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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한 국제사랑의(醫)봉사단은 세계 각국의 어려운 지역을 찾아 자립을 돕는 단체다. ‘돈이 아닌 사람을 보내는 단체’라고 소개한 이들은 직접 어려운 지역을 찾아가 그들의 문화와 생활을 체험하면서 현지인들이 필요로하고 현실 가능한 프로젝트를 고안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동원 총무, 유태선 간사, 박유정 간사.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현지에서 직접 피부로 느끼면서 그들의 마인드, 문화, 환경 등을 체험하지 않으면 진정한 의미의 자립을 도울 수 없습니다”
지난 1992년 12월 25일 황성주 박사는 국제사랑의(醫)봉사단을 설립했다. 의과대학 시절 방글라데시로 봉사활동을 갔던 그는 공항에서부터 길거리에 쓰러져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를 보고 ‘내가 다시 이 곳에 돌아오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는 다짐을 한 그는 결국 한국으로 돌아가 5년 뒤 봉사단을 창단했다.
설립한 지 열흘 만에 방글라데시를 찾아 첫 활동을 시작한 국제사랑의봉사단은 현재 21개 국가에서 직접 파견지부와 협력지부를 합해 40여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파견해온 봉사단원만 누적 8500여명에 달한다.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케냐·우간다·에티오피아의 자립을 돕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돈이 아닌 사람을 보냅니다”…현지 자립을 돕기 위한 ‘눈높이 프로젝트’
▲ 국제사랑의봉사단은 최근 우간다 쿠미지역의 양계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직접 양계 훈련을 받아 기술을 전달했다. 쿠미 현지에서 직접 양계장을 1년 동안 운영하면서 현지화 시키는 데에도 힘을 쏟았다. 그 결과 현재 쿠미 지역 주민들은 스스로 양계업에 종사하면서 자립할 수 있게 됐다. ⓒ스카이데일리
국제사랑의봉사단이 지원활동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현지인들이 직접 자립할 수 있고, 현장 상황에 맞게 현지화 가능하며, 지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속 간사들은 직접 현장 상황을 피부로 느끼고 경험한다. 조금이라도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우간다 쿠미지역에서 진행된 ‘양계 프로젝트’는 이를 위해 고안된 대표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다.
우간다 사람들은 70~80%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국제사랑의봉사단은 2015년 우간다의 일자리를 다양화하고 축산분야를 성장시키기 위해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김동원 총무(34·남)는 프로젝트를 위해 직접 우간다로 파견갔었다.
“우리 관점이 아닌 현지인들의 관점에서 필요한 것들을 찾아보려고 노력했어요. 현지 리서치를 해보니 우간다 쿠미 지역은 양계에 필요한 사료의 질이 안좋고 비용이 너무 비싸 양계인들이 자립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양계 관련 기술을 개발해 보급하면 양계 종사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다 싶었죠“
“기술력을 전하기 위해 제가 직접 한국에서 양계 훈련을 받았습니다. 사료를 만드는 법, 병아리를 키우는 법 , 산란률을 높이는 법 등 다양한 기술을 습득해서 우간다로 갔죠. 우간다 쿠미에서 직접 1년 동안 양계업을 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우리의 기술이나 프로젝트가 현지인들 입장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 지속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한거죠”
현재 해당 프로젝트는 성공했다. 현지인들이 직접 양계업을 운영하고 있다. 달걀을 판매해 얻은 돈으로 스스로 생계를 책임질 수 있게 된 것이다.
▲ 국제사랑의봉사단은 에티오피아 짐마 지역에서 축구단을 만들기도 했다. 갈 곳 없는 아이들이 방황하던 모습을 본 파견 직원이 떠올린 아이디어로 현장에서 필요에 의해 고안된 프로젝트다. 그 결과 국제사랑의봉사단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사진은 박유정 간사(왼쪽)와 유태선 간사ⓒ스카이데일리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국세사랑의봉사단이 추진해 성공한 프로젝트는 이 뿐만이 아니다. 에티오피아 짐마 지역의 유·소년 축구단 ‘짐마 테스파(희망)’ 축구단 프로젝트는 파견 직원이 직접 현장에서 느낀 문제점을 토대로 개발됐다.
