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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때 ATM 등 금융자동화기기 시장을 주름잡던 청호컴넷(사진)이 최근 실적악화 등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청호컴넷 최대주주인 청호엔터프라이스는 창업주 지대섭 전 회장이 아들 지창배 회장에게 회사를 물려주기 위한 수단으로 설립됐다는 꼼수승계 의혹을 받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청호컴넷을 둘러싼 구설수가 이어지고 있다. 오너일가가 비상장 지주사를 이용해 꼼수승계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실적악화까지 겹쳐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청호컴넷은 지난 1977년 설립됐다. 창립 40주년을 맞은 이곳은 ATM(현금입출금기), CD(현금출금기) 등 금융자동화기기 제조·판매 사업을 주업으로 삼는 곳이다. 1980년대부터 2000년 초까지 약 20여 년간 이 시장에서 최강자로 군림해왔다.
급성장한 시기는 IMF 이후다. 은행권에서 통폐합·구조조정 등에 발맞춰 인건비절감 차원의 금융자동화 기기 설치를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청호컴넷의 호황 역시 2002년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신규업체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면서 출혈경쟁이 격화됐고 성장은 답보상태에 놓였다.
매출의존 100% 비상장 ‘청호엔터프라이스’…설립 후 최대주주 ‘父→子’ 꼼수승계 의혹
청호컴넷의 최대주주는 15.54%를 보유한 청호엔터프라이스다. 이곳은 지난 2006년 11월 설립됐다. 지창배 청호컴넷 회장의 부친인 지대섭 전 청호컴넷 회장이 100% 출자해 설립했다.
지 전 회장은 당시 청호컴넷의 최대주주였다. 25.62%의 지분율을 보였던 지 전 회장은 이 중 12.37%를 현물출자해 청호엔터프라이스를 설립했다. 청호엔터프라이스는 설립과 동시에 청호컴넷의 최대주주로 자리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지 전 회장의 청호엔터프라이스 지분은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점차 감소하게 된다. 이듬해 공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계연도 기준인 2007년 1월 말 기준 지 전 회장의 지분은 90.09%를 나타냈다. 불과 3개월 만에 10%에 가까운 주식 명의가 달라진 셈이었다.
1년 뒤인 2008년 감사보고서에서는 아예 지 전 회장이 아닌 지창배 회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2008년 1월말 기준 지 회장의 지분율은 64.14%였다. 2007년 한 해 동안 부친으로부터 대거 주식매입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게 증권가의 시선이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업계에 따르면 설립 10년을 넘긴 청호엔터프라이스는 단 한 차례도 자력으로 매출을 올리지 못한 곳으로 꼽힌다. 100% 청호컴넷을 통해 수익을 거뒀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수억원에 불과했다. FY2009년과 FY2010년의 매출실적은 ‘제로(0·Zero)’를 기록했을 정도였다.
반면 배당금은 꾸준히 챙겼다. ▲FY2008년 1950만원 ▲FY2009년 1500만원 ▲FY2010년 1억3000만원 ▲FY2011년 1억3000만원 약 2억9500만원 등이었다.
청호컴넷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꼼수승계’ 논란이 불거졌다. 업계에서 청호엔터프라이스가 지창배 회장의 원활한 승계를 위한 도구가 됐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 전 회장이 비상장계열사를 청호컴넷의 최대주주에 오르게 한 뒤 아들이 해당 업체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해석이었다.
청호엔터프라이스를 설립하면서 청호컴넷 최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온 지대섭 전 회장은 점차 청호컴넷 주식매각을 실시했다. 2006년 말 13.25%의 지분을 가졌던 지 전 회장은 2009년 임원직을 퇴임하면서 50만주(8.19%)를 처분했으며 이듬해 7월에는 부인 신형란 씨에 남아있던 50만주를 전부 이전해 주주명단에서 제외됐다.
지분 이전 후 ‘지창배 시대’ 도래…회장 오른 후 흑자 없이 지속적인 적자 행보
지분이전 작업이 막바지에 달했던 지난 2009년 지대섭 전 회장은 당시 지창배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후계구도를 가동시켰다. 2011년에는 지창배 회장으로 직함을 바꿔 달았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때부터 청호컴넷의 위기가 지속된다는 평가다.
청호컴넷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각각 920억원, 1138억원, 733억원, 960억원, 957억원, 890억원 등의 매출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기간 흑자를 기록한 해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지속적인 적자행보를 이어왔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효성·LG 등 대기업들이 속속 금융자동화기기 시장에 발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경쟁에서 뒤처지기 시작한 것이 주요 원이라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왔다. 결국 꾸준히 고수했던 1위에서 밀려나 현재는 3위까지 추락한 상태다.
지창배 회장은 경영을 맡은 후 지속적인 사업확장을 시도했다. 하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1년 시장점유율 4위 업체 에프케이엠을 인수했으며, 이듬해에는 자동차부품기업 세원을 인수해 매출확대를 꾀하기도 했다. 또 ATM·CD 유지·보수를 통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PC·네트워크 장비 AS서비스 시장에도 진출했으나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도리어 2012년 종로구 연건동 사옥을 매각했다. 1985년 설립자가 벽돌 하나까지 손수 골라지었다고 알려진 청호컴넷의 상징과 같던 사옥이었다.
청호컴넷 내부거래 계열사 ‘청호정기’…매출 대부분 의존 ‘오너家 주머니’ 의혹
지창배 회장의 승계 전후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오너일가 소유로 추정되는 기업에 일감을 몰아준 정황이 수면위로 부상했다. 청호컴넷의 관계회사로 분류된 청호정기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지 회장은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청호엔터프라이스 주주로 이름을 올렸던 지주화 씨가 사내이사로 등기돼 있는 곳이다. 만약 청호정기가 지 회장 일가의 사기업일 경우 실적난항의 청호컴넷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지 회장은 최근 연예기획사 ‘이매진아시아’에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새로운 사업영역에 도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모친 및 청호컴넷 등 계열사를 통해 이매진아시아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점차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29일 기준 지 회장의 이매진아시아 지분은 4.96%다. 이밖에도 모친 신형란 씨 5.87%, 청호컴넷 6.08%, 청호엔터프라이스 4.32% 등으로 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이매진아시아는 유동근·전인화·오연서·서효림·류화영 등이 소속됐다. 지난해 유상증자 당시에는 일부 소속연예인들과 지 회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주영 회장의 손녀 정유희(한국계미국인·산드라정) 씨 등도 유상증자에 참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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