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주 
▲ 명리학자 김태규 칼럼니스트 ⓒ스카이데일리
지난 20일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트럼프(이하·트럼프)’의 취임식이 거행됐다. 그날 아침 뉴스 화면에 보니 취임식은 실로 성대한 잔치처럼 보였다. 한편에서는 그 잔치를 망쳐보겠다고 벼르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취임식장 근처에서 소위 ‘깽판’을 친 반대파들이 있는가 하면 야당으로 전락한 민주당 의원 중 50명 넘는 인원이 불참했다고 한다. 어떤 의원은 트럼프를 미국의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맹렬 성토하는가 하면 수많은 대중 스타들은 노골적으로 고춧가루를 뿌리는 발언을 내뱉고 있다.
트럼프와 대척점에 선 주류 언론들도 ‘어디 잘 되나 보자’는 등 연신 저주 섞인 발언을 퍼붓고 있다. 대표적으로 CNN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둘로 쪼개진 나라’가 됐다면서 그 책임을 트럼프에게 은근히 혹은 노골적으로 전가하고 있다.
CNN의 ‘쪼개진 나라(Divided Nation)’란 표현은 정말 재미가 있다.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책임이 트럼프에게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프로파간다, 즉 정치선전에 불과해 진다.
그동안 미국은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6개월 정도는 야당도 비판을 자제하는 관행이 있었다. 이를 신혼여행에 빗대어 허니문이라 했는데, 이제 허니문 따윈 안중에도 없는 미국으로 변했다. 취임과 동시에 곧바로 전쟁 혹은 투쟁으로 돌입하고 있다.
민주당 편에 서있는 연방준비위원회(이하·연준)의 재닛 옐런 위원장 역시 혹시라도 트럼프 치하에서 경제가 잘 되면 금리를 수시로 올리고 연준의 보유 자산을 매각해서 시중 돈을 빨아들일 수도 있다고 협박하고 나섰다. 초를 치고 있는 것이다. 또 투기꾼으로 명성을 날린 늙은 영감 조지 소로스는 취임식에 즈음해서 트럼프를 ‘협잡꾼(imposter)’이라고 맹비난 하고 있다.
가히 ‘트럼프의 전쟁’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기성의 모든 체제에 대해 트럼프가 전쟁을 건 것이 분명하다 싶다. 트럼프가 협잡꾼인지 사기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맹렬한 싸움꾼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여태껏 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미국 대통령이 등장한 것이다.
사실 이런 정황을 들려드리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오늘 글의 목적은 달리 있으니 ‘왜 미국이 현 시점에서 저처럼 내부 투쟁이 격화된 나라 즉 쪼개진 나라가 됐을까’ 하는 점에 대해 그 이유를 알리고자 이 글을 쓴다. 앞부분은 그냥 가벼운 현장 스케치였을 뿐이다.
지금부터 나 호호당의 내공을 발휘해 일의 본질과 근원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은 지금이 그럴만한 때, 즉 나라가 두 개로 쪼개질 법한 때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이 두 개로 쪼개지거나 물리력을 동원한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지금의 미국 상황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찾아보면 ‘이혼(divorce)’이란 단어가 오히려 적합하다.
2016년은 미국의 60년 국운 순환에 있어 우수에 해당하는 때였다. 우수는 해마다 2월 4일 경에 찾아드는 입춘 이후 보름 정도가 지난 때를 말한다. 한 해 열두 달을 60년에 빗대면 미국의 국운은 2013년이 입춘이었기기 때문에 지난해 5월 우수의 운을 맞이했다.
해마다 2월 20일 경에 찾아드는 우수는 새해를 맞이해 천지가 새롭게 ‘준동(蠢動)’하는 시기다. 반대로 생각하면 낡은 것과 결별을 하는 때이기에 미국은 현재 이혼 상태에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
현재 미국은 기존의 묵은 것들을 벗어던지고 새롭게 혁신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일환으로 이혼과 결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낡은 껍질을 벗어던지는 일을 ‘탈각(脫殼)’이라 한다. 바로 이 탈각의 운에 새롭게 등장한 지도자가 바로 도널드 트럼프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수시로 언급하는 말이 혁신이다. 혁신이란 가죽을 새롭게 한다는 뜻으로서 타고 다니는 수레에 씌워놓은 가죽을 바꾼다는 말이다. 따라서 혁신은 크게 두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낡은 가죽을 벗기는 일이고 그 다음으로 새 가죽을 수레에 덧씌우는 작업이다.
