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안전 외면한 ‘박원순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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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안전 외면한 ‘박원순 자전거’

스카데일리 기자수첩

정성문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1-30 18:10:10

▲ 정성문 기자(부동산 1팀장)

약 6년 전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적이 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유독 독특하게 느껴졌던 부분은 상당히 비좁은 도로였다. 런던 중심가라고 해도 왕복 2차선 혹은 많아봐야 왕복 4차선에 불과했다. 하지만 좁은 도로보다 더 눈에 띄었던 광경은 좁은 도로 위를 달리는 자전거들이었다. 자전거를 탄 채 런던 시내 곳곳을 누비는 시민들은 하나 같이 안전모를 쓰고 있었다.

유학시절에 목격한 영국의 모습을 꺼낸 이유는 서울시가 진행하고 있는 무인 공공자전거 대여서비스 ‘따릉이’ 때문이다. 시는 지난 2015년부터 사업을 진행해 현재는 약 450여 곳의 공공자전거 대여소를 운영하고 있다. ‘따릉이’는 교통체증 및 대기오염 해소, 시민건강 증대 등 자전거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자는 게 취지에서 마련됐다.

최근 따릉이는 당초 취지와 달리 보완 사항이 많아 오히려 시민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장 먼저 자전거를 타기에 부족한 인프라가 문제로 꼽혔다. 현재 서울시에는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확보 돼 있지 않다. 지난 2015년 기준, 서울시 자전거 도로 길이는 775.9km다. 이는 서울시내 전체 도로의 10% 밖에 되지 않는 길이다.

자전거 도로가 부족하다보니 공공자전거를 빌린다고 해도 자전거 도로가 아닌 차도 또는 인도로 주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기 십상이다. 자동차 운전자 입장에서는 차도를 달리는 자전거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 도로를 걷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인도를 달리는 자전거와 충돌 가능성에 노출돼 있는 셈이 된다. ‘따릉이’ 사업 시작 2년 만에 공공자전거가 약 5600대로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이에 반해 자전거 도로 조성은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전거 도로 조성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지적받는 부분은 바로 안전 문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국 자전거 피해 사고 건수는 1만1390건이다. 이는 2011년 9474건에서 4년 만에 약 20% 급증한 수치다. 최근 자전거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사고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공공자전거는 그 수가 빠르게 늘었지만 자전거 전용 안전장비 대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소한의 안정장비로 꼽히는 헬멧조차 구비돼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서울시가 안전 문제에 대해 뒷짐지고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더욱 큰 문제로 꼽힌다. 서울시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도시 미관상, 예산 등의 문제로 안전모 대여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는 ‘따릉이’ 사업을 진행하며 지난해까지 약 100억원 넘는 혈세를 투입했다. 올해에는 이 사업에 약 260억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는 상태다. 사업 진행 3년 간 총 360억원이 넘게 투입되는 셈이다. 따릉이를 둘러싼 각종 지적을 서울시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배경이다.

수백억원의 혈세가 투입된 사업이 시민들의 환영을 받지 못한다면 이는 안하느니만 못하다. 결국 마지막에는 ‘전시성 사업’이란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 따릉이 사업은 이제 막 시작한 정책이다. 지금이라도 서울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박원순 시장의 시민과의 소통 노력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정성문 mooni@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