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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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국민대통합위원회]
안녕? 내 이름은 미현이라고 해. 내가 하는 일은 아동센터나 도서관 특강 등을 돌아다니며 외부수업도 하고, 집에서 아동 미술학원도 하고 있어.
나는 주민등록상으로 1977년생으로 되어있지만, 사실은 정말 유명한 배우 장혁, 차태현, 가수 박정현과 같은 1976년생이야. 태어난 날을 몰라서 생일은 주민등록상 생일을 음력으로 해서 챙기고 있어.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다 보니 마음 같아서는 1977년생 나이로 하고 싶지만….
내 태몽은 엄마가 꾸셨대. 꿈에 구렁이가 나타나서 엄마의 엄지손가락을 물었는데 피가 났다고 하시더라고. 알아보니까 구렁이에게 물리는 태몽은 나중에 훌륭한 배우자나 애인이나 협조자를 만나게 된다는 꿈이라고 하더라. 그 덕에 내가 남편을 너무 잘 만난 것 같네. 다른 해몽에서는 사회에 큰일을 하고 명예가 높아질 자손을 얻게 되는 꿈이기도 하다네. 내가 지금까지 그랬던 적이 있었나…. 음, 우리 아들딸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것? 내 생각에는 그래.
어렸을 적에는 잔병치레가 하도 많아서 병원을 자주 드나들었어. 발이 작아서 그런지 자주 넘어져서 엄마가 나에게 발이 생기다 말았다고 이야기하곤 하셨지. 지금도 우리 집에서 제일 작은 225mm야. 내가 하는 미술학원에 다니는 아이들 발이 내 발보다 더 커.
내 생각에는 아마 엄마 발을 닮은 게 아닐까 싶다. 왜냐면 우리엄마 발도 작은 편이시거든. 발은 작았는데 또래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커서 사람들이 내 나이보다 더 높게 봤어. 그때는 기분이 좋았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어렸을 때는 다들 커 보이고 싶었을 거 아냐. 뭔가 친구들보다 잘난 것 같고, 내가 어른이 된 것 같고. 그런 기분은 다들 알 걸? 꼭 ‘커 보인다.’ 뿐만 아니라 잘했다고 칭찬을 받거나 시험을 봤는데 친구보다 점수가 더 잘 나왔을 때의 그런 기분 말이 야.
어렸을 때 또래보다 키가 컸다고 어른이 되어서도 키가 크다는 보장은 없는 것 같아. 난 지금 키가 작은 편이거든. 이런 부분에서는 딸이 날 닮은 것 같기도 해. 초등학교 때는 거의 항상 뒤에서 첫 번째나 두 번째였는데, 고등학생인 지금을 보면 작은 키는 아니지만, 뒤에서 많이 앞으로 밀려나긴 했어. 그렇지만 괜찮아! 나는 아니지만, 딸이라도 평균 키에 가까우니까! 그거면 됐어.
내가 학교에 다닐 적에는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어. 왜 그런 친구들 반에서 많이 보이잖아. 학교 끝나고 집에 들렀다가 학원가고, 그런 생활을 반복하던 친구들. 나도 그런 축에 속했어. 순진한 학생이었지. 비록 내가 흔히들 말하는 수포자이기는 했지만, 수학을 제외한 다른 과목 공부는 좀 하는 편이었어. 공부를 꽤 하기는 했지만, 대학진학보다는 취업하기 위해 상고를 다니게 됐고, 졸업한 뒤 바로 회사에 취직하게 됐어. 나는 이때가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었던 것 같아. 학교만 알았던 내가 회사에 다니면서 돈도 벌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마음껏 했으니 말이야. 거기다 나는 여행도 좋아해서 회사 지인들과 여행을 많이 다닌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
우리 아이들의 아빠인 현재 내 남편은 회사에서 처음 만났어. 남편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남편이 거의 첫사랑이야. 연애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자상하고 윗사람들에게 예의 있는 모습에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됐어. 물론 지금도 자상하지. 그렇게 서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았고 사내연애를 하다가 남편이 회사를 지방 쪽으로 옮기게 되는 바람에 장거리 연애를 2년 정도 하게 됐어. 그러다가 결혼을 하게 됐지.
