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주 
언론의 자유는 획일적인 잣대로 규정짓기 어렵다. 이는 일부 부정적인 모습 때문에 언론의 자유를 제한 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실제로 언론의 자유에 대한 존엄한 가치를 부여하는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언론의 자유가 침해되는 어떤 국가도 그리고 어떤 기업도 영속적인 발전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인터넷신문 확산추세에 대해 정부는 물론 청와대까지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영세한 인터넷신문들이 범람하면서 부정확한 기사가 양산되고 이른바 ‘유사언론’이 확산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일부 대기업들도 불필요한 오보와 광고강매에 시달리고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영세한 인터넷신문의 무더기 퇴출이었다. 그것이 정부의 대통령령(시행령)으로 반영돼 영세 인터넷신문들이 대거 정리직전까지 갔었다. 하지만 민주공화제(헌법)를 기본 틀로 하는 대한민국의 최고 권위기관인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완전히 달랐다.
헌재는 지난해 10월 27일 취재인력 2명을 포함해 상시 고용인력을 3명에서 5명으로 늘리는 것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 시행령은 앞서 2조 1항의 해당 조항을 개정, 유예기간을 거쳐 작년 11월 본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헌재의 판결은 의외였지만 법치국가에서 언론을 바라보는 헌재의 판단은 우리의 현실보다 앞서가는 눈을 갖고 있었다.
언론의 비판적 저널리즘은 태생적 존재감이면서 사명감이기도 하다. 그 어떤 형태로든 비판기능이 없는 국가나 사회는 중국에는 썩게 되고 파멸의 길로 접어든다. 그것은 조직이든 개인이든 선한 면의 반대편에 악한 면이 공존하고 있기에 그리고 악하면 더 악해지는 속성도 있기에 그것들을 긴장되게 바라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과 같다. 그것은 다른 말로 모두의 생존성을 높이는 ‘공동선’의 가치지향을 이른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 같은 언론의 순기능을 받아들인다. 언론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국가들은 영속적인 발전을 담보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일궈내고 있다. 대부분 선진국들이 언론의 자유를 거의 신성불가침 영역으로 인정하고 침해하지 않는 배경이다.
국가와 언론은 상호 상생하는 조화를 해야 달려나갈 수 있는 쌍두마차인 셈이다. 하지만 극히 일부의 단말마적인 정부 고위직 인사들은 비판기능을 무조건 백안시 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잘못된 것조차 유아독존식으로 끌고 가겠다는 것이기에 스스로 독배를 자청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 독배는 결국 알권리를 제한받은 국민들에게 향한다.
물론 언론이 오보를 양산하고 베껴쓰기를 마구잡이로 해서는 당연히 안 된다. 하지만 이는 강제성으로 해소될 문제가 아니라 언론의 시장기능을 통해 자연 정화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이를 중시했다는 것은 언론의 비판적 저널리즘이 얼마나 숭고한지를 읽게 해주는 대목임을 거듭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일부 관료들은 헌재 판결 이후에도 여전히 낡은 틀에 갇혀 언론의 비판기능을 싫어하고 피하려 한다. 그리고 언론의 자유를 계속 제한할 방법을 찾는다.
헌재는 “고용조항과 확인조항은 인터넷신문의 발행을 제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으므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영세성으로 인한 문제가 있어도 그것을 이유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정신이 판결내용에 담겼다고 하겠다.
이어 헌재는 “인터넷신문 기사의 품질 저하 및 그로 인한 폐해는 인터넷신문의 취재 및 편집 인력이 부족하여 발생하는 문제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규정지었다. 나아가 헌재는 “취재 및 편집 인력을 상시 일정 인원 이상 고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인터넷신문의 언론으로서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거짓 보도나 부실한 보도를 한 인터넷신문은 결국 독자로부터 외면 받아 퇴출될 수밖에 없다”고 봤다.
헌재의 이 같은 판단에 경직된 관료들의 사고방식은 반론으로 이어진다. 또한 광고주협회에 문제를 제기한 극히 일부의 대기업들은 이런 헌재의 판단에 반론이라는 이름을 들어 언론의 자유를 무시하는 행태까지 보인다. 정확한 사실을 적시한 비판을 받을수록 그들은 더욱더 말도 안 되는 반론으로 자신들의 거짓을 숨기려 하고 있다. 일단의 언론학자들은 이를 “광기 어린 도덕적 해이다”고 거침없이 비판하고 있다.
언론의 비판 기능은 정부, 기업, 단체 등에게는 아픈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의 공익성은 늘 견제를 받아야만 본래의 고유목적을 달성하고 그리고 빛을 발한다. 공공의 이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관이나 기업들이 스스로를 닫으면 닫을수록 공익성은 황폐화 돼 개인의 사익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경우 자본주의의 꽃인 주식시장이 돈의 혈맥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그 기업을 이끄는 임원이나 오너들이 견제를 받아야 한다. 그들의 사적 영역은 대개 곧 공적영역이 되기 때문이다. 공직자들의 사적 재산이 공개되는 취지는 기업과 기업인들에게도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선진국일수록 자본주의에서 주주가치를 절대 훼손할 수 없다는 것은 공화제의 헌법정신만큼 숭고한 정신으로 여겨지고 있다. 주주가치가 훼손되면 국가경제의 큰 틀이 뿌리째 흔들리고 국가와 국민의 미래도 담보할 수 없다. 주주가치의 기저에 바로 언론의 자유와 비판적 저널리즘이 있다.
비판이란 칼날을 피하면 피할수록 오히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숱한 정치사와 기업사를 분명히 목도할 수 있다. 따라서 아픈 지적일수록 옆에 두고 있어야 한다는 대승적 가치가 국가의 맥으로 관통하는 것이 상식이 통하는 사회다. 예컨대 전 세계 어떤 나라도 없는 단어인 ‘유사언론’이라는 말이 휑휑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런 경직된 사회는 우매한 국가로 전락하게 마련이다. 군부정권 시대의 틀에 갇혀 있는 전근대적인 언론관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 아직도 여전하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비판 저널리즘은 국가·기업을 살리는 절대가치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