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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보연 기자(금융부)
“밥은 백성의 하늘이다”
세종실록에 기록된 세종대왕의 어록 중 하나다. 항상 애민정신을 잊지 않고 백성들의 살길을 고민하던 세종대왕의 깊은 성찰이 담긴 말이다. 이는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국민의 하늘은 항상 ‘밥’이었다.
국민의 ‘밥그릇’을 지켜주는 것은 자연히 국가와 국가의 우두머리들이 감당해야 할 부담감이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오히려 국민의 밥그릇을 빼앗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지난달 28일 많은 국민의 반대와 우려 속에서 시행된 ‘전안법’이다.
전안법은 기존 공산품 혹은 유아복 등에 주로 적용되던 KC인증(국가통합인증) 대상을 일반 의류·잡화 등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이다. 신체에 접촉되는 대부분의 품목이 필수 인증 대상으로 추가됐다.
KC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제품 한 개당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또 품목에 따라 인증기간이 최대 수십일이 걸릴 수도 있다. 만일 KC인증을 받지 않았거나 혹은 KC인증을 표시하지 않고 관련 제품을 제조·수입·판매·구매대행·판매중개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전안법이 시행될 경우 소상공인들은 불가피하게 판매 단가를 인상하거나 판매를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 특히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운 온라인 쇼핑몰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회전율이 빠른 시장의 특성상 도매상인들도 역시 적지 않은 위험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여론에서는 “대기업들은 KC인증을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영세 상인들은 그렇지 못한 형편”이라며 “결국 대기업만 배불리고 서민들은 죽이는 정책 아니냐”고 꼬집고 있다. 소비자들도 결국 생산단가가 올라가면 저렴한 가격에 생활용품을 구입하던 서민들만 부담이 가중된다고 불평하고 있다.
여론의 분위기가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전안법은 강행됐다. 정부는 옥시 ‘가습기살균제’ 논란을 예시로 들며 국민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옥시 제품들도 KC인증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져 실효성 논란까지 더해졌다. 정부는 ‘눈 가리고 아웅’격으로 1년간 KC인증 정보 게시 의무화를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안법은 ‘국민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좋은 의도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법이라 할지라도 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한다면 정부는 진정 국민들을 위한 최선의 방안인지 돌이켜봐야 한다. 1년이라는 유예기간 동안 정부는 다시 한 번 더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세종대왕은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백성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면 이를 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간과 비용이 오래 걸릴지라도 백성들에게 직접 찾아가 찬반의견을 물은 후에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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