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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알바’ 문제의 심각성이 날로 점증하고 있지만 해당 업무와 관련된 채용 모집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홍보 대행사를 자처하는 일부 업체들은 아예 대놓고 댓글알바를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업체들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여러 아이디를 제공함으로써 댓글알바 신분을 숨기도록 하는 등의 치밀함을 보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댓글알바’ 모집 업체들은 자택에서 업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 편하게 돈을 벌수 있다는 말에 현혹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댓글알바 모집 업체에 이력서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 게시물에 ‘채용마감’이라는 단어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사실이 이를 방증했다.
스카이데일리는 직접 ‘댓글알바’ 모집 공고 글을 올린 업체에 이력서를 넣고 채용 과정과 구체적인 업무, 보수 등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직접 ‘댓글알바’의 세계로 들어가 보기로 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댓글알바들의 업무는 상당히 치밀했다. 또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댓글알바’라는 정황이 있어도 사실상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게끔 설계돼 있었다.
“카톡방 열리면 곧바로 헤쳐모여”…치고 빠지기 식 업무진행, 점조직 형태 운영
▲ B마케팅 전문업체는 기사에 댓글을 다는 아르바이트 생들을 모집 중이었다. 회사에서 ‘특정 사이트 주소’를 하달하면 아르바이트생들이 단체로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해당 관계자는 ‘조작’임을 걸리지 않기 위해 회사에서 따로 아이디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채용사이트 내 댓글알바 모집 게시물 캡쳐 화면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는 ‘지원자’ 신분으로 업체 측에 접촉을 시도하기 위해 국내 유명 채용 사이트 여러 곳을 돌며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각 채용 사이트에 ‘댓글알바’라는 키워드를 입력하자 수십여개에 달하는 채용공고 게시물이 화면에 나타났다.
대부분의 게시물에는 ‘자택에서 원하는 시간에 편하게 일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는 주부와 학생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짐작됐다. 실제로 일부 업체는 ‘주부 및 대학생 환영’ 이라고 표현하는 등 아예 지원 대상을 한정짓기도 했다.
스카이데일리가 가장 처음 접촉한 곳은 B마케팅 전문 업체였다. 이력서를 낸 후 지원자로 가장해 댓글알바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B사 관계자와의 대화를 통해 업무방법, 보수 등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각 업체마다 운영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세부내용은 B사 한 곳에 국한된 내용이었다.
댓글알바가 하는 일은 상당히 단순한 편이었지만 일정하진 않았다. B사 관계자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들은 회사에서 URL주소(인터넷상의 파일이나 사이트 주소)를 보내면 해당 게시 글에 호응을 보이거나 참여한다는 댓글을 달면 된다.
B사의 근무일은 정해져 있지 않다. 업체에서 댓글 알바 요청이 들어오는 상황에 맞춰 업무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기사가 뜨면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아야하는 것이 특징이다. 업체 관계자는 이런 특성 때문에 저녁시간이나 주말 낮 시간에도 근무가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무일자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만큼 보수는 일당으로 계산돼 바로바로 지급된다. 액수는 당일 참여한 만큼 책정된다. 댓글을 달고 엑셀파일로 보고서를 만들어 보내면 돈을 받는 방식이다. 보수 수준은 게시물 한 건당 500원이었다.
B사 관계자는 “이곳의 운영 방식은 상당히 독특한 편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일이 들어오면 회사의 단체 카카오톡방이 열린다. 그리고 ‘어디(사이트)로 가서 댓글을 다세요’라는 지시가 내려오면 아르바이트생들은 해당 게시글로 가 댓글을 달면 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끝났습니다’라는 지시가 하달된다. 이처럼 댓글알바들의 ‘작전(?)’이 펼쳐지는 시간은 한 건당 최소 10분에서 최대 1시간 정도다. ‘댓글알바’가 주로 투입되는 곳은 유명 포털사이트 신문기사나 광고영상 등이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가끔 활동하긴 하지만 비중이 많지는 않다.
스카이데일리는 B사 관계자에게 “기사에 댓글을 달 때 댓글알바인 것을 드러내지 않으려면 많은 아이디가 필요하지 않냐”고 질문했다. 이에 그는 “보통 댓글알바를 많이 해 본 지원자의 경우 이미 해당 사이트의 아이디를 여러 개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사측에서 아이디 여러 개를 제공해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지만 여러 아르바이트생이 같이 쓰는 아이디들이니 당일 먼저 선점해 댓글을 단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있다면 해당 아이디를 이용하지 못할 수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같은 아이디의 중복으로 ‘댓글알바’라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치밀하게 일을 진행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댓글알바’에 참여한 이들이 써야하는 댓글의 내용은 의뢰를 한 업체에 대한 긍정적 반응 혹은 부정적 내용에 대한 반박 등이다. 이를 통한 여론 조성이 최종 목적이다. 예를 들어 한 업체에서 새로운 제품이 출시됐다는 기사가 뜨면 ‘기대된다’, ‘흥미가 생긴다’ 등의 댓글을 달아 다른 사람 역시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반면 부정적인 기사에는 이에 반박하는 댓글을 게재하거나 혹은 기사를 쓴 기자를 향해 비방글을 쓰기도 한다.