박유정 간사(37·여)는 작게 시작했던 동아리 활동을 한국에서 돕지 않아도 될 정도로 크게 성장시켰다. 당장 돈이나 식량 등 재화를 보내는 봉사가 아닌 사람을 보내는 봉사를 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결과라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시간은 많은데 돈과 할 일이 없다보니 방황하고 있는 상태였죠. 꿈과 희망이 없었던 이 지역 아이들은 범죄에 휘말리거나 마약 성분을 가진 차드(나뭇잎)를 씹고 몽롱한 상태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축구팀을 만들자 아이들이 ‘나도 뭔가 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고 점점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은 꿈을 찾고, 성장하면 변하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짐마 테스파 축구팀의 주장은 자신의 꿈을 찾아 짐마대 의대에 진학했습니다. 나중에는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축구팀 아이들이 자진해서 지역 봉사활동을 다니기까지 했죠. 축구를 통해 아이들 내면에 변화가 생긴거죠”
현재 유소년 축구팀은 짐마시에 있는 성인 축구팀과 MOU를 체결했다. 지역사회에서 연결 돼 훈련비 등 기본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타국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운용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이에 더해 국제사랑의봉사단에서는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가르침을 위해 훈련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봉사와 희생 통해 생명의 소중한 가치 깨달아…돕는 것이 아니라 배워요”
▲ 국제사랑의봉사단 단원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심장병 질환을 앓았던 토마스를 꼽았다. 10살 토마스는 15세 이하 사망률이 90%에 이르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 아이를 살리기 위해 많은 병원과 재단, 그리고 시민들이 협력해 아이의 수술을 도왔다. 현재 토마스는 매우 건강한 모습으로 지내고 있다. 사진은 에티오피아 축구단 짐마 테스파(위)와 심장병에 걸렸던 어린이 토마스 [사진=국제사랑의봉사단]
국제사랑의봉사단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우간다 심장병 어린이 ‘토마스’를 꼽았다. 지난해 여름 국제사랑의봉사단 우간다팀은 의료 봉사를 갔다가 심장에 구멍이 난 아이를 발견했다.
10살이었던 토마스는 걷지도 못하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심장 질환 때문에 태어나서 집밖으로 나가본 적도 없는 아이였다. 15세 이하 사망률이 80~90%에 달한다는 희귀질병을 앓고 있어 현장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했다. 결국 한국에서 심장재단, 서울삼성병원, 사랑의 병원이 협력해 토마스를 초청했다.
“청색증으로 인해 입술은 보라색인데다 숨도 잘 못 쉬었습니다. 산소가 부족해 눈이 항상 충혈돼 있어 한 눈에 봐도 병색이 가득했던 어린 친구가 건강하게 돌아갔어요. 수술 후 우간다에서 다시 만나니 걷지도 못하던 친구가 건강하게 뛰어다니더군요”
“이 과정에서 저희는 한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지 배웠습니다. 아프리카 타국에 사는 아이 한 명을 살리기 위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땀과 노력, 시간, 돈을 투자했어요. 한 아이의, 한 인간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하고 존귀한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죠”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해외의 힘든 지역을 찾아다니며 봉사하고 싶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직접 현장에 나가 다른 사람을 살리고 지원해 나가는 과정에서 본인들이 더 많은 것을 배운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돕고 봉사한다기보다 삶과 사람을 배우고 있는 셈이죠. 국제사랑의봉사단 이념도 ‘세계는 나의 교실’입니다. 일을 하면서 내가 깨닫고 변화되는 점들이 많습니다”
“케냐의 오지에 갔는데 정말 너무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의 사람들은 너무 행복해보였죠. 제 차 트렁크의 짐보다 마을의 가재도구가 더 적은 상황이었는데도 말이죠. 마음의 풍요라는 것을 배우고 성장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저희가 도움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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