결혼은 정말 갑자기 2달 만에 결혼준비를 다 하고 결혼식을 올리게 됐어. 어떻게 된 거냐면 어른들께서 점을 보셨는데 남편이 30살을 넘어서 결혼을 하게 된다면 좋지 않을 거라는 말에 갑자기 날짜를 잡게 된 거야. 그때가 남편이 29살이었고, 10월쯤이었거든.
시부모님도 건강이 좋지 않으셨고, 친정 쪽은 IMF로 가정형편이 어려워 미루기를 바라셨으나 서로 좋은 방향으로 잘 이야기되어서 더 늦기 전에 서둘러 결혼을 했지. 그러나 나는 결혼을 일찍 했다고 후회하지 않아. 어디를 가더라도 남편 참 잘 만났다는 얘기를 많이 듣거든. 남편도 부인 잘 만난 것 같은데…. 왜냐면 주위 사람들 반응이 그래. 밖에서 밥을 먹을 때 쌈을 한 번씩 싸서 주는 것처럼 내가 남편을 한 번씩 챙겨주면 사람들이 질투하는 그런 반응을 보여. 예를 들어, 우리 부인은 그런 거 안 해준다거나 옆에 앉은 자신의 부인에게 나도 저런 것 좀 해줘라던가. 분명 우리 남편도 부인 잘 만났다는 얘기를 많이 들을 거야.
우리 남편은 생각이 많고 진중하고, 어른들 공경 잘하고, 주위 사람들을 잘 챙겨줘. 그래서 내가 가끔 힘들기도 하지만. 주위 사람들을 잘 챙겨줘도 너무 잘 챙겨줘서 본인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하고 손해도 많이 보지만 이런 면이 내가 남편을 존경하는 이유야.
참, 우리 남편의 머리는 백발이야. 완전 새하얀 백발까지는 아니고 겉은 백발인데 속은 흑발이야. 정말 신기하지? 보기 싫은 백발이 아니라서 옆에서 보면 얼마나 멋진데! 사람들이 부러워하기도 한다고. 가끔 사람들이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인 줄로 오해하기는 하지만 말이야. 남편이 생각이 많고 진중해서 그런지 그래서 백발이 된 것 같기도 해. 우리 아들이 이런 면을 많이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이러다 아들도 나중에 나이가 들면 남편처럼 백발이 되는 거 아닌지 몰라.
내가 가장 행복했던 때는 뭐, 다른 엄마들도 충분히 공감할걸? 아마 딸과 아들이 2살에서 3살쯤 됐을 때 가장 여유롭고 아이들과 즐겁게 지냈던 것 같아.
이제 우리 아이들을 소개해줄게.
딸은 2000년 10월생 다들 말하는 밀레니엄 베이비야. 딸의 태몽은 두 개인데 하나는 아빠가 꾼 꿈이고 하나는 내가 꾼 꿈이 있어. 먼저 내가 꾼 꿈은 바다 모래사장에 거북이 다섯 마리가 누워 있었는데 내가 이 모습을 보고 거북이에게 다가가서 모래를 털어주고 쓰다듬어 주었던 꿈이야. 거북이를 바다에서 보고 만지는 꿈은 아이가 장차 정당 당수나 통치자, 기관장이 되는 꿈이거나 권세가나 인기 있는 아들을 낳을 꿈이라던데 참 이상해. 우리 딸은 여자아이인데 말이야. 다른 해몽도 있는데 아이가 나중에 부귀 공명한 위인이 될 것이라고도 하네. 우리 딸이 통치자, 기관장과는 거리가 너무 머니까, 나중에 큰 위인이 되려나?