B사 관계자는 “사전에 의뢰 업체에 대한 설명과 달아야하는 댓글 포맷을 대략적으로 제시해 주기 때문에 (댓글을 달 때)이를 참고하면 된다”면서 “경쟁사에 대한 악의적인 댓글이나, 제품을 사용한 척하는 후기식의 댓글을 남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되도록이면 악의적인 내용을 달기 보다는 긍정적인 댓글을 달아 악의적인 댓글을 아래로 내리는 작업을 한다”며 “안 좋은 내용의 댓글에는 ‘비추천’을 눌러 해당 댓글이 신빙성을 얻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직접 뽑아 쓴다”…대행사 거치지 않는 ‘자급자족’ 댓글알바까지 등장 눈길
▲ C업체는 자사의 블로그에 긍정적인 댓글을 다는 아르바이트생을 모집 중이었다. C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고용된 아르바이트생들은 비교적 전문적인 글을 이해한 후 자연스럽게 포스팅 내용과 관련된 호응형 댓글을 3줄 가량 적어야 한다. 사진은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접촉했던 광고대행사에서 온 문자메세지 화면 ⓒ스카이데일리
컴퓨터 주변기기 업체인 C사의 경우 직접 댓글알바 채용 공고를 냈다. 일반적으로 마케팅 혹은 홍보대행사 등에 의뢰하는 업체와는 다른 형태를 보인 셈이다. 독특한 방식에 흥미를 느껴 이 기업에도 직접 이력서를 내고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알아봤다.
C사에서 요구하는 주된 업무는 회사의 공식 블로그에 댓글을 다는 것이었다. 다른 곳 보다 게시물 한 건당 주는 보수가 많은 것이 주목됐다. 업체가 제시한 보수는 한 건 당 2000원이었다. 일반 홍보대행사에 비해 3~4배 가까이 많은 셈이다.
대신 댓글 내용 측면에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을 요구했다. 고용된 아르바이트생들은 회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에 게재된 글을 보고 정확하게 내용을 이해한 뒤 100자에서 150자의 댓글을 달아야 했다. 일반적인 댓글에 비해서는 비교적 긴 수준이다. 회사 블로그에 포스팅 된 게시글은 대부분 컴퓨터 주변기기나 게임에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다른 곳보다 높은 이해도가 필요해 보였다.
C사 관계자는 “글의 내용을 이해한 뒤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댓글을 달아야 하기 때문에 ‘글 쓰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스카이데일리와 처음 접촉했을 당시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댓글알바 아르바이트가 있는가”, “블로그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가” 등에 대해 꼼꼼히 따져봤다.
C사 관계자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요구되는 댓글의 내용은 게시글의 내용과 관련해 ‘어떤 점이 좋은 것 같다’, ‘이 기기의 어느 부분이 더 궁금하다’, ‘직접 써봤는데 어떤 부분이 괜찮더라’ 등의 호응형 댓글이다. C사의 블로그는 따로 로그인이 필요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댓글을 쓰는 절차는 크게 복잡하지 않은 편이었다.
C사는 약 10일을 요구하는 단기 알바를 요구했다. 일단 고용되면 아르바이트생들은 이 기간중 매일 3개의 댓글을 달아야 했다. 시간은 오전 9시부터 밤 12시까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었다. 급여는 열흘 동안의 업무가 모두 끝난 뒤 일괄적으로 지급되는 방식이었다. 매일 꾸준히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아르바이트생은 총 6만원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바이럴마케팅’ 중 상당수는 사실상 ‘댓글알바’…“특정 기업 댓글 작성 요청 다수”
▲ 대다수의 댓글알바 모집업체들은 ‘바이럴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아르바이트생들을 모집하고 있었다. J사의 경우 블로그, 카페, 기사 댓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기업의 홍보 업무 등을 맡고 있다. J사 관계자에 따르면 기사 댓글작업은 특정 기업의 요청이 들어오면 곧바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댓글알바들이 투입된 정황이 포착된 사이트 캡쳐 화면 ⓒ스카이데일리
‘댓글알바’ 모집을 실시 중인 업체 중 상당수는 업무 내용에 대부분 ‘바이럴마케팅’이란 이름으로 모집을 진행하고 있었다. 물론 구체적으로 하는 업무는 ‘댓글알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런 형식으로 댓글알바를 모집하는 홍보대행사 중 한곳이 J사였다.
3개월에서 6개월 동안의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는 J사는 다른 곳들과 달리 업무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업무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진행된다.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4시까지, 혹은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등 둘 중 하나 선택하면 된다. 보수는 시급 7764원이며, 월급 방식으로 지급된다.
구체적인 업무는 블로그·카페 등에 게시물을 작성하거나 커뮤니티에 댓글을 게재하는 일이다. 블로그나 커뮤니티 아이디는 전부 회사에서 제공한다. 블로그의 경우 공식 블로그가 아닌 회사 사람의 ‘개인 블로그’라고 J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J사는 하루 업무 할당량이 정확히 정해져 있지 않았다. 업무량을 묻는 질문에 J사 관계자는 “매일 업무량이 다르다”면서도 “무리하게 일을 시키진 않는다”고 안심시켰다. 이에 해당 관계자에게 좀 더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했다.
J사 관계자에 따르면 업무는 △스프레드(카페 자유 게시판에 글을 쓰는 것) △블로그 게시물 작성 △댓글 작성 등으로 나뉜다. 각 종류 별로 할당량이 다르다. 각각 요구되는 분량은 스프레드의 경우 1시간에 8건, 블로그 게시글은 시간당 1~2건 등이다.
댓글은 훨씬 많은 양을 필요로 하긴 하지만 특정 기업에서 따로 요청이 있는 경우에만 진행된다. 특정 기업에서 홍보대행사를 이용해 댓글작성을 요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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