각 1조원 안팎의 선지급을 단행한 것을 포함해 다수의 기업들이 이 같은 행렬에 동참했다.

대기업들이 물품대급을 미리 지급하는 까닭은 ‘배려’다. 대기업에 비해 자금유동성 측면에서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협력사들이 명절을 맞아 급여·상여금 지급 등으로 자금난에 빠질 것을 우려한 조치인 셈이다.

나서서 홍보까지 해야 하느냐는 비판도 물론 있다. 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대기업이란 응당 그래야 한다는 논리일 수 있다. 설사 대기업들의 저의가 이미지 쇄신일지라도 지급받는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고맙고 또 고마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대기업이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협력업체에 대금을 제 때 주지 않아 피해를 끼친 업체도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부영주택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부영주택에 과징금 4억5200만원을 부과했다. 하도급 대금을 포함한 총 5억2800만원을 지연 지급한데 따른 것이다.

사실 이는 건설업계의 관행과도 같은 것이다. 하청업체에 맡긴 부분에 하자 등이 발생했을 경우 원활한 보수지시를 내리기 위한 일종의 담보인 셈이다. 물론 대형 건설사의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행위다.

5억2800만원은 부영주택이 2014년 7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전국 26개 공사현장에서 131개 하도급업체를 상대로 정산을 늦춘 금액이다. 업체당 평균 403만원이다.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돈이다.

부영주택 입장에서는 푼돈과 다름없는 금액이다. 실제 부영주택은 공정위 조사와 함께 대금 전액을 지급했다. 사실상 푼돈으로 숱한 협력업체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던 셈이다. 물론 부영 측에선 억울할 수 있다. 관행이었으며, 동종업체들 역시 비슷한 방법을 이용했을 테니까 말이다.

때론 관행은 폭력이 된다. 이번 사례처럼 건설현장을 예로 들어보자. 통상 건설현장은 하청과 재하청이 기본이다. 심지어 그 밑의 또 다른 재하청의 재하청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 태반이다.

피라미드 모양의 정점에 선 부영의 미지급은 결국 또 다른 미지급을 낳았을 것이고 맨 바닥에 있던 ‘하청의 하청의 재하청의 재하청’ 업자는 혹은 그 업자의 직원들은 큰 고통을 겪었을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적어도 대기업이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

하청이 아닌 ‘협력’ 업체와 상생을 그리고 의도치 않은 폭력의 주인공이 되지 않기를 대기업 부영에 기대해본다.

김도현 d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