아빠가 꾼 꿈은 머리는 용이고 꼬리는 뱀처럼 작은 용이 나타나서 그 용의 품에 안기는 꿈이었데. 용인 것은 좋은데 꼬리가 작아서 많이 아쉽다고 하셨어. 용을 본 꿈은 유명인 아이가 태어나고, 행운을 가져오는 꿈이래. 생각해보니 내가 꾼 꿈은 남자아이라고는 했지만, 유명인이 태어날 꿈이라고 했고, 아빠가 꾼 꿈도 유명인이 태어날 꿈이라는데 딸이 유명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인가? 나중에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지금의 우리 딸은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하며, 꼼꼼하고 손재주도 좋아서 만드는 것은 뭐든 좋아하고 잘해. 피아노도 잘 쳐서 최신가요나 유명한 피아노곡 악보를 다운받아 악보집을 만들어서 잘 치지. 노래 듣는 것도 아주 좋아해서 핸드폰에 다운 받은 노래가 600곡이 넘어. 이제는 SD 카드 용량도 모자라서 다운받을 저장 공간이 없을 정도야. 특히 쿠키와 빵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가끔 나와 남편에게 맛난 쿠키를 만들어줘. 우리 딸의 쿠키 만드는 솜씨는 인정해 줘야 해.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 딸이 만든 거라고 나눠주면 다들 맛있다고 어떻게 만든 거냐고 많이 묻거든. 요리도 잘해서 가끔 맛난 음식들을 해줘. 감자 수프라던가, 계란말이라던가, 감자볶음, 김치볶음밥 등등. 그중에서도 감자 수프가 제일 맛있었어. 들어간 재료는 감자와 양파, 우유뿐 이었는데도 시중에 파는 분말로 된 수프와는 비교도 안 된다니깐. 그래서 이 솜씨로 동생한테 밥도 챙겨주고 그래.
그리고 밖에서는 절대 보여주지 않는 애교도 많아. 집에서 아이돌 춤을 따라 춘다거나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귀여움을 많이 보여주지. 딸의 말로는 애교 부리는 거 아니라고 하는데, 내가 볼 때는 무심코 하는 행동들에서 애교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아. 학교에서도 모범생 이지만 귀여움이 있는 친구로 알려진 것 같더라. 동생에게도 특별대우를 해주면서 잘 챙겨주고 흔히 볼 수 없는 남매의 사이좋음을 보여줘. 그 특별대우가 좀 딱딱하고 투덜대는 것 같지만, 아들은 다 받아줘. 둘이서만 영화 보고 놀러 다닐 정도로 남매사이가 아주 친해. 사람들도 보기 좋다면서 칭찬을 많이 해주셔.
딸의 이런 모습은 나와 남편에게 믿음을 주어서 어디든지 믿고 보낼 수 있어. 그런데 요즘 고등학교를 올라가면서 짜증이 많아져서 동생과 엄마에게 감정 기복이 좀 심해. 그렇지만 엄마, 아빠에게는 어여쁜 울 공주님! 특히 남편은 딸을 떠받들어줘.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기타 등등 딸을 엄청 위해주지.
아들은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이던 그해에 태어났어. 아들의 태몽은 아들의 큰엄마가 꾸셨어. 낚시했는데 커다란 금 물고기가 낚여서 품에 안는 꿈이었데. 꿈을 돈을 주고 사고판다고도 하기에 그 꿈을 만 원 주고 샀어. 그때까지 아들의 태몽이 없었거든. 근데 그 꿈은 해몽을 찾을 수가 없었어. 다들 앞날이 창창하다는 이야기들뿐이야. 그래도 물고기를 보는 꿈은 재능이 많고 예쁜 아이가 태어난다는 뜻이래. 그래서 우리 아들이 재능이 많은 것 같기도…?
아들은 남편처럼 성실하고, 진중하며, 일을 실행하기 전에 생각도 많이 하고, 무척 꼼꼼하고 엄마, 아빠 말 잘 듣고, 특히 누나에게 그 특별대우를 받으면서도 그걸 다 받아줘. 한 마디로 엄마, 아빠에게는 착한 아들, 누나에게는 착한 동생이야. 어렸을 때부터 누나를 보고 자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딸처럼 손재주도 좋아서 만들기도 잘하고 피아노도 잘 쳐. 아들은 만화책 그림처럼 그려져 있는 그림들을 따라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만큼 테두리만 따라 복사한 것처럼 정말 똑같아. 그런데, 말이 빠른 딸과는 다르게 말하는 속도가 좀 느리고, 너무 진중하고, 목소리도 웅얼웅얼해서 가끔 답답함을 느껴. 이 답답함 때문에 딸과 아주 가끔 말다툼을 하지.
나는 지금의 우리 가족이 너무 좋고 다 함께 있으면서 보내는 이 시간이 너무 행복해. 우리 가족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지금처럼 모두 건강하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특히 아이들은 인사 잘하고 거짓말하지 않고 남들에게 꿇리지 않는 긍정적인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이건 아이들의 부모로서 나와 남편이 아이들에게 바라는 소소한 바램이야. 앞으로 이런 내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정말 궁금해.
[정리=온양여자고등학교 1학년 안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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