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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스카이데일리
미국 트럼프 정권의 출범으로 전 세계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허의 행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만약 불똥이 떨어지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이해관계에 있는 국가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트럼프와의 협상을 위해서는 우선 그의 저서 ‘거래의 기술(The Art of Deal)’을 독파해야 한다. 지금 그가 보여주고 있는 행보에 대한 전략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나름대로 해법도 찾을 수 있다.
지난 1987년 발간돼 32주 연속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한 이 책에는 원하는 것을 손에 쥐기 위한 원칙과 그 수단으로 11개 거래의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①크게 생각하라 ②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 ③선택의 폭은 최대한 넓혀라 ④발로 뛰면서 시장을 조사하라 ⑤지렛대를 사용하라 ⑥입지보다 전략에 주력하라 ⑦언론을 이용하라 ⑧신념을 위해 저항하라 ⑨최고의 물건을 만들어라 ⑩희망은 크고 비용은 적당히 들여라 ⑪사업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라 등이다.
트럼프의 취임 시 지지율은 역대 최저인 44%로 출발했다. 하지만 이것도 의도된 계산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제 계속 올라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의 출발은 ‘오바마 지우기’로 시작되고 있다. 오바마로 상징되는 전직 워싱턴의 정치인들과는 확연히 다른 사업가 대통령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마치 인질 구축 작전이라도 하듯이 취임 후 즉각 가동되고 있는 ‘100일 행동계획’은 이 기간 내에 4년 통치의 밑그림을 완성하겠다는 일종의 승부수다. 초반에 승기를 잡지 못하면 목표에 달성할 수 없다는 천부적인 사업가적 기질에서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우선주의’라는 단순 핵심 원칙을 바탕으로 일자리와 부의 재창출을 기초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6가지 이슈로 구분되며 보호무역으로 상징되고 있는 무역, 에너지, 규제, 국가 안보, 이민, 윤리 등이다.
세계 각국이 주목하고 있는 부문은 바로 무역이다. 안보와 이민 등도 특정 국가에 따라 영향을 주고 있는 부문이기도 하다.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탈퇴 서명 등 공약 이행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그의 승부사적 기질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송유관 공사 재개 등 국내 인프라 사업에 투입되는 철강 등 자재들은 미국산으로만 하는 소위 ‘바이 어메리컨(Buy American)' 정책을 재가동시켰다. 이는 현장 경험에서 나오는 철저함의 한 단면이다.
양자간 협상을 통해 원하는 것을 최대한 얻는다
가장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자간 협상보다는 양자 간 현상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뛰어난 협상가는 다자간 협상보다 양자 간 협상을 선호한다. 자기가 원하는 이익을 얻기 위한 당연한 수순이다.
큰 목표를 정해 놓고 단계적인 실천 전략을 실행에 옮기면서 원하는 것을 챙긴다. 큰 것을 가지고 압박을 해야 목표에 근접하는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감안한다. 처음부터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백기를 들도록 하는 벼랑 끝 전술, 즉 ‘치킨 게임’의 양상으로 끌고 가는 것이 특징이다.
상대가 지레 겁을 먹고 초반에 굴복하도록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미국에 엄청난 무역흑자를 누리고 있는 중국, 일본, EU(독일), 한국, 멕시코 등을 상대로 차례차례 1:1 협상을 걸어갈 것이다. 일차 표적으로 멕시코를 택한 이유도 분명하다.
주변 국가인 멕시코와 NAFTA라는 무역협정에 대해 손을 보지 않고서는 보호무역의 기치가 출발부터 삐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무역장벽, 이민장벽이라는 복수의 커튼을 치고 있다.
멕시코와의 강경한 협상을 지렛대로 활용해 중국, 일본, 한국 등에게 앞으로의 협상이 매우 거칠 것이라는 사전 경고장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최악의 상황을 회피하려면 미국에 줄 수 있는 당근을 미리 준비하라는 메시지로도 이해할 수 있다.
미국과 멕시코와의 본격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멕시코 경제가 졸지에 쑥대밭이 되고 있는 양상이다. 일시에 페소화 가치가 20%, 주가가 6% 동시에 떨어지는 등 금융 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는 것 이다.
중남미에서 최우등생으로 평가를 받는 멕시코 경제가 트럼프라는 복병을 만나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35%의 국경세를 물리겠다는 트럼프의 엄포로 멕시코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불안감이 한충 고조되고 있기도 하다.
자동차(부품 포함), 철강 등의 업종으로 멕시코에 진출해 있는 우리 업체도 180여개사나 된다. 이제 세계의 시선이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국간의 협상 결과와 미국 의회의 입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켜보고 있다.
