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시간차 연산군과 광대 공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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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변효선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1-27 02:02:18

▲ 변효선 기자(산업부 1팀)

“예로부터 광대는 건들지 않았다”

시사평론가이자 방송인 김용민 씨의 저서 ‘조국현상을 말하다’의 한 구절이다. 대학시절 읽었던 책의 한 구절이 머릿속을 맴도는 까닭은 아마도 현 시국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스카이데일리는 최근 문화예술위원회에 대한 취재를 진행한 바 있다. 문화예술위원회의 설립 목적은 이름 그대로 문화와 예술의 부흥을 위함이다. 정부지원금과 기부금 등을 바탕으로 개인 또는 단체에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는 곳이기도 하다.

현 정부가 출범했던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이곳 기부금사업 지원내역을 살펴봤다. 유독 2014년 중반 이후부터 특정 예술인들과 단체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최근 불거진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이들이었다. 의도적인 ‘찍어내기’ 의혹이 한층 강화되는 부분이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 정권서 작성된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인사는 1만여명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월호참사 등과 관련해 정부의 책임을 물었던 예술인들과 야당성향의 정치색채를 지닌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 장관은 해당 리스트에 대해 “정권 및 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좌익’이란 굴레를 씌워 차별하고 또 배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21세기가 시작되고도 17년이나 더 지난 오늘날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모습이다.

앞서 언급했던 책에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신을 비판·풍자한 광대에 보복을 가한 권력자는 단 한명이라고 설명했다. 조선 10대 왕 연산군이다. 연산은 자신을 풍자한 남사당패를 의금부로 끌고 가 문초했다. 죄명은 ‘왕을 희롱한 죄’였다.

책의 저자 김용민 씨는 “광대에 해코지를 하는 것은 연산군처럼 미치광이나 할 짓이다”고 언급했다. 논란이 된 현 정권의 특정 인사를 언급한 것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지난 2011년 6월 출간됐다.

연산은 권력을 이용해 맘에 들지 않는 광대를 고문하고 벌했다. 500년의 시간차를 둔 현 정권은 권력을 이용해 자금을 틀어쥐고 예술인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했다.

연산과 광대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왕의 남자’의 공길(이준기 扮)은 실제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에 등장한 바 있는 광대다. 연산은 공길의 말 한마디에 격노해 곤장을 쳐서 먼 곳으로 유배 보냈다 전해진다. 그 때 공길의 말은 다음과 같았다.

“임금이 임금답지 않고 신하가 신하답지 않으니 비록 곡식이 있은들 어찌 먹을 수 있으랴”

500여년 전 그의 목소리가 2017년 오늘 들려오는 것 같다.

변효선 gytjs4787@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