지금 미국이 당면한 상황은 다름이 아니라 새 가죽으로 치장하기에 앞서 기존의 낡고 헌 가죽을 과감히 뜯어내는 작업으로 보면 된다. 이 또한 일종의 탈각, 즉 껍질 벗음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껍질을 벗는 작업은 저명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주장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와도 유사한 맥락이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성경말씀과도 일맥상통한다.
낡고 익숙한 것과의 결별 또는 이혼은 실로 고통스런 작업이다. 낡은 것은 그 기능이 다소 떨어진다 해도 세련된 법이라서 손을 좀 보기만 하면 여전히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도 많다.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또 다시 전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기가 두려운 이도 있다. 더욱이 낡은 체제와 시스템 속에서 이득을 보고 있는 자라면 더더욱 싫을 것이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트럼프는 ‘아웃사이더(outsider)’다. 노골적인 직설화법의 불곰 혹은 불도저와도 같은 인물이다. 세련됐으나 가식으로 가득 찬 워싱턴의 정치 마당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트럼프는 무수한 먹이사슬과 이해의 관계망 속에서 다듬어진 워싱턴 정치판에 ‘이제 그 따윈 다 필요 없다’고 외치면서 불쑥 뛰어들었다. 그러다가 대통령의 권력까지 손에 쥐었다.
트럼프의 머릿속에 낡은 미국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종합적인 계획과 비전이 확고하게 서 있을 리 없다고 본다. 하지만 기성의 낡은 것들을 그냥 가지고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대단히 확고할 것으로 본다.
일단 먼저 아니다 싶은 것을 먼저 부셔놓아야만 그 다음에 뭔가 새롭고 더 좋은 것을 그 공간에 들여놓을 수 있는 법이다. 트럼프의 역할 혹은 소명은 먼저의 작업, 즉 일단 아니다 싶은 것을 파괴하고 흔들어놓는 작업인 것이다.
원래 이런 일을 하는 자는 일견 좀 무식해 보인다. 그러니 뉴요커들에게 환영을 받을 까닭이 없다. 뉴요커, 즉 뉴욕에 사는 시민들이 어떤 사람인가. 그들에게 있어 뉴욕은 글로벌의 중심이다. 그들의 생각과 가치는 가장 진보적이기에 곧 그들의 생각과 가치가 글로벌의 보편적인 생각이자 가치가 돼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세련됐으나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뉴요커들이다. 그러니 그런 뉴요커들과 무식해 보이는 트럼프와 궁합이 맞을 턱이 없다. 서로가 서로를 터무니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보스 포럼에서 트럼프로 인해 새로운 불확실성의 시대가 도래 했다는 말이 들려온다. 트럼프 리스크란 말도 들려온다. 하지만 이런 말에 너무 불안해할 일은 아니라 본다.
다보스 포럼에 모이는 사람들이 전 세계의 부호들이고 권력자들이란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그들에게 있어 불확실성이란 그들이 누리고 지니고 있는 돈과 지위에 대해 불안정한 요소가 생겼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글을 읽는 일반 독자와는 사실 별 상관이 없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낚일 일이 아니다.
오히려 불확실성의 시대야말로 기득권이 아닌 사람들에겐 새로운 기회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영웅은 원래 난세에 태어난다고 하지 않는가. 트럼프는 자신의 임기 동안 열심히 파괴할 것이다. 그 바람에 반대파는 물론이고 지지자들로부터도 엄청난 비난과 원성을 사게 될 것이다. 파괴만 하고 새로운 것 그리고 변화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 한다는 비난 또한 받게 될 것이다.
‘종합적인 청사진’이란 말이 그럴듯하긴 하다. 하지만 만일 독자가 그런 것을 진정으로 믿는다면 그건 아직 뭘 모르는 하수라고 지적해주고 싶다. 종합적이고 완벽한 그림과 설계도를 처음부터 그려낼 수 있는 이는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정답이란 처음부터 주어져있는 것이 아니고 일을 해가면서 부단히 다듬어지고 만들어지는 어떤 무엇이다.
트럼프는 기존의 낡고 적폐된 질서의 파괴자로서의 역할만 충실하게 하면 충분하다. 새로운 가죽을 씌우는 일은 물론 다음 사람이 맡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제쯤이나 새로운 미국, 혁신된 미국이 등장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 얘기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건 작년 5월로부터 90개월이 경과한 때가 될 것이니 2023년 11월경이 될 것이다. 미국이 울퉁불퉁한 길을 걷기 시작하면 글로벌 그리고 특히 우리 역시 요동을 칠 수밖에 없다. 일단 안전벨트부터 착용하고 볼 일이다.
김태규의 희희락락호호당
http://www.hohodang.com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