특히 집권당이면서 의회 다수당인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도 관심사다. 만약 의회의 반대에 부딪히게 되면 행정부는 150일간 최대 15%의 관세를 매길 권한밖에 없다.
멕시코도 NAFTA 탈퇴도 불사하겠다는 ‘레드 라인(마지노선)’을 설정하면서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워싱턴에서는 벌써부터 멕시코산 상품에 대해 10% 내외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타협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마저 나온다. 여하튼 미국과 멕시코 간의 협상 결과는 향후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중국에게는 이미 ‘하나의 중국’ 포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려 유리한 협상 국면을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자유무역의 최대 수혜자인 중국이 미국에 대해 협조적이지 않으면서 이익만 착취해가고 있다는 비난으로 압박의 당위성까지 확보하려고까지 한다.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환율조작국 지정이다. 1985년 플라자 합의가 일본 엔화의 가치를 두 배로 평가 절상시키면서 일본 경제에 치명적인 ‘잃어버린 20년’의 도화선이 된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도 문제지만 반대의 경우도 중국 경제의 연착륙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에게는 양국 간 자동차 무역의 불균형을 불공정한 무역이라고 간주하면서 일본의 미국에 대한 지속적인 무역 흑자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무역과 안보를 별개의 트랙으로 구분하면서 협상 초반부터 일본의 물타기 의도에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는 점이 두드러진다. 마치 시위라도 하듯이 일본이 공을 들이고 있는 TPP에 대해 취임하자마자 바로 탈퇴에 서명하였을 정도로 거침이 없다.
일본은 트럼프 당선 이후 엔저(円低)라는 호재를 만나 수출 확대로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아베노믹스에 찬물을 끼얹게 될까봐 노심초사한다. 무역 부문에서 일정 부분 양보하더라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양국 간의 공조가 중요하며, 협상 이후의 가상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
한국에도 일본에게와 유사한 카드를 내밀 것으로 보여진다. 안보와 무역을 별개의 이슈로 끌고 가면서 무역 부문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얻어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에 대해서는 우선 한·미 FTA 개정 혹은 폐기까지 거론하면서 한국으로부터 추가 시장개방이라는 양보를 받아내려고 할 것이다. 협상 진전 상황에 따라 환율 조작국으로 몰아가면서 압박 수위를 높여갈 공산이 크다.
트럼프와 같이 우월적인 입지와 디테일한 전략, 그리고 터프한 전술을 가진 상대와 협상하는 그 자체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러한 상대와는 지레 겁을 먹고 달아나기 보다는 철저한 ‘맞불’작전을 준비해야 한다.
우선 정확한 통계와 근거로 상대의 주장을 반박해 협상의 수위를 누그러뜨리는 것이다. 우리의 무역수지 흑자를 누리고 있는 반면 미국은 서비스수지 흑자를 누리고 있다. 투자 수지 측면에서는 우리의 미국에 대한 투자 규모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국가 순위로도 4위에 올라가 있을 정도다.
다음으로 협상에 대비해 우리가 내줄 수 있는 것과 반대급부로 받을 수 있는 것을 정리하는 대안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를 리스트화하고, 협상 단계별로 내밀 수 있는 카드를 숨겨두어야 한다.
원유, 자동차 등 미국의 수입선을 전환할 수 있는 품목과 일자리 창출과 연계한 서비스 시장 추가 개방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협상 전부터 카드를 꺼내 보여 협상력을 낮추고, 상대가 더 공세적으로 나오도록 하는 것은 금물이다.
가장 큰 승부는 역시 미국과 중국이 붙는 G2 무역 전쟁이다. 이는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한판 승부로도 확대 해석할 수 있다. 보호무역의 확대와 이에 따른 국제분업 체계의 재편이라는 큰 글로벌 이슈가 걸려 있기도 하다.
트럼프 식의 일방적 반(反)세계화, 보호무역, 고립주의 등에 대해 미국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비난이 만만치 않다. 세계 경제가 오랜 불황에서 벗어나 회복의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는데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혼자만 잘 살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여러모로 적절치 않다.
갈등이 심화되면 미국에도 결국 부메랑을 돌아갈 수밖에 없다. 여기서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트럼프가 노리고 있는 다음 수순이다. 남이 해놓은 것은 백지화시켜 놓고 자기 방식으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양자 간 협상을 통해 기본적인 질서를 자기 페이스대로 정리한 다음 다자간의 큰 틀로 묶는 방식이다. TPP의 경우도 완전히 다른 형태의 미국 주도 방식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여러 가능한 시니라오를 염두에 두고 우리의 통상 전략을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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