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통곡에 눈감고 귀막은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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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통곡에 눈감고 귀막은 박원순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길해성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1-23 19:26:19

▲ 길해성 기자 (부동산부 1팀)

서울시는 상습 정체구간 해소를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서울 주요 도로 지하화 사업에 착수했다. 이 사업들은 서부간선도로·재물포길·동부간선도로로 등을 지하화 한다는 내용이다. 공사가 먼저 시작된 곳은 서부간선도로와 제물포길 두 곳이다.

경인고속도로 등의 진입로와 맞물려 있는 서부간선도로는 운전자들 사이에서 상습 정체구간으로 악명이 높았다. 사업 구간은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성산대교 남단부터 금천구 독산동 서해안고속도로 금천IC까지 7.9km의 터널구간을 포함한 총 10.33km 구간이다.

뿐만 아니라 국회대로(전 제물포길)는 같은 이유로 서울제물포 터널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구간은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월IC부터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대로까지 7.53km에 이르는 제물포길이다.

두 사업으로 인해 서울시는 약 5만대의 차량이 지하로 분산되면서 통행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출퇴근 시간이 30분대에서 10분대로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이 예상됐던 서부권 지하 도로화 사업은 현재 주민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이 갈등은 지하 도로에 필요한 환기구·배연구 등의 설치가 가시화 되면서 일어났다. 환기구는 정화된 공기를 빼내는 구멍이고, 배연구는 화재사고 발생 시 연기를 빼내는 구멍이다.

이 두시설이 들어오는 인근 지역주민들은 환기구·배연구 등에서 매연·미세먼지 등이 빠져나오면서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크게 반발했다. 주민은 단체 행동을 위해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렸다. 비대위를 꾸린 지역은 두 시설이 설치될 예정인 양평동·신도림동·구로동 등이다.

환경오염에 따른 건강문제 이외에도 주민들이 화가 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서울시의 불통 때문이다. 비대위에 따르면 지속해서 서울시와의 면담을 요청해왔지만 제대로 된 소통은 없었고, 공사를 강행해 왔다.

지난 6일 양평유수지에서는 서부간선도로 배연구 구멍을 뚫기 위한 발파작업을 시도하다가 반발하는 주민들과 물리적 충돌을 겪기도 했다. 이날 발파는 박원순 시장이 주민들과의 서부권 지하 도로화 공사와 관련한 면담을 약속한 날 이뤄졌다. 주민들은 또 한 번 신뢰가 깨졌다며 분노했다.

주민들의 반발이 극에 달하자 서울시는 지난 15일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그러나 서울시 공무원들은 작업구 발파가 급하다는 입장만 내비친 채 주민들과의 합의점은 찾지 못했다. 한 주민은 “주민동의 없는 공사는 안한다고 했다. 그런데 멋대로 심어놓은 발파는 해야 한다니, 무슨 이런 경우가 있냐”며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과 공무원간에 갈등이 심화될 동안 빠진 사람이 한 명 있다. 바로 박원순 시장이다. 자녀까지 동원한 주민들이 시청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할 때도 박 시장은 없었다. 지나가면서 몇 마디 하거나, 신년 설명회에서 면담을 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뿐이었다. 서울시는 이달 말 박 시장과 면담도 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정해진 날짜는 없다.

서부권 지하 도로화 사업이 박 시장에게는 큰 이력이 될지 모르지만, 그들에게는 생존권이 달려있는 문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밑에 공무원들을 통해 듣지 말고, 주민들을 직접 시장실로 불러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들도 박 시장이 늘 외치는 1000만 시민 중에 한명이다.

길해성 hsgil@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